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자료/문학 冊 쓰기] 소행성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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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를 떠나온 지 48일째.

우주선 안은 정적이 흐르고 있다. 항상 외로움에 지쳐 평소 수다 떨기를 좋아하던 선원들이 갑자기 침묵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도 손에 땀이 은근히 배어나와 수건으로 닦아냈다. 아까부터 빨간 불 두 개가 계기판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자동항법장치가 목표 지점에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알리는 불과 중력 변화측정기가 중력변화를 감지했음을 알리는 불이 동시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종실에서는 볼 수 없지만, 우주선의 창을 통해 본다면 잠시 뒤에 하나의 소행성이 맨눈에도 보일 것이다. 소행성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신비의 소행성 B612 때문에 아무리 침착해 지려고 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아 손에서 땀이 점점 더 많아졌다.

과거에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을 염려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소행성 사냥을 생각해 낸 것은 모두가 소행성의 위험성을 한참 염려하던 30년 전이었다. 당시 천문학 박사과정에 있던 나는 선배 천문학자들이 내 망원경 제작논문을 받아들이지 않아 절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타인의 인정을 받지 않고서도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소행성과 지구의충돌을 염려하기보다 소행성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이 이때였다. 생각을 발표할 준비를 끝낸 후 세계자원연합에 소행성 사냥에 대한 개념을 제안했다. 내가 처음 소행성 사냥을 나간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많은 소행성 사냥꾼들이 등장했다. 물론 소행성 사냥을 위해선 우주항해기술을 우선 개발해야 했다.대부분의 소행성은 금속질과 비금속질로 나눠지는데, 금속과 비금속이 동시에 섞여있는 소행성은 거의 없다. 원시 태양계에서 지구근처의 큰 소행성들은 다른 소행성들과의 충돌로 매우 뜨거워져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모두 액체로 녹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금속이 소행성의 가운데로 모였다. 그러나 주변의 소행성들이 거의 사라진 뒤에는 충돌이 줄어들면서 행성과 소행성들은 서서히 식어갔다. 그 이후 중력이 약한 소행성들은 다른 소행성들과 충돌하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튕겨 나가면서 소행성 바깥을 싸고 있던 석질 부분이 같이 부서져 떨어져나갔다. 결국 대부분의 큰 소행성들은 금속질로 이뤄진 둥근 부분만 남았고, 떨어져나간 석질조각들은 행성에 흡수되었다.그래서 큰 소행성의 경우는 금속질인 경우가 많다. 금속질 소행성의 성분은 지구 지각에서 얻기 힘든 성분이 많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특히 지구와 가까운 궤도를 갖는 세레스의 경우 지구를 위협하지는 않지만 거대한 몸집의 여기저기에 위치한 특이한 광산들이 발견되어 수많은 소행성 사냥꾼들이 자원채취를 위해 달려들었다. 큰 소행성에서는 지구의 핵에나 존재할 것 같은 무거운 밀도의 원소들인 이리듐(Ir)과 오스뮴(Os), 우라늄(U), 금(Au), 백금(Pt) 같은 귀금속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쉽게 채굴되었다. 덕분에 소행성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 지구의 희토류원소와 귀금속의 가격은 급락했다. 대량의 광물이 소행성에서 쉽게 얻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구에서 채굴하기 쉬운 자원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알루미늄(Al), 리튬(Li) 등은 소행성에서보다 지구에서 채취하는 것이 쉬웠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이 일은 항상 두려우면서 흥미진진하다. 새로운 소행성을 찾아다닌다던지 학술적으로 중요한 광물을 발견하는 경우도 무척 흔한 경우이고, 항상 우주항해를 위한 기술, 광물 채취 관련기술이나 위험성 재고를 위한 기본기술 등은 시시때때로 진보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참가자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이 일이 항상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5년 전쯤 소행성을 개발하기 위해서 항행하던 도중 크지 않은 소행성을 발견했던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큰 소행성에 비해 작은 소행성을 사냥하는 일은 안전하다. 이 이름 없는 소행성에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겉보기엔 특징 없는 소행성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우리 사냥꾼 선단은 일반적인 개발 절차를 따라서 이 소행성에 선착장을 만들고 안전망을 씌운 뒤 곧바로 발파준비에 들어갔다. 소행성 중력은 매우 작아 0.05g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우주로 날아가지 않도록 전체를 안전망으로 씌워야 했고, 특히 소형의 구난 우주정 한대는 언제 우주로 날아갈지 모르는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

발파작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졌으나 곧 작업자들의 외침이 무선망을 가득 채웠다. 발파작업을 무사히 끝낸 기쁨의 환호성이 아니었다. 발파의 충격파로 소행성에서 멀어져가는 작업자 한 명을 구출하기 위해 구난 우주정이 급히 출동해야했다. 그런데 폭파되어 약해져 있던 소행성의 내부에서 가스가 고압으로 뿜어져 나와 구난 비행정을 강타했다. 그러자 비행정의액체산소 탱크가 갈라졌고, 흘러나온 산소가 증발하면서 소행성으로부터 나온 가스와 혼합되어 다시 폭발했던 것이다. 이 폭발로소행성 광산 건설선 한 대와 화물 운반선을 추가로 잃고, 열 명의 선원들을 잃어야 했다.

작은 소행성은 폭발의 영향으로 크고 작은 네 조각으로 갈라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분들에 의하면 소행성은 춥고 어두운 태양계 외부에서 방금 날아온 것이었다. 수소가스가 증발되지 않은 상태의 이 외계물질은 밀폐된 내부에서 수소가 햇볕 때문에 열을 받아 압력이 증가해 발파작업의 충격으로 수소가스가 쉽게 외부로 분출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가정일 뿐이지만 개발의 안전을 위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이사고 이후 소행성 사냥꾼이 알려지지 않은 소행성을 발견하더라도 바로 개발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궤도를 분석하여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이 아님이 입증되어야 채굴이 가능하도록 명문화됐다. 또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은 안전성 검토를 마친 뒤에도 로봇에 의해서만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궤도 분석과 로봇을 통한 발파는 어렵지 않지만, 안전성 분석은 쉽지 않으므로 결국 새로 발견한 사냥꾼이 직접 채굴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태양계 근처의 소행성이 샅샅이 조사된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므로 자료에 없는 소행성은 사냥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도적 정비뿐만 아니라 우주선의 개선도 같이 이뤄졌다. 우선 우주선의 선체가 갈라질 경우 갈라진 틈을 메울 액체플라스틱을 갖추게 되었다. 액체 플라스틱은 우주선 벽의 내부에 포함되어 벽이 갈라질 경우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물질이었다. 제플입자도 이 때 등장하였는데 일반적인 모습은 고체인데 강한 충격파에 의해서만 액화되는 물질이어서 작업 중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이다.물론 오늘 가는 B612 소행성 부근은 태양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소행성이 새로 발견된다 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법률에 의해 개발은 제한되지만…….

