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 급할수록 돌아가라!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이유는 무엇일까?

2014 년엔 관객에게 유달리 관심받는 영화가 많았다. 2013 년에 상영을 시작해 천만 관객을 넘은 <변호인>에서 시작해서 역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최초의 만화영화 <겨울왕국>, 1600만이라는 경이로운 관객을 동원한 <명량>까지 한 해에 나왔다. 전체 관객수가 많이 늘었다는 걸 참고하더라도, 너무 적은 수의 영화만 관심받은 건 위험신호로 보였다. 역시 새로운 개념의 스크린쿼터, 즉 투자금액이 적은 영화 등에게 의무상영일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천만 관객 영화만 세 편이나 나온 특이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 보니 전혀 특이한 해가 아니었다.)

특이했던 건 전세계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인터스텔라]가 국내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900만 명….. 영화 배경이 되는 지식이 일반인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물리학의 일반상대성이론인데 어떻게 인기몰이를 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적 호기심에 동해서 극장으로 몰려들었던 것일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시사회를 개최했던 ‘과학과 사람들’이라는 팟캐스트에서 홍보해줘서 흥행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영화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때 도움말을 줬다는 킵 손 교수의 책 『블랙홀과 시간굴절』의 중고책 가격이 9만 원까지 치솟는 일도 일어났다. (나중에 십몇만 원까지 올라갔다. 영어본은 1993 년에, 한글 번역본은 2005 년에 출간됐다.)

아무튼 난 이 영화를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영화를 보는 동안 하품을 수십 번은 했던 것 같다. 편집 실패로 영화가 엄청 길어지면서 지루해진 건 둘째치고, 소소한 오류가 너무도 많았다. 우리나라 관객이 이 영화를 좋아했던 건 우리나라 과학교육이 너무 수준미달이었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초에 과학적인 사실성을 영화에서 전혀 바라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더군다나 막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they)의 등장은 기독교 신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줬는지도 모르겠다.

물리학교수인 이종필 교수는 시사회를 본 뒤 단 16 일만에 이 책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를 써서,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오기 전에 출판했다. 어떻게 썼든지, 대단한 집필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이종필 지음 / 김명호 그림 / 동아시아
234 p. / ISBN 978-89-6262-090-0 03400

우선 이 책에서 큰 독창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독창성을 발휘하기에는 책을 쓴 기간이 너무 짧은데다가, 영화를 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설명하기 위한 책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이야기를 모아놓는 방법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책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아서 A4 100 장 정도였다.

물리학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과학적 내용보다는 용어가 일본어투의 한자어라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나도 공부하면서 똑같이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나도 그 용어에 익숙해졌지만, 언젠가는 고쳤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생각을 이종필 교수나 나만 한 게 아니었다. 대한물리학회에서는 90년대 중반에 물리학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진행했었다. 예를 들어 회절을 ‘애돌이현상’ 같은 말로 바꾸었다. 결과는 대실패!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너무 많이 잊어서 바꾼 우리말 용어도 일본어 한자어투와 마찬가지로 생소하게 느꼈고,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선생이나 강사는 여전히 일본어투 용어로 수업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얻은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에 이것과 비슷한 책을 쓰려고 자료를 다 끌어모았었다. 내 컴퓨터 어딘가에 이 책보다 훨씬 방대한 자료가 쌓여있다. 그것도 거의 최신자료로 말이다.(그래서 예전에 ‘과학과 사람들’에서 올린 천문학 콘텐트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었다. 현업 연구자들도 자기 연구분야가 아니면 옛날 자료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걸 찾는 건 애초에 무리였을 것이다. 대신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내게는 이 책은 그정도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이 책에서 발견한 오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물론 오타 같은 가벼운 건 언급하지 않는다.


몇 일 전에 이불을 덮고 누워서 이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 페이스북의 과학 관련 모임에 포스트를 남겼다.

