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패턴] 필 볼립, 조민웅, 사이언스 북스

사진집인지 과학책인지 약간 아리송한 책이다. 과학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쉬워서 입문용으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No comments

얼마 전에 책을 사려고 교보문고 홈페이지를 뒤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그렇잖아도 패턴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였고, 차례를 보니 소재 중 하나는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문했다. (이번에도 다섯 권 주문했더니 10만 원이 넘었다. 요즘 책값이 너무 비싸다….ㅜㅜ)

아무튼…. 열심히 들고 다니면서 다 읽었으니, 독후감을 써보자.

사진이 많아서 책 판형이 특이하다.

[자연의 패턴] Patterns in Nature

필 볼립 / 조민웅
사이언스 북스
1 판 1 쇄
288 쪽 / 양장
2`9500 원
ISBN 979-11-89198-53-4 03400
215*254 mm / 1236 g


원판은 2016 년에 출판됐고, 우리말 번역판은 2019 년에 출판됐다. 별다른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보통은 최신 트랜드에 뒤쳐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트랜드를 타거나, 최신이론을 다루는 것도 아니니, 100 년 전에 쓰여진 원고라고 해도 별로 상관할 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사진만 계속 최신으로 바꾼다면) 이 책은 앞으로도 기대수명이 꽤 길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9 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 장은 앞부분 서너 쪽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그 뒤 수십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절반은 과학책, 절반은 사진집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진집은 아닌 것이, 사진을 바라보는 측면이 좀 다르다.)

차례는 이렇다.

  1. 대칭
  2. 프랙탈
  3. 나선
  4. 흐름과 혼돈
  5. 파동과 모래 언덕
  6. 거품
  7. 결정과 타일
  8. 균열
  9. 점과 줄

시작은 기하학적 대칭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유사대칭, 변화의 반복 패턴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흐름과 혼돈을 이야기하는 4 장에서 모래 언덕에 대해 이야기하는 5 장까지는 창발에 대해 이야기한다. 6 장에서는 거품, 그리고 효율에 대해 이야기한다. 벌집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이런식으로 책이 계속 이어진다.

어떤 장은 고개가 갸웃 해질 수도 있다. 패턴과는 거리가 좀 있으니까. 근데 책을 읽어보면, 지은이가 왜 그런 것까지 포함시켰는지 알 수 있다.


설명하는 내용은 나로서는 뭐라 하기 힘들다. 이미 거의 모두 아는 내용일 경우 오류가 있느냐와 꼼꼼히 설명했느냐만 따지게 되기 때문에, 주로 이 책을 필요로 할 독자층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아무튼 몇 곳의 문제가 좀 보였으나,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패러다임을 막 잡고, 그에 맞춰서 시험을 봐야 할 중고등학생에게는 문제가 될 소지도 약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

  • 83 쪽 밑 오른쪽에서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기로는 물탱크 안의 ~~ 그 실험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해 놓았는데, 1960 년대에 나온 그 논문을 왜 다른 사람들이 검증하는 논문을 내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과학의 프로가 다루기에는 시시한 이야기거리인 건 분명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잘못된 내용이 퍼진다면 확실히 검증해 봐야 하지 않나? (심지어 이 이야기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논문이 틀린 걸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고양이는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안전하다는 논문도 있다. ㅎ
  • 86 쪽 8 줄 ‘선인장의 일부 싹 배열’과 90 쪽 그림 설명에서 ‘선인장 꽃’이라고 돼 있는 건 ‘선인장 가시자리’로 바꿔야 한다. 가시자리라는 낱말이 맘에 안 들면 성장점(생장점)도 괜찮다. 선인장은 성장점을 천적이나 자연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작은 가시로 뒤덮어 가시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꽃봉오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꽃, 꽃자리, 싹 등으로 부르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
  • 111 쪽 밑 오른쪽 7 줄에서 ‘카르만 소용돌이 줄기는…. 연못 표면에 표면 장력으로 떠 있는 소금쟁이의 움직이는 발에서도 생기고 곤충의 날개가 퍼덕거릴 때도 생긴다.’에서 소금쟁이가 지나가며 남기는 흔적(책에 실린 사진)은 카르만 소용돌이 줄기와 비슷해 보이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카르만 소용돌이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니까 예를 잘못 든 것이다.
  • 168 쪽 왼쪽 3 줄에서 ‘벌집을 일종의 굳은 밀랍 거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쌍살벌의 벌집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쌍살벌은 밀랍이 아닌 나무 섬유와 식물 줄기를 씹은 덩어리로 종이를 만들어 벌집을 짓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육각형 방 배열이 발견된다.’라고 씌여있는데, 쌍살벌집도 처음 만들어질 때 생기는 첫 구멍은 둥글다. 주위에 다른 구멍이 생기면서 점차 육각형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따라서 표면장력은 아닐지라도, 표면장력이 작용한 결과와 유사하게 보는 게 잘못된 생각은 아니고,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이유는 전혀 없다.
  • 으악… 전반부에 분명 잘못된 예가 하나 더 있었는데, 적어놓은 포스트잍이 떨어져 나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ㅜㅜ

글쓰기나 편집에 아쉬운 점도 몇 군데 눈에 띄었는데, 168 쪽 밑 왼쪽 12 줄에 ‘약간 휜 벽을 가진’에서 ‘휜’이 읽기 어려웠다. 사실 이 글자는 이 블로그에서도 읽기 힘들다. 아무래도 폰트 제작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195 쪽에서 타일 깔기를 설명하는 부분과 186 쪽의 그림 설명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설명을 기가 막히게 하거나, 설명도를 넣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오타를 지적하고 끝내겠다.

  • 195 쪽 오른쪽 13 줄 : ‘이물질’ → 이 물질 (이곳 내용상 이 띄어쓰기는 중요하다.)
  • 210 쪽 설명 3 : ‘이 결정 또한 황산구리지만 푸른색 혼합물로 만들어 줄 물 분자가 없어 모양 다른 두 결정이 구분되어 보인다.’ → 무슨 문장일까?
  • 224 쪽 밑 2 줄 : ‘~타격하고 연마하며, 작은 입자를 부수고 운반해 특정 모양을 조각한다.’ → 입자로
  • 9 장의 쪽수 옆에 쓰이는 장 이름에 8 장이라고 적혀있다.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나 책값이 비싸고, 대중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적어서 초판이 아직 다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재판을 찍어야 문제를 해결할 텐데 말이다. ㅎㅎㅎ

아무튼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사람이 과학에 호기심을 갖게 하여 입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근데 초보용 책이라기엔 설명이 좀 어려우므로, 너무 어린 학생에게는 읽으라고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ps.
근데 사이언스북스는 홈페이지 등으로 정오표 같은 것도 제공하지 않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도 않는 것 같더라…. 아쉽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