나는 5년 전의 사고 이후 한동안 배를 타지 못하고 집에 머물러 있다가 5년 만에 다시 새로운 소행성을 사냥하기 위해 나섰다. 매력적인 소행성 B612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고의 후유증을 떨칠만한 큰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5 년간이나 공백기가 있었던 나에게 이번 항해가 맡겨진 것은 내가 갖고 있는 소행성 사냥꾼에 대한 역사적 의미 때문인 듯싶었다.

이젠 빨간 불들이 더 이상 깜빡이지 않고 계속 켜져 있다. 이제 거의 목표지점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선두에 위치한 정찰선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선장님 목표가 육안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속도를 동조하고 있습니다. “

다른 소행성들과 별다른 차이가 있을법하지도 않은 소행성 B612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구석이 있다.

“유명한 B612 소행성에 우리가 역사상 처음 방문한 것인데 파헤치기는 아쉽군. 탐지로봇을 보내서 정보를 수집하라. 조사선을 주위에 띄워 세세한 부분까지 영상으로 남겨라. 음…….”

‘소행성에 존재하는 활화산처럼 보이는 지형은 흔치 않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과 함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관측이 다 끝나면 결과를 보고하도록.”

정찰선에 지시를 내린 뒤 나를 보고 있던 항해사에게 지시했다.

“항해사. 우주선의 메인시스템과 백업시스템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의료기기와 의료선, 구난 우주정을 점검해 놓도록. 그리고 내 우주복도 준비해 줘.”

“직접 나가보시는 것입니까?”

“역사적인 소행성의 마지막인데 내려가 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자네는 안 내려가 볼 텐가?”

“하하하. 선장님이 다녀오신 뒤에 따로 내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게나.”

“지금 주무시고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뒤 조사가 끝나고 개발이 시작되면 선장은 한동안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선장들은 조사를 하는 동안 푹 잠을 자 두는 것이 관행이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우선 우리와 같이 비행해 온 소행성 관리국 감독관 로이모와 개발방식 등을 놓고 한바탕 싸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알겠다는 뜻으로 항해사에게 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고 조종실을 나섰다.

2.

작은 소행성 B612에 대한 통상적인 조사지만 족히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사령선의 감속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므로 그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고 돌아올 참이다. 우주선 안에서는 별다른 할 일도 없을뿐더러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을 해 놓지 않으면 선착장 건설이 끝날 때까지는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 승무원들은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경우에는 운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다. 운동을 게을리 하면 소행성에서의 중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약한 중력에도 몸을 가눌 수 없어 작업을 하지 못하는 등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운동은 운동기구에 스프링으로 몸을 고정시키고 가볍게 뛰기다. 인공중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화물선의 경우는 운동하는 것조차 거추장스럽다. 화물 운반용 우주선은 조종실과 그 밖의 생활공간은 우주선의 중심에 만든다. 우주선중심은 원심력에 의한 인공중력을 이용할 수 없는 큰 단점이 있지만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선(Cosmic ray)으로부터 선원과 중요 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한 장소다. 우주 항해를 장시간 할 경우에는 운동부족으로부터 오는 질환 정도는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다. 우주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DNA 파괴로 인해 암 같은 여러 질병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뇌에 이상신호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쉬 피로해지거나 정신질환까지 불러온다. 그리고 우주선(Cosmic ray)이 우주선의 중요 기기들에 쪼여질 경우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선 가장 심각한 것이 메인프레임 컴퓨터의 오동작이다. 방사선이 반도체를 통과할 때 미세하게 발생하는 이온들은 트랜지스터의 증폭을 통해 커다란 신호로 증폭된다. 대부분의 오동작 신호들은 걸러지지만 때때로 코어가 타버리는 경우도 많고, 데이터가 상실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고속으로 작동하는 메인 프레임 이외에도 저속으로 작동하는 백업 프레임을 두 개나 마련해두고 있다. 백업프레임은 속도가 느린 만큼 편의를 위한 기능은 모두 제한되고, 생존을 위한 기능들만 통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B612는 어떻게 한 번 관측되고 그 뒤 관측되지 않게 됐을까? 운동기구를 바꾸다보니 불현듯 이런 궁금증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B612는 과거 천문학자가 한 번 관찰하고 놓쳐버린 그 천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천체는 태양을 초점에 둔 타원의 궤도를 그리며 운동하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딱 두 번 관찰하면 그 이후에는 어떤 경우에도 위치를 알 수 있다. B612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지구상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한 것이므로 최소한 세 번 관찰해야 나머지궤도를 추정할 수 있었을 테지만 한 번밖에 관찰할 수 없어 그 이후 소행성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뒷날 추정을 통해 이 소행성에 그 유명한 B612의 이름을 부여했지만, 정확한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나?

운동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선장이라고 하더라도 우주선에서 큰 방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겨우 몸을 넣을 수 있는 몸에 딱 맞는 수면실과 옷장, 책을 두거나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전부다. 그나마 다른 선원들과의 차이라면 책상과 의자를 두는 공간이 좀 더 넓다는 것뿐이다. 벽에는 칠판과 계획표, 사진 등이 붙어있다.

벽의 가장 위쪽에 붙어있는 사진은 이번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모여서 찍은 가족사진이다. 사냥꾼이 되기 전에 학교에서 결혼한 아내 쿨짹, 그리고 결혼 첫 해에 얻어 이제 스물여섯 되는 딸 로이필레 그리고 유명한 천문학자이신 아버지 깐또르피오 박사까지 네 명이 모여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 깐또르피오 박사는 젊어서 중성미자성(neutrino star)이라는 특이한 현상을 발견해 유명해진 뒤 꾸준히 성과를 내는 유명한 천문학자시다. 중성미자성이란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별의 이름이다.

중성미자는 경입자(lepton)에 속하는 소립자로 질량도 거의 없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다. 다른 입자들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하기도 힘들고, 어떤 물질이든 유령처럼 통과해간다. 이 입자들은 평소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한 장소에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 무거운 블랙홀이나 중성자성 또는 거대한 은하나 은하단 주변에서는 공간의 왜곡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중력렌즈(gravity lens)가 만들어진다. 중력렌즈현상은 천체관측이 이뤄지던 초기부터 비교적 쉽게 관찰되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무거운 천체가 아닌 중성미자들이 모여들어도 똑같은 중력렌즈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중성미자들은 서로 뭉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순식간에 흩어지고, 중력렌즈현상도 그만큼 빨리 사라진다. 중성미자가 모였을 때 무거운 가상의 천체가 있는 것 같은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중성미자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아버지가 처음 중성미자성을 관찰했을 때는 0.001초 만에 중력렌즈효과가 사라졌다. 그 후 많은 관측에 의해서 좀 더 길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었다.

