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열병

2009.04.15 일기

난 신경이 약한 편이다. 특히 열이 펄펄 끓는 날이면 놀래 헛소리를 하면서 무척 고생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아마도 고3 때였을 것이다.

고2의 어느 토요일에 미열에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난 하루종일 고생했다. 학교가 끝나고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쉬지 못한 난 열이 점점 올라갔다. 그리고 그 때 난 하늘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놀랄 때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주변의 모든 구조물들이나 하늘 등이 흘러내리거나 중력가속을 받으며 무너지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되는 증상이다. 해열제를 먹고 토요일 밤 내내 헛것을 보며 헛소리를 한 뒤에야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증상은 고3이 된 뒤에 한 번 더 경험했는데 고3때는 이미 충분히 컸기 때문에 같은 증상에도 놀라지 않았다. 맘적으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그 이후로 열이 나더라도 격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같은 증상을 어제 다시 경험했다. 너무 오래간만의 느낌이어서 이게 옛날의 잊혀진 느낌이란 걸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흘러내린다거나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냥 내 신경이 과민해지는 현상이란 걸 알게 됐다.
뭐랄까? 시각의 변화를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다거나 변화를 미리 예측해버리는 현상이 내 머리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overheat으로 인해 내 뇌가 정상적인 속도를 넘어서는 작동을 한다고 할까? 컴퓨터 속의 발진기에서 발생하는 주기적인 신호가 너무 빨라지면 엉켜버리듯이 내 뇌 속에서 발생하는 신호들이 열에 의해서 너무 빨리 발생해 엉키는 그런 느낌이었다. (컴퓨터나 뇌나 2진법 체계의 신호를 동작시키기 위해 발진기를 가동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잠을 자야 하는데 눈을 감아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으니 불쾌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면 열에 의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평상시에 내가 즐겨, 많이 사용하는 능력들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에 과열에 의해 폭주할 때 주변의 뇌가 신호를 충분히 받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 (반대로 평소에 부족한 영역의 재능들은 아무런 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ㅎㅎ)
의학적으로 연구해보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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