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제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 『인터넷 권력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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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권력 전쟁』을 읽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우연히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와서일까? 심심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이런 주제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이 많은 걸까?
아무튼 난 이 책을 읽었고, 이렇게 독후감을 쓰게 됐다.

인터넷이 처음 생기고 전 세계의 인터넷이 하나로 묶이는 오늘날 세계가 하나로 묶일까? 인터넷이 생긴 뒤 세계화가 점점 더
강력해지리라는 사람들과 지역화를 통해 인터넷을 각국의 국경 정하듯이 분할하려는 Offline 정부의 노력, 이 두 세력의 충돌로
인해서 발생하는 몇몇 사례들,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약간의 미래예측이 이 책 한 권을 가득 채운다.

야후와 프랑스의 소송전(戰), 인터넷 창시자 존 페리 발로우의 인터넷 루트(Root, 통제권) 회수에 대한 노력, 국경을 넘어
전개되는 (불법적인) 정보공유 P2P – Kazaa(우리나라의 소리바다 격인 데이터 공유 서비스)와 음반업계의 저작권을 둘러싼
전투, 중국의 인터넷통제, 스팸 정책, 도메인 네임 통제 등을 이야기하며 실제 성공한 서비스들은 정부의 제도와 보호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고, 그러므로 앞으로 지속될 인터넷 세상에서도 기존 정부의 존재는 계속되며 정부들로부터 모든 것에 대한 통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책은 끝맺는다.
이 책은 300쪽이 넘는 꽤 긴 책인데 전반 200쪽 정도는 지금까지의 인터넷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어 재미있지만 그 이후는 사실
거의 뻔한 이야기를 반복함으로서 그리 재미있다고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전반 200쪽 읽은 시간과 후반 100쪽 읽은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부의 통제가 갖는 의미와 통제가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등등은 맞는 말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2MB 정부가 들어서서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됐고,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내새워 미네르바를
구속하자 대부분의 자발적으로 활동하던 정치적 인터넷 논객들의 활동이 위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미네르바가 1심 무죄 판결로 풀려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계속 비관론적인 시각(예1, 예2, 예3(http://www.ebizstory.com/477))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고 있다.

인터넷에 올려지는 이야기 뿐만 그 어디에 올라가는 정보라 하더라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막힘이 있어서는 안 된다. 로마시대에 로마 곳곳에 지어진 정치 토론장  바실리카(Basilica)
에는 왕족이나 귀족, 시민 등 노예가 아니면 그 누구도 들어가서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풍토는 바실리카를 벗어나
목욕탕에서 각종 토론이 벌어지게 된 로마 후기 시대에 이르러서도 계속되었다. 오히려 목욕탕 토론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벌거벗은
상태에서 토론할 수 있으므로 더 평등한 토론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하지만 중국과 같이 내부적으로
통제되고, 정권이 싫어할만한 글을 올린 사람은 언제든지 사라질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라면 평등한 토론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의 정치적 탄압이란 측면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하나도 더 민주화가 되어있지 않다는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물론 이런 분야에 대해서 전공한 사람들은 글자 한 자 한 자, 용어 하나하나의 정의를 지적하며 우리나라와 중국은
다르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2MB 정권과 한나라당이 우리나라 인터넷을 통제하는 수단은 이 책에 나와있지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도 대략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1. 정치알바 고용

민에게 익히 알려지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론의 장은 형성되기 힘들다. 이러한 여론의 장이 형성되면 정부는 일단 알바를
고용하여 침투한다. 알바는 초기에는 같이 토론에 참여하는 듯 싶지만 조금 지나면 물타기, 엉뚱한 소리 하기 등의 작업을 통해서
토론 분위기를 흐린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정도에서 토론 참여를 포기한다.
2. 업체에 압력
업체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세무조사, CEO 협박(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듯..), 다양한 분위기 조성하거나 기업활동을 방해한다.


책 『인터넷 권력 전쟁』에서 주장하듯이 인터넷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도메인 통제다. 도메인을 삭제하거나 ip차단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특정한 몇몇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하나?