중성미자성이 발견되기 전에는 중력렌즈 효과를 측정하면 항상 이론치보다 실험치가 조금 더 크게 측정되곤 했었다. 중성미자성을 관측한 이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하여 우주에서의 중성미자의 밀도, 중성미자의 질량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암흑물질(Dark matter)에 대한 정보가 더 정밀해질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력렌즈 효과에 대한 결과로부터 질량이시공간을 왜곡시키는 량에 대한 좀 더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한 발견이 이끌어낼 수 있는 과학적 영향은 이보다 더 크기는 힘들지 않을까? 금세기 최고의 연구결과는 결국 우주항해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의 연구들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실 만큼 가치가있다.

가족사진 밑에 붙어있는 또 다른 사진에는 내가 활짝 웃으며 우주선 앞에 서 있다. 사냥꾼으로서 첫 출항을 하던 날 찍은 사진이었다.

공부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한 뒤 난 무엇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에서 소행성의 지구 충돌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발견했다. 내용 자체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솔직히 쓸데없는 내용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기 전에 막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책은 사소한 실수가 있을 때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책을 보는 순간 문뜩 소행성은 자원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우주선을 띄워 소행성의 구성물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여러 친구들에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우주선(Cosmic ray;宇宙線)이었다. 우주선(Cosmic ray)은 1차 우주선과 2차 우주선이 있는데, 1차 우주선은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 소립자이고, 2차 우주선은 1차 우주선이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여러 공기 원자들과 부딪히면서 생성되는 (1차 우주선보다 좀 적은) 고에너지 소립자들이었다. 지구에서는 고지대나 비행기를 탔을 경우를 제외하면 우주선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1차 우주선이우주선(space ship:宇宙船)의 벽을 뚫고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간 우주여행을 한 승무원들은 건강에 큰 문제를 겪게 된다. 행성 간 우주여행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우주여행 중에 장기간 노출되는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건강이 너무 쉽게 나빠지기 때문이었다. 직접 눈에 보이는 암이나 백혈병 등의 병보다는 기형아 출산율이 증가하는 등이 더 큰 문제였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우주선(space ship)에 우주선(Cosmic ray)이 투과되는 것을 막을 것인지에 대해연구가 오랫동안 행해지고 있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오래전에 대학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그 방법은 간단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선(space ship)의 외곽과 생활공간을 상온초전도체 막으로 감싸는 것이었다. 이중의 초전도체 막에 서로 반대방향의 전류를 흘려주면 생활공간과 우주선 외부에는 자기장이 형성되지 않으면서도 두 초전도체 막의 중간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된다. 에너지가 너무 큰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우주선은 자기장을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에는 화물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광물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으로는 제격이었다. 물론 생활공간이 우주선의 중심부로 제한되기 때문에 관성력을 이용한 인공중력효과를 활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초전도체 막을 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3년이나 전자기방정식들과 싸움을 해야 했다. 그 연구가 끝나는 날 나는 정부에 당당하게 우주선 제작과 소행성 사냥에 대한 기본적 제안서를 내놓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제안서는 무능한 정부 관료들에 의해서 여러 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정부 관료를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사진속의 우주선을 건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천문학자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천문학자 되기를 싫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학부과정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내가 아버지의 바람대로 천문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연구한 일은 거대한 망원경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우주에 지름 50 아르짜리 원형 고리를 만들고, 구의 일부분 모양의 EP장을 이중으로 펼친 뒤에 그 사이에 기체나 플라즈마를 넣는’기체렌즈 망원경’ 아이디어였다.

이전의 금속박을 반사막으로 이용하는 금속박 반사망원경들은 지름이 약 4.5 아르가 한계였다. 더 크게 만들면 우선 망원경을 회전할 때 막이 찢어질 가능성이 너무 큰데다 모래알 같은 입자와 부딪히기만 해도 전체가 변형되기 쉬웠다. 그래서 그 주변에 강력한 전기장을 형성시켜 작은 입자들을 흡수하면서 지름 4.5 아르짜리 망원경을 가동했다. 물론 전기장에 의해 변형되는 금속박의 모양도 고려해야하는 등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런 망원경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동속도도 무척 느려졌다. 작은 망원경을 여러 개 만들어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도 검토되었지만, 모든 조각들이 동시에 좋은 조건일 확률이 거의 없었다. 좋지 못한 상태의 망원경 빛이 관측결과에 포함되면 전체의 관측수준도 심하게 떨어졌다. 더군다나 햇볕 등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온도의 불균일이나 자체진동 등의 문제도 발생했고, 관측하고자 하는 전자기파의주파수별로 망원경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결국 더 큰 금속박 반사망원경은 제작되지 못했다.

반면 내 아이디어였던 기체렌즈 망원경은 온도 등에 대한 고려를 거의 할 필요가 없었다. 전체를 하나로만들 수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조각을 모아 하나의 대형 렌즈처럼 만들 수도 있었다. 제작비용은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저렴하겠지만 작은 조각을 모아 만들면 운영비용이 더 저렴한 장점이 예상됐다. EP장을 끄면 바로 렌즈가 사라지기 때문에 모래 같은 소행성들과 충돌했을 경우에도 큰문제가 되지는 않을뿐더러 EP장의 모양을 조절하거나 기체의 종류와 밀도를 조절하여 초점거리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관측대상의 전자기파의 파장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물론 예상되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EP장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렌즈 내부의 기체에 생긴 공명현상 등을 해소해 줘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 문제를해소하기 위해서는 렌즈를 만들고 오랫동안 기다리거나 렌즈를 만들면서 특정한 부분만 통과하는 빛만 모아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반응속도 문제와 활용제한은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았었다. 특히 먼 별들을 관측하는 기기라지만 망원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좀 더 정밀하게 초점을 조절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기고 있었는데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내 아이디어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나의 제한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금속박 망원경을 크게 만드는 것에 대한기술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 기술적으로나 성능 상으로나 나의 의견이 우위에 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기존의 한계 속에서 헉헉대는 학계에 실망한 나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내가 우주선을 만들 때처럼 공을 들였다면, 아니 우주선보다 더 적은 공을 들이기만 했어도 망원경을 만들도록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의 첫 항해 기념사진 옆에는 우주선 앞에서 멋지게 폼 잡고 찍은 내 사진 옆에는 서른 명 정도의 사람이 달박달박하게 모여서 찍은 단체사진이 있었다. 그 뒤로 소행성 사냥용 우주선이 있는 것은 위 사진과 비슷했다. 소행성사냥을 하는 20년 동안 기술이 계속 발전해서 우주선을 자주자주 바꿔줘야 했으므로 다른 우주선이었다. 화물칸은 더 커졌고, 안전을 위한 백업시스템과 탈출시스템 등이 추가로 갖춰졌다. 한 선단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배로 움직이던 것이 이제는 여러 배를 하나로 묶어서 한 우주선(space ship)으로 만들어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수준도 더 강화되어 소행성까지의 항해를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크게 좋아진 것이다.

