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영화 <Knowing>의 줄거리는 이렇다.
50 년 전에 윌리엄 도즈 초등학교 개교일에 타임캡슐을 묻는다. 이 타임캡슐에는 아이들의 미래의 꿈에 대한 상상화를 넣은 뒤 50 년 후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타임캡슐 개념을 응모했던 루신다라는 여자아이는 그러나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숫자를 빼곡히 써 넣는다.
50 년 뒤 루신다의 숫자를 받은 케일랩은 숫자들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란 걸 직감하고 집으로 가져오는데, 숫자들은 천문학교수이자 케일랩의 아버지인 주인공 손에 들어가 의미가 밝혀지게 된다. 이 메시지는 50 년간의 대형 사망사건들의 시간과 발생장소를 적은 숫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2009 년 10 월 19 일에 전 인류는 멸망한다는 그런 의미였다.
이 메시지를 계속 추적하던 주인공 존은 태양에서 초대형 플레어가 발생해서 지구를 덮치고, 이로 인해서 인류가 멸망할 것이란 의미를 해석해낸다. 존은 자신과 자신의 아들 케일랩과 루신다의 딸과 손녀딸 넷이 함께 멸망을 피할 지하 동굴을 찾아 떠난다.
(스포일러 경고)
그러나 루신다가 메시지를 다 적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존은 나머지 메시지를 찾다가 초등학교 지하에 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위치를 알게 된다. 이러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헤어진 존은 열심히 뒤쫒아가 결국 아이들과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의 밑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처럼 외계인들이 멸망할 생물들의 씨를 보존하기 위해 지구에서 샘플을 수집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존은 아들 캐일랩과 루신다의 손녀 애비를 우주선에 태워 보내고 목사인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이 영화의 스포일러는 대략 이렇다. 이제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과연 거대한 플레어가 발생하면 지구의 생물들이 대량멸종할까?
플레어는 태양에서 전자, 양성자, 헬륨원자핵 등을 광속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속도로 거대한 불기둥을 이루며 뿜어져나오는 천문학 현상이다. 보통 대형 플레어라면 수 일 정도에 걸쳐 형성되며, 에너지 방출은 몇 분 정도만에 끝난다. 플레어에 의한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면 지구에서는 통신위성이 망가지는 등의 사건은 물론이고 지자기가 흐트러지면서 지표면 부분부분에 강력한 자기변화를 유도하여 가전제품, 변압기 등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중간에 플레어가 닥쳐오면 어떨지에 대해서 주인공이 잠깐 이야기하는데, 100 마이크로테슬라(μT) 세기의 자기장이 지구 지각의 1 마일(약 1.6 km) 속까지의 생물을 멸종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 그럼 100 마이크로테슬라(μT)는 얼마만한 크기의 자기장일까? 보통 나침반을 움직이게 만드는 지구의 자기장(지자기)은 20~80μT이고,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지자기는 50 μT인 것을 감안하면, 100 μT가 가해지면 전력시설을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플레어가 강력하더라도, 지구에 도달했을 때는 약해진다. 지자기가 약하여 지구 표층이 플레어의 자기장에 들어난다 하더라도 지구의 대기가 모두 사라지기까지는 무척 긴 시간(보통은 수천 년)이 걸린다. 플레어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니까, 지구 생태계에 약간밖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 (또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불꽃이 일면서 멸망하는 모습도 사실상 있을 수는 없다. 헬리혜성 꼬리가 지구와 부딪힌다고 인류의 멸망을 예상하던 모습과 이 영화 속의 장면이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또 한 가지는 플레어가 일어나는 주기성에 관련된 문제다. 외계인의 우주선은 마치 성경의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 만약에 노아의 방주가 슈퍼플레어로부터 일어난 사건의 은유적 표현이었면 그때부터 시간을 따지면 창조론자들의 시각으로 볼 때 약 4000~6000년만에 다시 슈퍼플레어가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정도….. 아니 호모사피엔스를 떠나서 크로마뇽인, 호모 에렉투스 등등을 포함하는 영장류가 존재하던 시간만 따지더라도 길어야 300만 년일 것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아주 긴 시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빈도로 발생한다면 5000만 개의 별이 있는 우리은하만 따지더라도 매년 몇 ~ 몇십 개의 항성플레어가 발생해야 한다. 항성플레어는 한 번 일어나면 외부에서는 오랜동안 관찰되는 현상이므로, 우리가 대형 망원경을 우주를 향해 설치한 20c 초반 이후 수많은 항성플레어가 발견됐어야 한다.
