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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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어떤 과학자가 핵을 탐구하기 위해 직접 측정기기를 외핵까지 내려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 방법이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철을 녹여 화산에 들이붙고, 흘러내려가는 철을 따라 측정기를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일단 수백만 톤의 엄청난 철을 한꺼번에 녹여서 화산에 붙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측정기는 어떻게 그 열을 견딜 것이며, 3200 km 두께의 맨틀을 내려가는 동안 어떻게 안 걸리고 내려갈 것이며, 일단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측정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실행하기에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를 보면서 나는 개봉명 《코어》The Core라는 영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 《코어》의 분석글은 총 세 개로 나눠서 공개한다. (두 번째 글, 세 번째 글)


<코어>는 어느날 지구의 핵이 멈추면서 지자기가 사라지는 현상을 영화화한 것이다. 2003 년의 영화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고,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다시 살짝 이야기하자면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맨틀 하부에서 잔뜩 생성되었다고 한다면, 맨틀은 약 2억 년을 주기로 한 번씩 대류하므로 다이아몬드도 맨틀의 대류를 따라서 맨틀 상층부로 올라와야 하고, 그 중 일부는 지각에도 노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집채만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오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다른 장면들은 어떨가? 그 이외의 부분에 있어서의 오류들을 최대한 찾아보자. 각각 꼭지는 최대한 짧게 글을 작성할테지만, 전체는 아마 좀 많은 분량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 정말 심장박동기가 자기장에 의해서 정지하게 될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장면은 어떤 회사원의 프리젠테이션 도중 갑작스런 죽음이다. 이 남자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영화 설정에 의하면 지구의 한 도시에서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태양의 영향으로 수십 명의 심장박동기가 동시에 고장나서 사망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심장박동기를 비롯한 오늘날의 대부분의 전자기기에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반도체는 전기장, 자기장, 방사능 등에 의해서 오동작을 하거나 고장날 수 있다. 그래서 군사용 전자부품이나 우주항공용 전자부품들은 전기장, 자기장, 방사능에 대해 오동작을 하지 않도록 훨씬 안전하게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자기장이 지구의 한 대도시에 가해졌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심장박동기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가 고장나야 했을 것이고, 그 영향은 어쩌면 살아있는 생물들에게도 미쳤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몰고가던 자동차는 이상이 없고, 사람의 심장박동기만 고장났다는 것이 더 아이러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또 한 번 나온다.

2. 지구 자기장이 바뀐다고 비둘기가 벽에 부딪힐까?

 

 

지구 자기장이 뚫렸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서 방향을 결정하고 비행하는 비둘기들이 제대로 못 날고 벽에 그대로 부딪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긴 하지만 비둘기가 그정도로 바보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철새가 자기장에 영향을 받아 방향을 튼다는 연구를 살펴보면 자기장이 바뀔 때 모든 경우에 획일적을 방향을 틀지는 않고, 상당히 높은 빈도로 방향을 튼다고 되어있다. 그 이유는 사람이 감각중에 시각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청각에 비교적 덜 의존하는 것처럼 철새도 시각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자기장은 시각보다 중요성을 낮게 느끼기 때문이다. 짧은 거리의 비행에서 굳이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면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비행방향을 심하게 바꾸지는 않는다. 따라서 태양의 자기장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철새는 당장 건물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다.

3. 음파는 밀도에 따라 진동수가 바뀌는가?

자막을 보고 처음에는 번역이 잘못된 줄 알았다. 하지만 영어 대사는 “lose frequency”로 뜻이 같다. 정말 밀도가 높은 물질을 통과할 때 진동수가 줄어들까?

진동수는 1 초 동안 상태가 반복되는 횟수를 말한다. 파동이 전달될 때 물질 속 원자는 흔들리는 주변 원자들로부터 전자기력의 형태로 힘을 받는다. 밀도가 낮은 물질에서 높은 물질로 파동이 지나갈 때, 밀도가 높은 물질 안의 원자는 똑같은 힘을 받더라도 밀도가 낮은 물질 안의 원자보다 덜 흔들린다. 덜 흔들린다는 말은 진폭이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리는 원자로부터 받는 힘은 한 번만 힘을 받을 것이므로, 흔들린 횟수는 밀도와 상관 없다. 물론 일반적으로 밀도가 높은 물질을 통과하는 파동은 (밀도가 높은 원자는 잘 안 흔들리기 힘들기 때문에) 파동의 전파속도는 빨라지고, 진폭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원래 영화 대본에는 진동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진폭이 줄어든다고 되어 있었을 것이다. 위의 이미지를 보면 두 파형이 오실로스코프(위에 화면이 나오는 기기)에 표시되어 있는데 좌우 간격(시간축)의 폭은 동일하고, 위아래 간격(진폭)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4. 언옵테니움처럼 열과 압력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물질이 있을까?