사진은 5년 전에 출항하기에 앞서 찍은 사진이었다. 저 사진속의 인물들 중에 열 명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세 대의 우주선을 타고 저 세상으로 간 충격으로 내가 5년간 사냥꾼을 중단했던 것이고, 그 이후 저 사진을 꼭 챙겨갖고 다니게 되었다. 저 사진 속의 인원들이 지금 나와 같이 한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샤워나 해야겠다. 샤워실은 우주선 생활공간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 설치되어 있다. 우주선이회전하면서 발생하는 관성력을 이용해서 물이 자연스럽게 샤워실 아래쪽으로 떨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우주선(spaceship)에서 우주선(cosmic ray)을 막는 더 좋은 방법이 마련된다면 더 자유로운 조건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우주선의 전체 모양에 제약이 심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샤워실은 우주선 감속의 영향으로 선미 방향으로 살짝 틀어져 있었다.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통신기를 조종실에 연결했다.

“현재 상황이 어떤가?”

“특별한 상황은 없습니다. 현재 우주선은 거의 감속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로봇들이 목표물을 조사하고 있지만 특별한 보고는 없는 상황입니다.”

“알겠네. 난 잠시 눈 좀 붙일 테니 보고가 올라오면 깨워주게.”

3.

눈을 뜬 것은 항해사가 긴급벨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시계을 보니 아직은 두어 시간쯤은 더 자야 하는 시각이었다.

‘무슨 일이지?’

내게 긴급벨이 울렸으므로 소행성 관리국의 감독관 로이모에게도 울렸을 것이다. 보아하니 우주선이 고요한 것이나 직접 날 깨우러 오지 않은 것을 볼 때 우리 선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우선 조종실에 통신을 연결했다.

“항해사? 무슨 일인가?”

“아! 선장님. 중력 변화측정기가 계속 경고신호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다만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뭔가가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관측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감독관에게도 연락했나?”

“네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연락하시거나 조종실로 오시지는 않았습니다.”

“알겠네. 곧 가지.”

태양계 내에서 중력계로 감지할 만큼 큰 천체가 그것도 소행성 사냥꾼에게 처음 발견되는 일은 최근에는 거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들어 온 작은 소행성임이 분명할 것이다.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금방 멀리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므로 얼른 조종실로 가서 확인해봐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물수건을 한 장 꺼내 세수를 했다. 그리고 정복을 갖춰 입고 조종실로 향했다.
조종실에 들어서자 빨간 불 하나가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깜빡이는 속도로 봐서는 중력의 변화가 매우 작음을 알 수 있었다.

“변화는 어떤가?”

“분석하고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기계고장도 체크해 봤지만 다른 중력 변화측정기도 같은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넘겨주게.”

데이터가 선장 의자의 앞에 떠올랐다. 우선 주변 천체가 뿌려진 스크린을 보니 근처에 B612 이외의 천체가 검출되지는 않고 있었다. 다음으로 중력 변화 측정치를 살펴봤다. 경보가 있기 오래전부터 오차의 한계를 넘나드는 작은 신호에서 시작하여 점차 증가하는 중력변화가 감지되어 있었음은 분명했다.

문제는 신호가 아직 너무 미약해서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중력 변화측정기의 감도한계로 표시된 구 안쪽에 어떤 물체와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각이 표시되어 있었다. 중력 변화측정기의 단점은 질량이 작은 물체는 위치한 방향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측정한 결과에 해당하는 구각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그 이외에 수집된 특별한 정보는 없다. 대부분의 탐사로봇들이 B612 조사에 투입되어 있어 조사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광학적으로 특이점은 없나?”

“좁은 영역의 적외선에서 자외선 영역까지 조사를 해 봤습니다만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세한 조사를 하려면 B612를 조사 중인 로봇을 불러들여야 합니다.”

항해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듯 나를 뻔히 올려봤다. 빠른 시간 안에 B612 조사를 마치기 위해서는 로봇을 불러들이면 안 될 듯싶었다.

“여유 탐사위성은 몇 개 남아있나?”

“네 개 있습니다. 탐사위성으로 조사하기에는 개수가 너무 부족합니다.”

‘음…….’

곤란하다. B612 개발을 잠시 지연시키거나 좀 더 데이터를 수집한 뒤 탐사위성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신호를 놓쳐 소행성을 찾지 못한다면 귀찮고 깐깐한 감독관이 내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물론 나 스스로도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관리들은 시간관념이나 위기의식이 없이 결과가 나오면 자기들의 공을 챙겨가기 바쁜 족속들이 많았다. 이번에 우리와 함께 온 감독관 로이모는 다른 감독관보다 좀 더 심한 편이라는 소문이 있다. 만약에 이번 항해가 B612 개발이 목표가 아니었다면 감독관 가운데서도 최고참에 속하는 감독관 로이모는 미리 내정된 다른 감독관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에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감독관이니 미확인 비행물체를 놓쳤을 때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탐사위성을 이용해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방향을 알아야 하는데 어느 방향에 미확인 천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햇볕이 어두워서 관찰이 힘들다지만 그래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하지?”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항해사가 나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또는 무얼 바라냐는 듯 나를 빠끔히 쳐다봤다.

태양계는 케이퍼 벨트까지 대부분의 천체들이 이미 모두 관측되어 항해하는 우주선의 DB에 확실히 입력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 미확인 비행물체가 갑자기 발견된다면 외부에서 날아오는 소행성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직 광학적으로 관찰할 수 없고, 중력변화가 검출된다면 우리 우주선에서 태양 반대편으로 향한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소행성이 아니라면?’

잠시 스친 생각을 접어두고 항해사에게 명령했다.

“탐사위성 1기를 태양의 반대방향으로 날리게.”

항해사는 탐사위성 발사대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원에게 발사 명령을 전달했고, 현장에서는 발사준비에 들어갔다.

조종실 문이 열리면서 로이모 감독관이 들어왔다.

“아…….”

감독관은 조종실에 들어오면서 급하게 뭔가 말하려다말고 입을 닫았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3차원 분석표를 보고 설명을 듣기 전에 대충 눈치 챈 것 같았다.

‘망할 감독관!’

나는 속으로 소리 질렀다. 내 앞의 자료를 보는 것은 분명 정당하지 못한 행동이다. 선장이 보는 정보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되기 때문에 스크린이 특별하게 제작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러 훔쳐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볼 수 없다. 분명 귀찮게 할 정보를 모으거나 참견하기 위해서 느지막이 어슬렁거리며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독관이 무엇을 하느냐보다 선장으로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사 준비됐습니다.”

“발사”

“발사”

내 자리에서 탐사위성 발사대로 직접 연결되어 있던 통신포트를 통해 나의 명령이 전달되자 현장에서도 명령을 반복하며 탐사위성을 발사했다.

“어떤 명령을 한 것이죠?”

감독관이 내가 어떤 명령을 한 것인지 설명을 요구했다.

