열역학 법칙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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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지만… 4 개로 이루어진 열역학 법칙은 사람이 만든 이론 가운데 가장 견고하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이 제시되면 가장 먼저 열역학 법칙에 부합하는지부터 따진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생각할수록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1. 100만 개의 어떤 소립자가 있다고 하자. 이 소립자는 불안정해서 반감기가 1 분이다. 이 소립자는 1 분 뒤에는 50만 개, 2 분 뒤에는 25만 개…….. 하는 식으로 줄어들 것이다.

2. 열역학 법칙은 시간의 흐름을 엔트로피 증가로 설명하고 있다. 즉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양이 시간의 흐름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립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붕괴하고, 붕괴는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를 높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경험에도 부합하고, 이론적으로도 탄탄해서 여러모로 좋다!

그런데……. 소립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3. 엔트로피는 엄연히 다체계의 변화에 의해 측정된다. 엔트로피를 정의하는 공식 자체가 다수 개 입자의 무작위도 증가를 이용해서 정의된다. 그런데 그런 엔트로피의 변화를 소립자 하나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각각의 소립자가 서로 연락하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시간에 맞춰 일정한 비율로 붕괴될까? (여기에서 1 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 사이에 정보가 전달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립자가 붕괴되는 것은 우주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즉 몇십억 년의 시간으로도 정보 전달을 설명할 수 없다.)

이 문제는 기존의 열역학 법칙으로는 사실상 설명할 방법이 없다. 엔트로피 증가 또는 무질서도 증가라는 기존의 설명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즉 기저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있고, 우리가 바라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그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일 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기저에 일어나는 일은 무조건 우주 전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무엇이 있는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한다. (현대물리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우주 전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현상 중에는 양자요동이 있다. 전에도 말했듯이, 양자요동 자체는 우리가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늘날의 우주 모양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힘이 미치는 거리와 세기를 들 수 있다.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광자나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 같은 매개입자가 우주공간을 이동할 때 양자요동에 의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불연속적인 입자들과 충돌하면서 움직인 거리가 멀수록 점점 수가 줄어든다. 리차드 파인만의 계산에 의하면 그 개수가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게 줄어든다. 같은 계산방식으로 강력이나 약력의 작용거리와 힘의 크기도 설명된다. (이쪽에 대한 설명은 전부 파인만이 그때 했던 계산에 의존한다. 이런걸 생각하면, 파인만도 아인슈타인 만큼이나 노벨상을 하나만 받은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양자요동 모식도 (출처 : IBS 기초과학연구원)

그래서 개인적으로 소립자가 1 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것은 양자요동에 의해 나타난 입자들과 충돌한 횟수에 의해 붕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즉 양자요동에 의해 나타난 입자와 충돌할 때 각 입자마다 특정한 확률로 붕괴가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고찰해볼 수 없는 것이, 양자요동을 만드는 시공간의 특성(기존 이론은 공간에서 약간의 에너지[진공에너지]를 빌려 입자와 반입자쌍을 만들고, 이것은 금방 다시 합쳐져서 에너지로 변환되어 공간에게서 빌린 에너지를 갚는다고 설명한다. 공간에 강한 중력장이나 전자기장처럼 충분히 큰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간에게서 에너지를 빌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양자요동에 의해 입자와 반입자쌍이 무작위로 생성되는 것이 관측되기도 한다. 블랙홀의 호킹복사는 이런 원리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쌍불안정초신성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제안되었다. 이것 말고도 인플레이션 우주론 등은 모두 양자요동이 적용된 모형이다. 천체들의 분포가 거품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양자요동 아이디어로 설명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대우주의 전체 모양이 양자요동에 의해 결정되었다.)이나 양자요동에 의해 나타나는 입자들에 대한 특성 같은 것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초끈이론을 다루는 분들 정도나 가능할 듯….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추측해보면, 양자역학에서 입자들이 확률파로 존재하는 것이나 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의 흐름이 속도에 의존해서 바뀌는 것도 양자요동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확실히 밝혀두지만, 이 글의 이야기는 전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 하는 식으로 전달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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