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에 대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 중에 가장 믿음이 가는 곳이 바로 <자연과생태>입니다. 지금까지 도감을 4 권인지 다섯 권인지 샀는데, 모두 기대를 충족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자연과생태> 홈페이지에서 알게 된 <실 잣는 사냥꾼 거미>를 알라딘에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책을 받기 전에, 알라딘 중고책방에 갔더니 이 책이 한 권 있더군요. 그래서 그 책을 다시 샀습니다…. 얼떨결에 두 권이 된 셈이지요. 그리고는 산 그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실 잣는 사냥꾼 거미

글·사진 이영보
출판사 자연과생태
신국판/296 쪽/4도 인쇄/22000 원
ISBN(13) : 9788997429073
2012.08.01 초판 1쇄
한 장 한 장씩 넘기면서 탐독하는데 좀 이상합니다. 틀린 내용도 가끔 보이고, 글쓰기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왜 이럴까 싶었지만 한참을 계속 읽어나갔지요. 그러다가 처음에는 내용이 틀린 것만 포스트잍에 표시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21 쪽을 보면 ‘새실젖거미하목은 다시 암컷 생식기관에 체판이 없다면 홑생식기류Haplogynae로 구분하며 실거미과…(중간생략)…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암컷 생식기관에 체판이 있다면 겹생식기류Entelegynae라 하며, 이 무리에는…(후략)’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체판은 생식기가 아니라 항문 부근에 있는 실젖의 특별한 기관 이름입니다. 154 쪽을 보면 ‘암수 모두가 눈과 눈 주변에 흰 눈썹과도 같은 흰색 띠가 있어’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러나 흰 눈썹 같은 띠가 있는 건 숫놈 뿐이고, 암놈은 눈 아래에 흰 띠가 있습니다.(실제로는 이 띠마저 없는 암컷이 있습니다.^^;) 결국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란 펜으로 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중간을 넘어가면서 글쓰기는 많이 나아졌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글쓰기 수준이 왜 이렇게 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분발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책은 앞부분은 거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싣고, 나머지 부분은 전체적으로 저자가 거미를 관찰하면서 겪었던 일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거미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거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더군요. 이래저래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과생태에서 나온 책 중에서 처음으로 실망한 책이 됐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전체적으로 빨리 개정판을 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하루만 시간을 주면 교정을 잘 해줄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책장을 막 덮었습니다.
ps. 사실 이 책이 내가 읽은 이영보 님의 두 번째 책입니다. 예전에 황소걸음에서 나왔던<주머니 속 거미도감>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글이 많지 않아서 글쓰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미쳐 해 보지도 못했네요. ^^; 지금 내가 읽으며 대충 표시한 이 책을 출판사에 보낼까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가뜩이나 한 권(1 판 2 쇄)이 더 있으니, 이 책(초판 1 쇄)은 쓸모가 없는 셈이니까요.(똑같은 책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