“자료를 보셨으니 대부분 아시겠지만 미확인 비행물체를 찾기 위해 여유분 탐사위성 한 기를 날렸어요.”

“어떻게 미확인 비행물체의 방향을 알아내서 탐사위성을 날린 건가요?”

“가장 높은 확률이라고 판단되는 대로 태양 반대편으로 날렸어요.”

“음……. 외계에서 날아온 소행성이라 생각하시는군요?”

“…….”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방금 전 날아가기 시작한 탐사위성이 전해오는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항해사. 탐사위성이 보내오는 신호를 열어주게.”

항해사는 정보를 내 앞에 뿌려주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항해사. 탐사위성이 보내오는 신호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도 열어주게.”

지저분한 데이터 속에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정보가 있을까 해서 두 데이터를 동시에 보기 시작했다. 컴퓨터의 필터링은 유용한 정보를 쉽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아주 가끔이지만 내 직관력이 더 나은 경우가 있었다. 중력 변화측정기가 반응한 것으로 봐서는 탐사위성이 10분 이내에 신호를 보내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하는 불안감을 애써 내리눌렀다. 현재 탐사선이 날아가는 방향으로의 확률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발견될 가능성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케이퍼 벨트는 태양에서 벌기 때문에 태양계 내부에 비해 천체들의 운동속도는 느린 편이고, 처음 중력변화가 측정된 뒤 지금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미확인 비행물체의 속도도 무척 느리게 움직이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럴 땐 중력 변화측정기들끼리 상호 연동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탐사위성에 중력 변화측정기를 싣고 이동하면서 변화를 측정한 뒤 같은 시간에 측정한 우주선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천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DB를 구축했다곤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빠진 천체들도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까지 포함하여 DB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사냥꾼이란 직업이 더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나와 항해사와 감독관을 비롯한 조종실의 모든 사람들이 퍼즐조각 맞추기에 여념없다.

4.

탐사선으로부터 들어오는 잡음같은 자료들은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뭔가 잘못됐음을 말하고 있다. 골치가 아프다.

“태양 반대편으로부터 오는 소행성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오는 거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소리에 조종실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동그란 눈을 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항해사, B612에 나가있는 조사로봇을 불러들일 준비를 하게.”

조사로봇의 중력 측정 장치를 이용해 탐지를 해볼 생각이었다. 기본적인 원리로는 주변에 탐사선을 띄워 가속되는 방향으로 미확인 비행물체의 위치를 추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치 측정 오차 때문에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조사할 영역이 넓기 때문에 탐사선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충분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탐사선이 충분히 조사하지도 못했는데요? 좀 더 있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음- 몇 개를 불러들일까요?”

“아냐. 탐사선으로 모두 조사한다고 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일인 만큼 조사로봇을 다 불러들이게. 그리고 탐사선도 불러들이게.”

어차피 B612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또 시간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내가 손해를 감수하면 된다. 채취한 화물을 실어나를 후발대가 도착하기 이전에 선착장만 개설하면 큰 문제는 없다. 그것보다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확인하는 것에 호기심이 더 끌린다.

“선장님,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탐사선을 전부 불러들여 개발이 너무 늦어지게 되면 전 선장님이 B612 개발에 관심이 없다고 연방에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감독관이 끼어들었다.

나는 의자를 돌려 감독관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놓쳐도 좋겠냐는 뜻을 뾰루퉁한 표정에 담으면서 감독관의 의견을 물었다. 감독관도 분명 미확인 비행물체를 놓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탐사선 없이 찾으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조사선을 한 대만 불러들이고, B612 조사와 미확인 비행물체 탐사를 동시에 진행하라는 이야기일까?

“이미 다 짐작하고 있으시지 않습니까? 힘드시겠지만, 연방의 B612 개발 허가권을 고려한다면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B612 조사는 아직 20%도 채 되어있지 않다. 조사선 한 대로 조사를 모두 진행하는 것보다는 조사선 두 대를 이용해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찾은 뒤 B612를 다시 조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대로 두 대 분량의 작업을 하면 두 배의 시간이 아니라 서너 배의 시간이 걸릴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B612 개발 허가권과 미확인 비행물체 탐사랑 무슨 상관이라나 말인가? 하지만 감독관의 말을 안 들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예정대로 개발해도 2~3일이 걸릴 것이고, 내 생각대로 한다 해도 추가로 하루는 족히 더 걸릴 텐데 감독관의 말대로 하자면 또 다시 하루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강철 같은 체력의 소유자라 불리는 나지만 모든 작업을 나 혼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시간도 훨씬 더 걸릴 테고, 효율성 면에서 안 좋을 텐데……. 연방의 뜻이라도 융통성을 발휘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연방에 대해서 성의를 보여 달라는 뜻입니다. 다른 방안이 있으면 그에 맞춰 생각해 봐도 좋구요.”

팔꿈치를 궨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고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결국 감독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자를 돌려 항해사에게 명령을 다시 내렸다.

“한 대는 B612를 조사하고, 다른 한 대의 조사선만 불러들여 주변 탐사를 위해 준비하도록.”

항해사가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깐 나를 바라봤으나 바로 탐사 담당자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B612에서 독까지 조사선을 가져오는데 10분, 독에서 조사선의 바퀴를 로켓으로 교체하고 연료를 채우는데 약 20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준비가 되면 어떤 방향부터 조사해야 할지도 힘든 문제다. 일반적이라면 태양 반대편이 아니었으므로 소행성이 회전하는 방향과 비슷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천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체적으로 예상 방향부터 탐색해볼 수 있었지만 너무 탐사가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항해사? 소행성이 위치할만한 방향의 가능성에 대해서 컴퓨터는 뭐라고 답하고 있나?”

“13-65 방향이 가장 높은 확률이라고 나옵니다만 다른 방향과의 확률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항해사가 답변을 했다. 내가 묻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역시 충실한 항해사답게 자료에 대한 분석을 이미 끝내놓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항해사와 부항해사의 찰떡콤비였다. 사람들의 특성은 여러 가지인데 항해사를 보면 꼼꼼함의 대명사라고 할만했다. 상대적으로 부항해사는 직감이 뛰어나서 종종 항해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하는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인지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이번 B612 개발은 부항해사에게는 첫 번째 부항해사로서의 임무였다. 그래서 부항해사의 일을 아직은 살펴주고 있어야 했다. 이런 항해사와 부항해사의 찰떡콤비는 두명이 임무를 교대할 때마다 조종실 분위기를 바꾸게 했고, 우주선 전체의 분위기를 미묘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업무에 있어서도 신기할 정도의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컴퓨터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결과를 내놓고 있었다.

“우선 확률이 높은 곳부터 한 방향씩 점검하도록 하죠? 13-65 방향부터 시작해서 B612를 중심으로 하는 구로 나누고 탐사합시다.”

감독관은 쓸데없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렇잖아도 미약하지만 B612의 중력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임을 탐사대의 모든 승무원들은 안다.

