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중반부

전편에 이어서 계속되는 글입니다.

6. 고래가 따라오네 – 이녀석들이 NG를 물고오지 않을까?

3 개월간 급조하여 만든 잠수함 버질호(이하 잠수함)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인 매리아나로 잠수하는 도중에 고래를 만났다. 잠수함에서 나는 초음파를 들은 고래가 잠수함을 자신들의 동료로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영화 제작자와 감독이 대충 처리하는 바람에 오류가 발생해 버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래는 흰수염고래(=대왕고래)로 플랑크톤(미생물이나 크릴새우 같은 작은 동물들. 물론 고래는 큰 동물들도 입 안으로 빨려들면 먹어버린다.)을 먹는다.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먹이가 주로 수면 부근에 있으므로 바다 깊숙히 잠수하지는 않는다못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최소 240 ~ 4800 m 해저에 도달할 때까지도 열심히 따라온다. 흰수염고래가 어떻게 그렇게 깊은 곳까지 따라갔을까?
사실 이 장면을 찍을 때 넣으려고 했던 고래는 다른 고래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로 향유고래(=향고래)다. 향유고래는 앞쪽이 뭉뚝하게 생긴 이빨육식고래로 육식고래 중 가장 크다. 성질도 범고래와 함께 가장 포악한 종류에 속한다. 이 종의 가장 큰 특징은 잠수능력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 고래는 바다 1000~3000 m까지 잠수하여 대왕오징어와 같은 거대한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대왕오징어는 포경선에게 잡힌 향유고래 배속에서 발견되어 처음 알려졌다.) 따라서 잠수함을 조금이라도 쫓아오려면 향유고래여야 했을 것이다. ^^;

7. 맨틀에는 코발트막으로 둘러쌓인 동공이 형성되어 있을까?

천신만고 끝에 땅 속으로 진입한 잠수함은 어떤 커다란 동공에 들어가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실제로 맨틀에 이런 동공이 있을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그런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코발트(Co)라는 물질 자체가 흔한 금속은 아니다. 또한 코발트는 원자폭탄의 재료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학자들 사이에서 검토된 물질이다. (핵개발이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코발트로 만든 핵폭탄은 위력이 너무 세기 때문에 코발트 원자폭탄은 더 이상 연구되지 않았다.)

맨틀에 위의 이미지에서의 공간이 생기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일단 코발트로 저런 공간이 생기도록 막이 생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압력 또한 너무 높아서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잠수함이 동공에 들어간 충격으로 균열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잠수함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긴 시간 동안 파열되지 않고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8. 다소 황당한 NG

위 이미지의 회로는 6개로 나뉘어진 잠수함 칸 사이의 문을 통제하는 장치다. 가만히 잘 보면 좀 황당한 것을 찾을 수 있다.

회로가 꾸며진 기판은 일반 기판이 아니라 학교에서 전자공학 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실험용 기판이다. 아마 3 개월 동안 잠수함을 만드느냐고 출입문 회로조차 정식 기판으로 만들 시간이 없었나보다. ^^;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오동작하지는 않는 걸 봐서는 회로를 잘 만들긴 했나보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실험용 기판에 꽂은 회로들은 오동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NASA 과학자들은 실험용 기판도 더 잘 다루는 건가보다! (라고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자.)

9. 초단파 햇볕에 의해서 가열되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지구의 자기장이 약해져서 어쩐 일인지 태양의 초단파(전자기파의 일종인 듯)가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바다에 내리쪼인다. 초단파가 내리쪼이는 바다는 끓는 물처럼 김이 퐁퐁 솟아나고 물고기들이 다 죽는다. 이러한 초단파가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철제 현수교인 금문교에 내리쪼여진다. 금문교는 초단파에 의해서 지탱하던 철사가 녹아 끊어지고, 다리 상판까지 녹아서 부러진다. 다리 위에 꽉 막혀있던 자동차들은 타이어가 높은 열에 녹아 뻥뻥 터져버린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초단파에 의한 강력한 파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바로 자동차의 지붕이다. 현수교의 철사까지 녹아서 끊을 정도라면 자동차 지붕쯤은 심하게 달궈저 녹아 구멍이 뚫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붕이 뚫어지는 자동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다리를 만들 때는 자동차 지붕을 뜯어다 이어붙여 만들어야겠다. ^*^

결국 상판과 철사가 녹은 금문교는 수많은 자동차와 함께 해저로 침몰(?)하게 된다.

