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확한 그래프는 이득인가 손해인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수학이나 물리 교과서나 참고서를 보면 그래프가 정확히 그려졌었나 아니면 대충 그려졌었나?
(물론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정확히 답변하시는 분들은 흔치 않겠지만…)
최근 수학이나 물리 교과서나 참고서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모든 것을 전문 툴을 써서 아주 정확히 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득이 될까 해가 될까?
확실한 것은 정확히 그리는 것이 훨씬 좋아보인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참고서나 교과서가 더 잘 팔릴 것 같다.
만약 수학책에 문제가 나오고, 그에 관련된 그래프가 대충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
우선 아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겠다.
두번째는 정확한 그래프를 그리지 않고, 대략적인 어림으로 문제를 푼다.
위의 두 가지 반응은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 꼭 필요한 반응이다. 정확한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그래프를 다루는 능력은 상당히 중요하고, 이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인 훈련이 있어야 길러지는 능력이다.
대략적인 어림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더욱더 중요해지는데, 문제에서 애초에 정형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을 때는 처음 문제에 접근할 때 대략 어림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차후 여러 가지 능력들로 세분화되는데, 맨 마지막에는 어떤조건들을 동영상 재생시키듯이 (상상 속에서) 시뮬레이션 시키거나 실상(實像)으로 볼 수 없는 관념 속에서의 형상(예를 들어 4차원 이상의 도형들)들을 다룰 때 나타나는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정확한 원, 직선, 이차곡선 등등의 그래프를 보여주는 교과서나 참고서는 이러한 발달의 기회를 막아버리는 것이 아닐까?? 상상의 기회, 도형에 대한 훈련의 기회를 막어버리는 것 같다.
2. 여러 작업을 하는 것은 이득인가 해인가?
어렸을 때…
우리 학교는 매우 작았고, 시골에 있어서….
소사 아저씨가 두 분이 계셨지만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돌을 나르거나 풀을 뽑는 등등의 작업을 하는데 학생들의 손을 많이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때만하더라도 잔디씨를 받아오라거나 아카시아 잎을 따오라거나(학교에서 기르는 토끼의 겨울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다.) 하는 등등의 작업을 많이 시켰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능력을 각성할 계기를 갖게 됐다.
뭐랄까~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일주일이면 친해질 수 있다. 타란튜라같은 독거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인 동물들이라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식물 키우는 일도 맘만 먹으면 뭐든 잘 키울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 그 식물의 특성을 파악해서 잘 키우게 만들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중지능 이론[footnote]다중지능이론에서는 총 8가지(나중에 9가지로 수정) 지능이 인간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이론이지만 현재의 지능지수(IQ) 평가보다는 훨씬 진보된 개념이다. 8가지 지능들은 다음과 같다. 음악적 지능(musical intelligence) 신체-운동적 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논리-수학적 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언어적 지능(Linguistic Intelligence) 공간적 지능(Spatial Intelligence) 대인관계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자기이해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연탐구 지능(Naturalist Intelligence) (9번째로 현재 제기된 지능은 신앙심 등과 관련된 실존적 지능(Existential Intelligence)이다.) 동식물에 관련된 지능은 자연탐구 지능(Naturalist Intelligence)이다. 나같은 경우는 대체적으로 논리-수학적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공간적 지능(Spatial Intelligence), 자기이해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연탐구 지능(Naturalist Intelligence)이남보다 넉넉한 편이고, 다른 4가지 지능들은 남들보다 많이 부족한 편이다.[/footnote]에서 다루는 영역중 동식물에 대한 영역에서 나는 발군의 능력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
이런 능력은 어렸을 때부터 동식물에 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비록 선천적으로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계발할 기회와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3. 영재교육은 집중과 이완의 연속이어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꼭 공부를 시키고, 책상 앞에만 붙들어 둔다고 제대로 키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전에 KBS에서 <세상속으로>라는 프로에서 ‘이성직’이라는 14살짜리 대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14살이란 어린 나이에 대학에 다니게 된 것은….. 그 부모와 주변 환경이 제공해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환경 때문일 것이다.
이성직 군의 경우에는 하루 8시간을 혼자서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완전히 노는 시간이라고 한다. 물론 그 나머지 시간동안 부모와 함께 책을 보는 (같이 공부하는 것이 아닌… 혼자서 독서하는) 시간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런데 TV도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 AFKN을 보더라…ㅜㅜ TV는 한국TV나 AFKN이나 비슷하다.)
4.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의미는 무엇일까?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는 누구나 다 잘 아는 유명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우리나라처럼 입시전쟁이 처절한 나라에서 이 말을 모르면 간첩이지 안을런지?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맹모는 처음 묘지 가까이에서 살았으나 맹자가 장례식 흉내만을 내는 것을 보고 시장 가까이로 이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사꾼 흉내를 내면서 놀므로 이 곳도 내 아들을 위해서 마땅한 곳이 아니라고 느끼고 서당 가까이로 집을 옮겼더니, 맹자가 예의 범절의 흉내내며 글을 즐겨 읽는 것을 보고 맹모는 이곳이야말로 내 아들이 있을 만한 곳이라고 확신하고, 결국 그곳에다가 주거를 정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맹모가 맹자가 어려서부터 놀리지 않고 죽어라 공부만 시켰으면, 맹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었겠는가? 맹모삼천지교의 고사성어를 보면서 사람들은 좋은 교육환경의 중요성만 이야기하지, 맹모가 부모로서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었던 것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5.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아이들은 아직 여백이 많은 백지와 비슷하다. (꼭 빈서판 이론처럼 들리겠다. ^^;)
그 백지는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그려지는 것이 바뀔텐데….
남이 그 백지에 그려주는 것이 많을수록 자신이 스스로 그리는 그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일수록 정보의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리는 방법도 자신이 그리면서 터득해 나가게 된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남이 도와줄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그 사람은 그 순간부터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모든 사람은 한 번은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에 차이가 나는 것 뿐이다.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다면 성인이 되어 자기가 그린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을테고, 성인이 되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다면 그림 그리는 시간에는 새로 그릴 공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서 뭐에 쓸 것인가?
참고서나 교과서의 대략적인 그래프, 소소하게 시간을 잡아먹는 많은 경험들, 자유로운 시간이 많은 교육법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에게 결정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결정되지 않은 부분을 아이들 스스로 채워나가길 기대하면서 행하는 교육방법들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교육열풍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평범한 아이들만 우글대는 극동의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난 그것이 두렵다.
그나마 내가 성장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았던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 주셨던 부모님들께 많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