“네.”

특별히 티 나지 않게, 그러나 건성으로 답변하고는 컴퓨터를 조작해서 탐사할 위치들을 꼼꼼히 연결하기 시작했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정체를 몰라 밀도를 알 수 없으니 일단 밀도가 큰 금속질 소행성이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크포인트를 촘촘히 위치시켰다. 간단한 것 같아도 B612, 조사선, 목표 소행성이 모두 움직일 것이므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만약 탐사선 두 대를 동시에 미확인 비행물체 탐색에 사용한다면 탐색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므로 소행성 움직임에 따른 중복 탐색지역을 더 줄여 효율이 높을 수 있을 터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하자면 연방의 관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별한 일은 발생할 것 같지 않으니 자리에 앉아서 일단 잠깐 눈을 붙여야 하겠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지금쯤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이고, 앞으로 개발시간을 고려한다면 지금 자지 않으면 앞으로 잘 시간이 없다. 뒤를 돌아보니 감독관은 벌써 조종실을 빠져나가고 없다.

눈을 떠보니 항해사가 날 깨우고 있다. 조사선을 탐사선으로 개조했다는 보고와 태양 반대편으로 보냈던 탐사선을 회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상황판을 보니 B612 조사는 아직도 지지부진이었다.

“탐사 시작하게.”

5.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탐사보다 B612 조사가 먼저 끝났다. 중력 변화 측정기의 반응을 볼 때 미확인 비행물체는 멀어져가고 있었다. 만약 미확인비행물체의 정체를 못 밝힌다면 감독관에게 책임을 꼭 묻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확률을 생각해보자면 미확인 비행물체는 상당히 낮은 확률이라 생각했던 위치에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선착장 착륙.”

소행성 개발은 개발 시작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 선착장 비행선을 착륙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뒤 여러 장비들을 선착장을 통해 투입하고, 소행성 주변으로 가늘고 긴 철사와 투명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안전망으로 감싸 외부로 날아가는 승무원과 장비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무원들은 질량도 얼마 안 나가고, 소행성의 중력이 작기 때문에 일단 공중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구난우주정이 승무원의 상태를 파악해 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물론 승무원 위치 발신용 무선기기를 갖고 있어 우주속의 미아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승무원이 소행성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기 전에 승무원을 구하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기 때문이다. 또 소행성을 폭파할 때 작은 파편들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행성에서 구멍을 뚫는 등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액체나 기체를 분사하여 마찰을 줄여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밀폐작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외부를 싸는 작업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결국 인공 대기를 만드는 것과 비슷했다. 인공대기에는 헬륨을 주로 사용하는데, 헬륨은 곳곳에 위치하는 연료 공급 기지를 통해서 쉽게 공급되었다. 안전망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행성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설치된다. B612의 경우 크기는 작아도 모양이 구형이기 때문에 변화를 좀 더 민감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다른 소행성보다 조금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선착장 비행선은 우주선에서 분리되어 B612에 서서히 다가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된 곳에 내려앉는다. 일단 선착장이 자리 잡으면 큰 한 고비는 넘긴다. 2차적으로 선착장 주변의 지질을 다시 조사선으로 조사를 시켜 안전하게 위치했는지 확인한다. 철저한 안전을 위한 절차다.

안전을 생각하니 5년 전 악몽이 다시금 떠오른다. 특별히 안전을 위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항해사. 우리 B612에 내려가 보도록 하지.”

항해사는 소행성을 둘러보는 것보다 잠을 자는 것이 어떻겠냐는 표정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승무원에게 우주복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차피 준비해 놓은 우주복도 있고, 지금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직접적 경험 또는 추억이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그동안의 체험 덕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싫다고 해도 끌고 나갈 생각이다.

“부항해사는 조종실로 와서 항해사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부항해사는 내 명령을 듣고 금방 조종실로 와서 항해사와 나는 비행정을 바로 타고 B612로 내려갔다.

B612의 표면에 사뿐히 내 발자국이 찍혔다. 소행성 표면에는 부드러운 입자들이 거의 없지만 B612의 표면에는 부드러운 입자들이 많았다. 하긴 B612는 크기에 비해서 둥근 모양인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보통 크지 않은 소행성들은 감자 같은 모양을 갖고, 바위는 칼날같이 날카롭기 그지없는 모서리를 갖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소행성이 금속질이건 석질이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B612의 표면 중력은 생각보다 크다. 달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일반적인 소행성이 갖고 있는 중력보다는 훨씬 센 편이다. 분명 B612의 내부에는 밀도가 매우 큰 금속성 물질들이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B612의 표면에 부드러운 발자국이 남을 정도로 부드러운 입자들이 많은 이유는 이상할 정도로 큰 중력 때문이 아닐까? 이상할 정도로 큰 자기장도 측정된다.

항해사와 나는 소행성 위에 있는 활화산으로 다가갔다. 화산을 맨 손으로 만져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한 쪽에 사진기를 설치하여 활화산과 사화산이 동시에 나오도록 위치시킨 뒤 항해사와 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재미있는 몸놀림을 몇 분 동안 촬영하였다. 4차원으로 찍힌 사진은 항해사와 나 사이에 두고두고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충실한 항해사에게는 오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항해사, 장비 투입을 시작하라.”

생각보다 빨리 선착장 주변의 안전성 조사가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항해사와 나는 특이점 몇몇 곳을 더 둘러본 뒤 우주선으로 돌아와 항해사에게 사진기의 사진을 복사하고 쉬라고 말했다.

6.

부항해사는 교본대로 차례로 우주선의 각 장비선들을 분해하시 시작했다. 분해된 장비선들은 하나하나 선착장으로 다가갔다. 선착장을 통해 투입되어야 하는 장비들의 순서를 맞추느라 부항해사가 바삐 조종판의 이것저것 눌렀다. 독에서는 독 나름대로 외부로 장비를 출발시키고 있다. 문제는 중력, 로켓의 성능, 장비선과 장비의 질량 등을 고려하면 작업이 꽤 복잡하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작업시스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부항해사는 이 프로그램 운용에 자신이 무엇인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부항해사? 문제가 있나?”

“네. 저~”

내가 조종실에 도착하여 질문하자 실수가 무엇인지 확실히 모른 상태에서 답변을 흐렸다.

“우선 독에서 장비들의 출발을 멈추도록 하게.”

“네.”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부항해사가 답변했다. 이미 출발한 장비들이 너무 많아서 각각의 장비들의 궤도를 계산해서 선착장으로 순서대로 가져가는 게 쉽지 않았다. 나에게 있었던 5년의 공백에 감각이 무뎌졌음을 느끼면서 15분 만에 장비들의 착륙 순서를 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장비들의 출발 순서도 다시 검토하여 몇몇 장비들의 출발 순서를 변경하였다.