이 책에서는 꽤 멋진 몇 가지 이야기도 나오고, 엉뚱한 말도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온 멋진 이야기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인터넷은 어디서든 누구나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존 페리 발로우는 “정보는
자유롭고 싶어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정보는 사실 자유롭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정보는 분류되어 제목이 달리길
원하고, 정리되고 걸러짐으로써 사람들이 찾고, 상호참조하고, 소비해주길 원한다. 정보의 조직화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이 멋진 말대로 정보는 무언가에 의해 소비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아직 충분한 서비스가 준비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종 서비스의 사용자 간담회나 포럼 등을 보면 종종 싸이월드의 1촌과 같은 형식의 기능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위의 정보에 대한 기본속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1촌과 같은 기능을 구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싸이월드가 당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NS이고, 수익을 내고 있다곤 하지만 당장 SKCommunications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싸이월드(Cyworld)란 존재는 떠안고 가기 힘든 존재임에 분명하다. 1촌들만 볼 수 있는 자료는 검색을 할 수도, 분류를
하거나 제목을 달 수도 없고, 심지어는 자료를 올린 사람들에게조차 제대로 활용되기 힘든, 정보가 되기 힘든 자료들일 뿐이다.
당장 싸이월드에 대한 개발과 지속적 운영에 대한 의지가 SKCommunications에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반면 파일공유에 대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것이란 논리는 맞지 않는 말이다. P2P를 통한 파일공유 시스템은 인터넷 통제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뤄져서 네트워크를 타고 다니는 패킷 하나하나를 검열하여 삭제할 것인지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더 나아가 인터넷이란 놈의 효율성을 깡그리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단속과 P2P 서비스의 기술발전의 숨바꼭질만 계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잖게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P2P가 숨으면 그 것을 정부 뿐 아니라 사용자들도 알기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현실속에 P2P 사용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변화한다는 것에 대해 저자들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은 이게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저자들이 저작물에서 불법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자(Kazaa)의 애드웨어를 통한 수익창출 노력은 초기 P2P의 수익창출 노력과 관련된 것인데 이러한 방법은 카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초기 P2P업체들도 꽤 많이 시도됐던 부분이다. – 결국 이들은 꽤 많은 돈을 번 뒤 P2P에서 사라지고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당시 이들의 P2P업체, 그리고 명맥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의 변신한 업체들은 이름을 대면 여러분들도 거의 알만한
유명한 것들이다. (가장 간단하게 한동안 수십가지나 등장했던 가짜 백신들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서 사업을 일궜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들 중 두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첫 번째는 애플CEO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이야기다. 그는 아이튠즈를 만들면서 음악 한곡당 1$ 미만의 가격으로
한 곡씩 판매하는 시도를 한다. 바로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들과의 하모니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온 이후 아이튠즈를 비롯한 많은 음원 판매사들이
음원파일에 대한 암호화 작업을 포기하게 된다. 이는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변화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이베이(ebay)라는 경매싸이트를 만들어 억만장자가 된 피에르 옴미디아르의 이야기다. 이 사람은 이베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자 어느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짐을 챙겨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자신의 자서전에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때가 되었다
고 썼단다. 정말 멋진 사람이지 않나?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멋진 사람 등등이 정말 많다는 생각만 하면서… 『인터넷 권력 전쟁』의 독후감을 끝내려고 한다.

이 책을 읽을만한 사람…

1. 인터넷의 역사를 좀 더 세부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
2. 선각자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고 싶은 사람
3. 심심해서 지겨운 것이라도 재미있게 볼 자신이 있는 사람…..

ps.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첫 번째는 인터넷 루트 권한을 미국이 갖고 있는 현실이 언제쯤 바뀌게 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 책과는 무관하게 중국은 올해(2009년) 초에 인터넷 루트권한을 중국도 갖겠다고 발표했었다. 미국의 반발에 중국이 곧바로 없었던 일로 해버리긴 했지만, 머잖아 각국이 각자 인터넷 루트권한을 갖게 될 것이며, 중국은 타이밍을 재기 위해 엉뚱한 발언을 해 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9년 4월에 세계 기준화폐로서의 달러화를 폐지하고 새로운 기준화폐를 만들자는 발언도 했었다. 아마도 머잖아서 중국과 미국의 엄청난 싸움이 발생할 것 가다.) 인터넷의 루트 권한이 분산되는 때는 아마도 인터넷 주소체계가 IPv4인 현재의 체계에서 IPv6인 다음 체계로 넘어갈 때, 즉 현재의 영어 기본 주소체계에서 unicode 주소체계로 넘어갈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인터넷 통제에 대한 이약기로, 어쩌면 우리나라의 2MB 정부의 여론통제 시도가 일종의 실험대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LA는 원래 세계에서 가장 환경이 오염된 도시였다. 그런데 1984년 LA올림픽을 앞두고 LA당국은 각종 오염원이 되는 자동차 등의 운행을 강제 정지시켜버리고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는 공장 등의 가동도 중단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푸른 하늘을 경험하게 되자 “깨끗한 환경”에 대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법률을 바꿔 친환경적인 정책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오늘날에는 LA의 환경 정책은 미국, 더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축에 속하며, 경제적 손해로 반발하는 시민과 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다.
만약 2MB 정부의 인터넷 여론통제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이러한 통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절대 그렇게 될 것같지는 않지만…)

ps. 이 책을 읽으면서….

1. 비 국가적 도메인을 만들면 어떨까?
2. 휴면도메인의 광고와 낚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도메인을 접속해보면 현재의 도메인들이 얼마나 많이 낭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것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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