언옵테니움을 뭘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열과 압력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은 압력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발전하거나 온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 사이에서 열을 전달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단순히 압력이 높거나 열이 있다는 것은 주변에서 많은 원자들이 심하게 충돌하는 물리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전력을 발전하기에는 구성요건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물질을 만들 기술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열역학 제1법칙부터 제3법칙까지의 중요한 기본법칙을 수정해야 한다. (열역학 제0법칙은 수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더군다나 이 언옵테니움이라는 물질로 선체를 만드는 장면을 보면 주조와 형상 가공에도 어느정도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저렇게 형상가공이 자유로워서 어떻게 지구 내핵의 압력을 견디는 것인지, 또 주조를 할 때 어떻게 6000 ℃ (지구 외핵까지 들어갈 선체이기 때문에 외핵의 온도인 6000 ℃까지는 견뎌야 한다. 물론 외핵이 6000 ℃라는 것은 불분명하다. 더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다. 따라서 6000 ℃보다 낮은 온도에서 가공할 수 있는 것이라면 6000 ℃가 되면 변형되면서 손상될 것이다.) [각주:이상의 온도로 저 물질을 가열하여 형틀에 찍어냈는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참고로 금속 중에서는 텅스텐(W)의 녹는점이 3410 ℃로 가장 높고, 부도체를 포함하더라도 가장 높은 탄소(C)의 녹는점이 약 3500 ℃로 특별히 크게 높지도 않다. 더더군다나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물질을 없앨 수 있는 레이저와 초음파 공명관을 합한 장치의 빔(Beam)으로도 옴테니움을 뚫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저 상자 안의 생쥐는 멀쩡하다. 그런데 상자 밑의 콘크리트는 사라지는데 뒷쪽 철판은 안 사라지네?

솔직하게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이런 물질이 반드시 있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것이 있으면 사실상 에너지 부족사태는 무조건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5. 전리층 방전이 일어나면 번개가 내려칠까?

물론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듯하다.
물리시간에 전자기에 대해서 배울 때 기본예제로 풀어야 하는 문제 중에 이런 문제가 있다. 지구 지표의 평균 전기장을 주고, 지구가 얼마나 큰 양전하로 대전되어 있는지 계산하라는 문제다.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아무튼

맑은 날에도 땅은 양전하로 대전되어 있고, 하늘은 음전하로 대전되어 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것은 아닌듯하다. 더군다나 최근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번개가 치는 곳 부근의 전기장을 측정해 보면 번개가 내려칠 곳만 집중적으로 전기장이 강해지고, 부근은 전기장이 거의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2종 초전도체의 내부에 자기장이 지나가는 구멍(Vortex)이 형성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사실은 번개가 왜/어떻게 치는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태양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전자들이 지구로 포섭될 경우에 하늘에는 엄청나게 많은 음전하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니 심한 번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번개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 물론 영화에서처럼 로마 콜로세움 경기장이 번개로 폭발해 버리는 일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ps. 이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

8 comments on “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전반부”

  1. 압력을 전기로 바꾸는 것은 이미 있죠. 압전효과(Piezoelectricity)를 나타내는 수정인데, 뭐 그건 여기엔 어울리지 않는 거긴 하지만 -_-;;

    1. 압전소자는 펄스를 펄스로 바꾸는 거잖아요. 지구 내부에서는 사용할 방법이….^^;;

  2. 생쥐실험은 코어생쥐실험부분만 다시보시면 왜 안뛸린지 알수있습니다.
    철판은 콘크리트가 뚤리기전에 뚤렸죠 사진에보시면아시겠지만 콘크리트 뒷부분 다 뚤려서 불곷튀기는게보이는데 그때가 레이져가 꺼지는 시기죠 다시한번보세요.

    1.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나 어떤 걸 이야기하는지 보시지 않고 댓글 남겨주시면 저도 한참을 확인해야 되서 좀 곤란합니다. ㅎㅎㅎ
      뭐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더코어의 과학적 오류가 숙제였는데 감사합니다
    잘쓰겠습니다

    1. 이 영화에 대한 숙제가 많나봐요? 가끔 이렇게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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