지금 이불 속에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를 읽고 있습니다. 원래 베스트셀러는 안 보는 편인데, 이곳에서 좋다는 말씀들을 하셔서, 알리딘에서 주문해서 어제 받았죠. 지금 66 쪽까지 읽었는데, 오류가 상당히 많네요. 55 쪽에서 처음 찾은 뒤에 주르륵 6 개…. 그것도 좀 심각하네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책을 내려고 서두르다가 제대로 검토를 못했나봅니다. 아쉽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이불킥이냐?’며 댓글을 달았다. 재미있는 건, 이 글을 남긴 뒤에는 오류가 별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아무튼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모선인 인듀어런스호의 입장에서 보자면 블랙홀 방향으로 없던 운동량이 생겼으므로, 전체 운동량을 보존하기 위해 착륙선이 떨어져나간 나머지 선체는 블랙홀 방향으로 운동량을 얻게 된다. – p. 55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착륙선 두 개가 떨어져나가는 모습은 크게 운동량을 주고받는 정도가 아니라는 데 있다. 더군다나 그정도로는 블랙홀을 탈출하는데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블랙홀 뿐만 아니라 태양에서 탈출하는 경우에도 영향이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 영화 스스로가 한 가지 오류를 보이고 있는데, 인듀어런스호가 블랙홀로부터 탈출하려면 블랙홀 방향으로 엔진을 분사할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방향의 거의 뒤쪽으로 분사해서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어야 한다.

(사실은 인듀어런스호가 밀러 행성으로 갈 때 주인공이 블랙홀 바깥쪽으로 돌아서 밀러 행성 가까이 간 뒤 곧바로 내려간다고 제안하는데, 이건 불가능하다. 이종필 교수가 이걸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언급이 없어서 읽으며 잠시 당황했었다.)

2. ‘그래서 팔을 펴고 돌다가 팔을 모으면 갑자기 빨리 회전하게 된다(물론 공기저항이 줄어든 효과도 있을 것이다).’ – p. 57

여기에서 공기저항 이야기는 빨리 회전하는 것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다. 공기저항은 회전을 느리게 만들지만, 공기저항이 없어진다고 회전이 빨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 사족을 붙이면 읽는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우리말과 물리학 지식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오류다.

3. ‘그렇다면 꼬리회전날개의 회전에 의한 각운동량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것을 상쇄하려면 동체가 수직방향으로 회전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동체가 충분히 무거우면 중력이 헬기를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수직꼬리날개에 의한 효과를 무시할 수 있다.’ – p.59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설명을 너무 설렁설렁 하고 넘어간 측면이 있다. 무거우면 무조건 중력이 회전을 막아주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꼬리날개에 의한 수직회전은 꼬리쪽이 위로 들리거나 아래로 내리눌러지는 힘을 받는 운동이다. 기술자들이 이걸 중력으로 상쇄하는 건 맞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흔히 무게중심과 주날개 중심축이 일치하지 않게 설계한다는 이야기까지 했어야 한다.

4. ‘오토바이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 본체가 바퀴의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돌게 된다. 이때는 뒷바퀴가 본체를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효과를 억제할 그 무엇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 p.60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5. ‘조석현상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달의 인력 때문이다(태양은 질량이 크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 p.61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실제로 달과 해가 지구에게 미치는 중력을 계산해보면, 해쪽이 몇백 배 더 강하다. 그런데도 달 중력이 조석현상의 주 원인이 되는 이유는 지구 입장에서 앞쪽과 뒤쪽이 받는 힘의 차이가 달쪽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해는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지구의 앞쪽과 뒤쪽을 당기는 힘의 차이가 달의 경우보다 더 적다. (정량적으로 달이 지구의 앞뒤를 당기는 중력의 차이가 해보다 두 배 정도 된다.) 마찬가지 오류를 한번 더 범하는데….

‘달에 의한 기조력 때문에 지구의 바닷물은 달을 향한 방향과 달의 정반대 방향 양쪽에서 부풀어 오른다.’ – p.62

달 앞쪽으로 부푸는 건 기조력 때문이 맞지만, 뒤쪽으로 부푸는 건 기조력이 아니라 달과 지구의 공전 때문이다. 즉 바닷물의 관성력[원심력] 때문에 뒤쪽으로 부푸는 것이다. 만약 뒤쪽으로도 부푸는 게 기조력 때문이라면 동주기자전을 하는 달도 뒤쪽으로 부풀어야 한다. 물론 지금의 달은 당연히 지구 쪽으로만 부풀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달의 모양은 등포텐셜면 모양에 맞춰져있다.)

이 5 번째 항목은, 달의 역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내가 틀렸다.