처음 출발한 장비들이 나중에 착륙하기 위해서 큰 궤도를 그리며 한참을 돌아가도록 조정했다. 미확인 비행물체를 탐사하는 탐사선과의 충돌도 고려해야 했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위치는 이제 알기 힘들어졌다. 아직 중력 변화탐지기의 유효거리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 위치가 아직 탐사하지 않은 곳에 남아있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장비들에 대한 조정을 모두 끝낸 뒤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실무적으로 컴퓨터를 조정해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오래전이었다. 어느새 뒤쪽에 감독관이 와서 보고 있었다. 조종을 끝내고 잠시 쉬려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직 실력이 남아있군!’ 하는 투의 눈빛을 내게 쏟아내다가 금방 거두고 이전의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인 시선을 다시 주었다.

“소행성은 어땠습니까? 상륙은 잘 되어가고 있죠?”

아무런 의미 없는 감독관의 질문인줄 알기에 건성으로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다시 조종석으로 향했다. 일단 장비를 모두 착륙시킨 뒤에는 항해사에게 안전망을 설치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쉬어야겠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탐색 때문에 추가로 시간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이 훨씬 넘어섰다. 우주선에서 출발한 작은 장비들이 우선 B612의 선착장으로 도착하고 있었고, 순서를 기다리던 큰 장비들은 멀찌감치 궤도를 돌고 있었다. 작은 장비들은 주로 작은 구멍을 뚫는 장비들과 폭파장비들이고, 큰 장비들은 주로 소행성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우주선 화물칸에 싣기 위한 장비들이다. B612의 특징이 작은 소행성답지 않게 화산이 존재한다는 것이므로 아마 발파 시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냉각장치도 준비할 필요가 있을듯 싶다. 먼저 선착장으로 내린 작은 장비들이 미리 계획되어있던 지점으로 이동해가는 것이 확인됐다. 뒤이어 큰 장비들중 일부가 선착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고”

일정은 늦어졌지만 문제없이 무사태평하게 일을 처리하던 순간 조종실의 중앙화면 한 가운데에 갑자기 붉은 색의 경고문구가 떠오르며 경고음이 모든 선원들에게 자동으로 전달됐다. 경고문구 뒤로는 응급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되어 선착장에 상륙하기 위해 대기하던 우리 장비 중 가장 큰 화물 운반선이 미확인 물체와 충돌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화물 운반선의 예상궤도와 충돌한 물체의 예상궤도가 잠시 뒤 자동 계산되어 화면 한 가운데에 표시되었다. 충돌한 물체의 질량 계산 값도 거의 정확하게 계산되고 있었다. 상당히 컸다.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미확인 물체는 오랫동안 탐색선이 찾고 있던 미확인 비행물체임이 분명했다. 미확인 물체의 궤도는 우리 장비의 관찰범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물체의 위치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광학적으로는 관찰되지 않고 있었다.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충돌로 인해 부서진 부분 정도만 살짝 관찰됐다. 메인 컴퓨터는 미확인물체의 궤적을 약 4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 계산하여 보여주었다. 그 이후에는 좀 더 정밀한 계산을 해야 하는 관계로 우주선의 컴퓨터로는 무리가 있었다.

“화물운반선의 궤도 유지를 위해 보조로켓 출동하라. 우주정에 전파발신기와 간단한 측정 장치를 부착하고 미확인 비행물체를 확인하도록 하라. 광학적 관측이 되지 않으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탐색선을 회수하여 중력검사기를 활용하고, 컴퓨터의 예상 진로를 활용하도록. 특별히 조심할 것.”

어느새 경고음을 듣고 항해사가 뒤에 도착해 명령하는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감독관이 흥미롭다는 듯이 미상, 관측불능 등의 자동으로 실행된 프로그램의 문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우주정에 탑승하여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항해사가 먼저 나서서 자원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미확인 물체의 정체는 여러 가지로 신기한 면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중력 변화는 측정되면서도 그 이외의 방법으로는 관측되지 않는 대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중성미자성이라면 그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중성미자성의 수명은 기껏해야 0.001초 미만이다.

항해사를 우주정으로 보내면 확실히 믿을 수 있겠지만 화물운반선을 제 궤도에 올리고, 수리하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선택을 해야 한다. 여기, 사령선에 한 명, 우주정에 한 명, 그리고 보조로켓에도 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부항해사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해사는 보조로켓에 탑승하여 화물운반선을 확인하고, 안전을 확보한다. 부항해사는 우주정을 타고 탐사선을 회수하여 미확인물체를 찾는다. 부항해사는 특별히 주의하도록.”

항해사는 불만의 표정을 보였지만 곧 보조로켓이 준비되어있는 독으로 갔다. 부항해사는 뜻밖이라며 약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항해사의 뒤를 따라 독으로 나가고 있었다.

“부항해사? 어디까지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게. 미확인 물체를 놓친다 하더라도 4년분의 궤도가 계산되어 있어. 나중에 다시 탐사대를 꾸릴 수도 있다고. 알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

항해사와 부항해사가 나간 뒤에 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무척 궁금하다. 항해사의 임무는 인명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흥미를 끌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보다는 중력 변화측정기에 측정되면서도 전자기파로는 관측되지 않는 부항해사 쪽의 문제가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자기파로 관측이 되지 않는 물체라면 모든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우리가 관측범위로 사용하는 주파수의 전자기파만이라도 방출하지 않는 물체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런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검은 물체라도 반사하는 특정 전자기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전자기파를 방출하지 않는 물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간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감독관과 함께 이번 발견에 대해서 약간의 토의를 했다. 감독관도 이번 발견이매우 흥미 있는 일이라는데 동의했다. 전자기파를 방출하지 않는 천체, 즉 미확인 비행물체의 존재는 천문학계를 발칵 뒤흔들만한 중요한 발견이라는데 뜻을 동의하고 있었다.

먼저 연락해온 쪽은 비행거리가 짧은 항해사 쪽이었다.

“선장님. 화물 운반선과 보조로켓을 연결했습니다. 화물운반선 시스템에 접촉하여 자가진단을 확인한 결과 화물을 싣는 부위가 심하게 찌그러든 것 이외에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작업에 투입할 수 있겠나? 다른 기기들이 모두 착륙한 뒤 선착장으로 착륙해서 수리할 것을 검토해보게.”

“단순한 기계 동작부위라서 2시간 정도의 수리만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네. 수리에 전념해주게. 독으로 연결해서 수리 부품을 운반하도록 조취 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한 편 부항해사에게서는 연락이 없어서 먼저 연락을 해 봐야만 했다.

“부항해사. 현재 상황은 어떤가?”

한참 뒤에야 부항해사는 답변을 했다.

