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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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om with a View)
2020.06.01 언론시사회
롯데시네마 건대점

솔직히 제목만 봤을 땐 딱히 끌리는 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사회에 신청자가 적었다. 그래서 마감 직전에 신청을 했다. 당연히 당첨확률이 높았겠지? ^^;;;; 그렇게 해서 전철을 타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런데….. 한강을 건너는데 정말 볕이 좋았다. 그래서 상영관까지 가지 않고서 뚝섬역에서 내렸다. 한강변에 머문 건 10여 분 뿐이었지만, 비릿한 햇살을 받으며, 옷깃 안으로 파고드는 산뜻한 바람을 즐겼다. 물론 거기서부터 극장까지 걷느라 온 몸이 땀에 젖기는 했지만!

이 영화 [전망 좋은 방]은 오늘 내가 한 행동과 비슷한 영화였다. 따사로운 햇볕을 쪼이고자 계획을 깨고는 맘 가는 대로 하기….. 이 영화는 햇볕을 쫓은 게 아니라 사랑을 좇은 거지만…. 그런 면에서 [썸원 썸웨어]와 비슷한 면도 있다.


줄거리를 살짝만 살펴보자. 영화감상에 무리가 없을 정도만…

여자주인공은 사촌언니와 함께 해외여행중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호텔로 들어왔다. 그러나 남향의 전망 좋은 방을 예약했지만, 호텔은 북향의 전망이 정말 별로인 좁디 좁은 방을 내어준다. 사촌언니는 계속해서 시끄럽게 투덜댄다. 이때 같이 식사하던 아저씨가 자기네 방이 전망이 좋으니, 방을 바꾸자고 한다. 사촌언니는 저런 사람은 다 꿍꿍이가 있다며 거절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방을 바꾼다. 방은 정말 넓고, 전망이 좋았다. (대신 방을 바꾼 아저씨의 아들(남자주인공)은 좀 투덜거리지만….) 언듯 보자면, 여자주인공은 사촌언니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기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 밖에 막 내놓아진 온실속 화초처럼….

작은 시골이다보니 관광하는 동안 이들 넷은 자꾸 만나게 된다. 사촌언니는 탐탁잖게 생각하지만,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게 끌린다. 그걸 눈치로 알고 있는 사촌언니는 이 둘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 둘은 운명인지 계속 만나게 되고….

남자주인공은 늘 뭔가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 편이며, 행동이 충동적이다. 그래서인지 양귀비가 핀 보리밭에서 사색에 빠져있던 남자주인공과 그에게 다가가는 여자주인공… 돌발적으로 키스한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사촌언니가 이것을 보았고, 황급히 돌아가 절반밖에 지내지 않은 방을 빼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이 사는 동네로 이사오게 된다. 여자주인공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사제가 우연히 피렌체에 마주쳤는데, 이 사제가 남자주인공 부자를 동네의 월세방에 소개시켜준 것이다. 그리하여 사촌언니 때문에 멈췄던 사랑이 다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그 사이에 여자주인공은 동네 남자와 약혼을 해버렸다는 것…..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뒷이야기는 딱히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노련한 사랑꾼이 되어가는 여자주인공은 어떻게 자기 사랑을 쟁취할까? 이 영화에서는 그걸 보면 된다.

결말은 모두 예상했던 대로
  • 남녀칠세부동석

영화를 보는 내내 사촌언니의 행동에서 남녀칠세부동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문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남녀의 만남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이 영화에서 남녀칠세부동석은 여자의 사랑을 억누르는 관습 또는 악습일 뿐이다. 이 영화는 그 악습을 타파하고 자신의 사랑을 좇는다는 것이 주제니까 남녀칠세부동석은 중요한 소재가 된다.

  • 종이비누

이 영화의 배경은 언제인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를 보는 동안 꽤 오래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차량보다 마차, 증기기관차 등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화에서 종이비누를 쓰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종이비누는 나온지 오래된 물건은 아닐 텐데…..?

약간의 고증 실수라고 가볍게 생각하자. ㅎㅎㅎ


  • 소설책 같은 구성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소설책 같다. 각 장이 있고, 그 장이 시작할 때마다 ‘XX 에게 거짓말을 했다.’ 같은 제목을 보여준다. 이 제목은 대체적으로 적절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제목이 방해만 됐다. ‘무슨 거짓말을 하나 두고보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생각의 텀이 긴 소설책이었을 때는 이 제목이 큰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의식의 흐름이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에서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거기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건 그거대로 잊아먹고 영화에 집중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은 제목이 나올 때마다 집중력만 흐트러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내게는 중간중간에 나오는 제목이 없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고스포드 파크] 느낌

[고스포드 파크]는 15 년쯤 전에 상영된 영국영화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각본상도 받았다. 분야는 수사물인지, 미스터리인지 좀 헤깔리는 편이었다. 영화의 분야 같은 게 비슷한 것은 아니고, 촬영기법이나 영상 분위기 같은 게 참 비슷했다! 이 영화가 좋았다면 [고스포드 파크]도 한번쯤 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반대도…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의 계획을 파괴하는 것 이외의 방법도 있다.

이건 그냥 이 영화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영화와 연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이 영화가 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결말이 달라보일 것이라는….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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