6. ‘~데본기 중기에는 1년이 약 400일, 따라서 하루는 약 22시간이었다! 이 결과는 하루의 길이가 2억 년에 1시간 길어진다는 추정치와 잘 맞아떨어진다.’ – p.64

여기에서 이종필 교수가 나열한 숫자로 계산해보면 데본기 중기에 1 년은 지금 우리 시간으로 365 일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몇억 년 동안 지구의 공전주기가 같았던 걸까?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내가 지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달이 지구에서 매년 3.8 cm씩 멀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도 해에서 매년 10 cm 정도씩 멀어진다는 걸 이야기할 수는 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변하는 건 꼭 조석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옛날에는 해와 지구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지구의 공전주가 더 짧았다는 뜻이다. 1 년이 약 400 일인 건 관측사실이지만, 하루가 22 시간이라는 건 이종필 교수가 직접 산술계산을 한 뒤에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계산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하다. 실제로 데본기의 하루는 22 시간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7. ‘그렇다면 블랙홀에 의한 기조력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스크린을 수직으로 가득 채운, 정말로 산더미 같은 파도는 아마 블랙홀의 강력한 기조력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밀러의 행성에서도 활발한 지각활동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 p.66

밀러 행성은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선에서 7 년이 흐를 때 1 시간밖에 흐르지 않는다. 그정도로 시간지연이 일어나고 있다면 밀러 행성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행성은 블랙홀 근처로 가면 당연히 기조력 때문에 부서졌어야 한다. 보통 천체에서도 큰 천체 반지름의 약 2.5배 되는 곳까지 접근한 작은 천체는 조각조각 부서진다. 하물며 블랙홀 옆인데 안 부서질 리가 있겠는가? 설혹 안 부서졌다 하더라도 자전이 멈춰 동주기자전을 하고 있었어야 한다.
하나 더 살펴보자면, 목성 주의를 도는 이오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서 물이 없다. 목성의 다른 위성들은 물(또는 얼음)이 엄청 많다는 걸 고려할 때 이오에 있던 물은 모두 분해돼 날아갔다는 걸 뜻한다. 따라서 밀러 행성도 조석력을 그렇게 강하게 받는다면 바다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어떻게 그 행성이 그렇게 밝겠는가? 주변에 뭔가 다른 밝은 별이라도 있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이 책에서 말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이 모든 걸 생각할 때 밀러 행성의 산더미 같은 파도는 조석력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책에서 이런 수많은 문제점을 무시하고 단순하게 기조력을 원인으로 몰고 가는 건 큰 오류다.

(이 글을 쓰면서 살펴보니 처음 발견했던 여섯 개 중 하나는 오류가 아니었고, 다른 두 개의 오류가 추가로 발견되어 모두 일곱 개의 오류가 됐다.)


다른 부분에 있는 오류도 살펴보자.

8. ‘이 경계면의 크기는 행성의 탈출속도가 광속과 같다는, 고전역학적인 조건을 써서 얻은 크기와 똑같다.’ – p.128

나도 이걸 직접 계산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다른 책(아마 『블랙홀과 시간굴절』일 듯)에 언급된 걸 보면 고전적 풀이가 15 % 정도 크다고 한다. ‘똑같다’를 ‘비슷하다’로 바꿔야 한다.

9. ‘Ia형은 쌍성계 별 중 하나가 다른 별에서 물질을 다량 유입해 어느 한계를 넘어섰을 때 초신성으로 폭발하는 유형이다.’ – p.177

꼭 오류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한 쪽이 백색왜성이고, 반대쪽이 거성[적색거성, 초거성]이라는 말을 넣었으면 정확한 표현이 됐을 것 같다. 실제 별에는 이 예 말고도 다른 경우가 매우 많으므로, 책의 표현은 너무 부정확하다.

10. ‘끈이론이 수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일관된 이론이 되려면 시공간이 10차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88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0 차원 시공간으로 끈이론을 세울 수 있다는 건 맞다. 그러나 가능한 모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 각각의 커다란 약점을 해결할 수 없다. 이 모델들을 11 차원으로 바꿔 약점 없는 하나로 합칠 수 있다. 따라서 위 표현은 11 차원이 됐어야 한다.


이 책의 문제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급하게 쓰다보니 기존 서적에서 그대로 내용을 옮긴 부분이 많았고, 덕분에 기존에 부정확한 번역물이나 옛날 책 내용이 그대로 옮겨지기도 했다. 그래도 편집자가 조금 더 실력이 있었다면 정확히 잡아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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