“목표물의 예상위치에 접근하여 중력측정기를 이용해 중력을 측정했습니다만 중력 변화측정기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소행성의 위치를 탐지할 수 없었습니다. 탐색기에 중력측정기만 단순히 장착해 찾으려 했던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는 중력측정기 사용을 포기하고 우리 우주선의 이동경로 변화를 이용해서 측정하니 목표물에 거의 접근한 것이 확실합니다만 측정오차가 너무 커서 목표물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전혀 관측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종실의 중력 변화측정기를 살펴보니 아직은 측정범위 안에 있었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뒤면 측정할 수 없는 곳으로 나갈 것 같았다. 응급 프로그램에 떠 있는 충돌한 물체의 예상위치도 중력 변화측정기의 예상과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충돌의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퍽”

부항해사와 연결된 무선의 스피커에서 뭔가 둔탁한 충돌소리가 들렸다.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스피커 뒤쪽에서 바삐 오가는 알아듣기 힘든 대화를 들으며 보고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곧 이어 비상 경고음 소리가 무선을 타고 전해졌다. 쉽게 미확인 비행물체와 우주정이 충돌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목표물과 우주정의 가벼운 충돌이 있었습니다. 우주정 안전은 이상 없습니다. 별들이 가려지는 위치를 확인하여 접근하고자 했는데 이 물체의 밀도가 높아 겉보기 각도가 작아서 거리를 잘못 조정하였습니다. 음…….”

“목표물의 정체는 확인했는가?”

…………….

우주정의 탑승자들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부항해사?!”

부항해사에게 보고를 종용하기 위해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내의 신경질적인 소리는 무선을 타고 우주정으로 전파되었다.

“목표물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주선 같습니다. 정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주정의 로봇팔로 목표물에 매달려 있는데……. 우리 우주선만큼이나 큰 규모입니다. 엄청납니다. 완전히 검정 색이어서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화물선과 충돌한 부분의 일부만 찌그러져 금속광택이 나고 다른 곳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십시오.”

나도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검어 보이지도 않는 우주선이라니?? 하긴 그러니 B612에 그렇게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아무도 모를 수 있었던 것이겠군.’ 하고 생각했다.나도 모르게 감독관을 돌아보았다. 감독관도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우주선만한 우주선이라면 우리가 회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주정과의 채널을 열어놓은 채 감독관에게 말했다.

“전파 발신기를 양쪽에 2개 부착해놓은 뒤에 나중에 회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러자 무전기 너머에서 항해사와 부항해사와 승무원들이 서로 토론하듯이 말했다.

“전자기파로 관측이 안 된다면 나중에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색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주정에는 전파발신기는 있지만 도색할 수 있는 자재는 없습니다.”

“뭔가 대안으로 사용할만한 것은 없을까?”

“이 플라스틱을 열로 녹여서 중요한 곳에 붙여놓도록 하죠?”

“그래도 전체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우주선에서 도료와 장비를 갖고 가는 것이 좋을 듯싶은데요.”

“현재도 충분히 작업이 늦어졌어. 채굴이 늦어지는 건 별 상관이 없지만 채굴 장비와 환경은 일정 안에 갖춰야 해. 후속대들도 이미 오고 있어. 후속대가 오기 전에 우리 화물칸을 가득 채워야 한다고.”

“차라리 레이저로 표면을 변형시키는 것이 어때요?”

“그건  나중에 원래대로 만들 수가 없잖아. 이 건 중요한 발견이야. 차라리 나중에 충돌위험이 있더라도 그냥 놔두는 것이 나아.”

“어떻게 해서든 관측만 하면 되는 것이니 선체 자동 복구장치의 액체 플라스틱을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거 괜찮은 생각인 걸요! 대신 우주정 승무원들은 모두 우주복을 입고 있어야겠어요.”

특별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도료와 장비를 갖고 가는대는 몇 시간이 더 필요했다. 좀 위험한 방법이지만 특단의 조취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목숨을 담보하는 작업이라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네들 목숨이 걸린 문제야. 그건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방법이네. 우선 전파 발신 장치를 두 개 붙이는 작업을 하게!”

그리곤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니 갑자기 제플입자가 생각났다. 제플입자는 특별한 목적 없이 다용도로이용하기 위해 우주선에 비치하는  물질이다. 이 입자는 평소 고체이면서 쉽게 변형되면서 다른 물체와 부딪히면 순간적으로 액체로 변하고, 진공에 노출돼도 증발하거나 하지는 않는 우주에서는 만능 물질이었다. 선체 자동 복구장치의 액체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전에는 응급용으로 우주선이나 우주정의 벽에 삽입되던 물질이었다. 제플입자가 우주선의 벽면에 부딪히면 충돌부위가 순간적으로 액체로 변했다가 다시 고체로 변하면서 달라붙을 것이다.

“우주선에서 물총 쏘듯이 목표물에 제플입자를 쏘면 어떻겠는가? 효율성은 낮겠지만 약간이라도 묻으면 전체윤곽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모두들 맘에 드는 방법은 아니지만 대안 또한 없다. 그래서 우주정은 전파발신기를 붙이고는 우주선으로 복귀하기 시작했고, 우주선에서는 목표물에 제플입자를 무더기로 발사했다. 목표물에 제플입자가 달라붙기를 기다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왜 누가 우주선을 관측 불가능하게 만든 것일까?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뒤쪽에 계속 있던 감독관을 바라보았다. 감독관은 팔짱을 끼고 한동안 기다리더니 한 마디 했다.

“보고서는 내가 작성하지.”

“그래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전 너무 오랫동안 못 자서 가서 잠 좀 자야겠습니다.

보고서는 관행적으로 개발선 선장이 작성하도로 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감독관에 의해 검수되어 지구로 전송된다. 그런데 감독관이 선심 쓰듯이 대신 보고서까지 작성해준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 감독관의 호의로 작성된 보고서는 다음과 같았다.

B612 소행성 채굴 기지 설치 보고서

B612 소행성에 대한 조사에 총 3 일 21 시간 소모하여 무사히 채굴 기지 건설 완료.채굴 기지 건설시 사건사고 없음. 특이점 없음.

B612는 특이점이 많은 원형의 소행성으로 표본과 물리적 성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됨. 각 특징은 별도의 자료로 첨부함.

B612 연구를 위한 전문 지질학 연구요원의 파견을 요청함.

참고 : 미확인 비행물체 발견에 대한 보고

B612 채굴 기지 건설 중 중요한 정체불명의 우주선 발견. 태양계에서 제작한 우주선이 아닌 것으로 추정됨.약 200만 톤 규모의 대형 우주선으로 3년 이내의 궤도까지 계산되며 이 안에 회수해야 함.발견 시에 우주선 선체 일부 파손되어 있었음. 전자기파로 관측 불가능한 특성.전파 발신기 2기 장착과 제플입자로 차후 회수를 위한 관측방법 확보해 놓음.우주선에 대한 별도의 자료를 첨부함

우주선 회수팀 적임 예상자 추천 : B612 개발선 선장 ○○○○○○

<첨부자료 1> <첨부자료 2>

ps. 관측불능이었던 이 검은 우주선은 나중에 Eipsilon 유적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end>

글 쓴 날 : 200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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