더 재미있는 건, 다리가 녹아 끊어지던 찰나에 누군가가 용감히 뛰어서 도망가는 장면이다. 위 이미지의 오른쪽 꼭대기에 그 사람이 있다. 과연 저 사람은 탈출할 수 있을까? 아마 터미네이터가 잠시 놀러왔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초단파 자체에 대한 생각이다. 과연 햇볕에 이정도의 에너지가 있을까?

햇볕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지구에 전달해 줄까? 햇볕이 전달하는 에너지 양을 ‘태양상수’라고 한다. 햇볕에 수직인 면의 단위면적(cm2)에 단위시간(min)당 내리쪼이는 햇볕의 에너지(cal)를 말한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운다.) 실험에 의하면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것은 2.0 cal/min·cm2정도이다. 이는 지구궤도를 벗어난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태양상수는 1.4 cal/min·cm2이며 인공위성에서 측정한 것과의 차이 30%는 지구 대기가 햇볕을 그만큼 흡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만약 지구의 자기장이 영화처럼 이토록 막강한 햇볕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인류가 우주선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생각은 버렸어야 옳다. 달로 갔던 아폴로 우주선들 뿐만 아니라 우주로 갔던 모든 행성탐사선들, 측정장비들은 강력한 햇볕에 의해서 빨갛게 달궈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들은 우주에 나가서도 (고장나는 빈도는 높아지기는 하지만) 잘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애시당초 햇볕이 영화 같은 수준의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공위성은 햇볕을 받는 부분이 몇백 ℃까지 올라간다.)

10. 솟수로 비밀통신을 하자!

주인공과 주인공을 돕는 해커는 다른 사람들 모르게 비밀교신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 솟수를 암호로 사용한다. 위의 이미지를 보면 주인공이 입력란에 솟수를 입력하고 있다. 엇… 근데 중학생 이상이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이 솟수였던가?’

솟수는 ‘자신과 1만을 약수로 같는 수’이다. 이런 수가 몇 개나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무한히 있는 것 같다. 문제는 1은 솟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솟수는 두 개의 약수를 가져야 하지만, 1은 약수를 1이면서 자기자신인 단 하나만 갖기 때문이다.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암호를 잘못 입력하는 해커와 완전히 똑같이 암호를 잘못 입력하는 과학자라니 잘 어울리는 한 쌍(?)인가?ㅋ 이런 것을 두고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후편에서 계속됩니다.

ps.
‘솟수’는 ‘소수’의 옛날 표현입니다. 1988 년에 국립국어원이 처음 만들어지면서 한 삽질 중 하나가 솟수를 소수로 바꾼 것이죠. 아무튼 소수로 쓰면 여러 가지 다른 단어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솟수로 씁니다.

8 thoughts on “영화 《코어》의 쓸모없는 분석 – 중반부

  1. 소수 그냥 지나쳤는데 웃기네요ㅋ 1은 소수가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점까지 보낼게요”로 번역해서 언어유희를 보여줬는데
    원래는 “Here is the information you’re primed for” 당신이 미리 알아 야할 게 있어요 였네요.
    뭐 이 정도 번역이면 괜찮은 것 같네요.

    1. 음.. 1은 참 애매하네요. 소수의 정의에는 벗어나는데, 그 자체로 재미있는 성질이 있으니…. 뭐 하긴 기준이니까요. ㅎㅎㅎ

  2. 아 참. 사소한 건데, 밑에 각주에 2번.
    인간이 대왕오징어를 처음 발견한 것은 … 뱃속의 대왕오징어”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 고치는 게 좋을 듯 해요.

  3. 금문교 붕괴는 전자기유도도 고려해주신다면 가능할것같은데요?

  4. 저도 코어보다가 다리위에사람보고 진짜웃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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