현재 관측에 의해 항성의 최고 크기로 알려진 태양질량 150 배 크기의 항성 중 하나인 에타카리나는 주변의 성간물질을 모두 먼 곳으로 방출하지도 못했는데도 수많은 성간물질을 계속 방출하고 있고, 벌써부터 별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항성의 크기가 커지면 에너지 방출이 많아지니까 당연히 플레어 현상은 더 빈번히 발생한다. 그러나 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태양 같이 작은 별들은 항상 거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겨우 하나 정도가 발견됐다. 즉, 슈퍼 플레어 같은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슈퍼플레어가 이 영화의 이야기처럼 자주 발생한다면, 지구의 생물들을 주기적으로 이들이 종족보존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당연한 심각한 문제점이 생긴다. 그들이 생기고 진화해온 별에서도 플레어가 비슷하게 발생했을 것이므로 그들 또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했는가?
그런 이면을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는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의 시각에 입각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전에 개봉했었던 <지구 멸망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과 이 영화는 미국에서 과학교과서 소송에서 패한 창조론자들이 일반대중을 세뇌할 목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심하게 든다.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미 미국에게 영화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 아닌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할 때 헐리웃 영화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ps.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재미있었냐고 하면 앞은 재미있었고, 중간은 그저 그랬고, 끝은 황당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절반만 보고 나온 사람이라면 재미있다고 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일반 헐리웃 공식에 입각하여 남자는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여자는 멍청하여 사건 해결을 방해한다는 형태의 영화 구성은 이런 영화를 두고 여성부가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ps. 2021.08.05 수정하면서 추가
글쓰기가 하도 엉망이라서 손을 봤다. 워낙 빨리 대충 손봐서 아직도 문제가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때 썼던 글들은 아이디어는 좋은데 글쓰기에 대해 막 눈을 뜨고 있었을 때라서 완벽하지 않고, 설명이 깔끔하게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그렇다…… 그런데 이 글은 처음 쓰려던 생각이 실제로 쓰다보니 꼬여버린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를 함의하여 쓰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창조론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끝난 그런 느낌이다. 아쉽다.
이 영화 이후 [2012]라는 영화가 비슷한 수준과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 영화 자체는 완전히 판박이인데, 결말 부분에서 외계인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만 좀 다르다.
다시 활발하게 블로깅을 시작했군요..
복귀를 환영합니다..
과학공책을 통해서 큰 발전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대인지뢰가 밟는 즉시 폭발하는데, 영화에서는 늘 발만 떼지 안으면 되는 걸로 나오는 것과 같이, 영화가 그리 완벽한 현실적, 과학적 가설을 가지고 만들지는
안는 것 같더군요. 스토리를 짜맞추기위해 그정도 허구는 늘 그냥 이해하고
보는 편입니다.
트랜스포머2를 극장에서 보고나와 그날 저녁 다시 이 영화를 봤습니다.
트랜스포머2의 스토리는 물론, 명장면 모두 기억속에서 깨끗이 지워져버리는군요.
그만큼, 단 3번 뿐인 사고장면은 너무나 리얼했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트랜스포머2>, <노잉>, <지구 멸망의 날> 모두 봤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겠죠???
확실히 노잉의 사고신이 롱테이크라서 리얼하다는 평이 많더군요.
롱테이크…. 갑자기 <서편제>가 생각난다는..^^
아…근데 전 <서편제>를 보지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