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전이 만드는 지자기 :: 자전 시리즈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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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 시리즈 #8

지자기는 아직 안 알려진 것이 더 많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것도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걸 참작해 주길 바란다.


지구뿐 아니라 태양, 중성자별, 블랙홀 등 모든 종류의 별이 자기장을 갖는 것 같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은 보통 몇 T에 달하는 자기장을 갖고 있고, 태양은 이보다는 매우 약한 100 G 정도의 자기장을 갖고 있다. 목성형 행성은 지구와 태양의 중간 정도인 몇 십 G 크기의 자기장을 갖는다. 심지어 소행성도 자기장을 갖는다. 그러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에 자기장이 생기는 원인은 비교적 명료한데 비해서 태양 같은 보통 별이 자기장을 갖는 이유는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자기장도 마찬가지다.

중성자별과 블랙홀 같은 특별한 천체의 자기장은 소립자의 기본 성질인 자기모멘트 때문에 생긴다. 물론 소립자의 자기모멘트 값은 0일 수도 있으니 자기모멘트를 갖고 있다고 꼭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입자를 뭉치는 과정에서 자기모멘트는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큰 천체는 강한 자기장을 가질 확률이 크다. 중성자별과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분광하면 매우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서 흡수스펙트럼이 작게 나뉘는 것이 관측된다.

특히 자기장이 강한 별인 마그네타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마그네타에서 일어난 지진이 관측되었는데, 이때 방출된 자기장의 변형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의 자기장을 변형시켜서 망가진 인공위성이 있을 정도였다. 어떤 학자들은 태양 부근에서 마그네타가 변형을 일으켜서 지구에 대사멸이 일어났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구의 구조 (출처 : zmescience.com)

태양계에 있는 여덟 행성 중에 목성형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지구에 비해서 매우 강한 자기를 갖는다. 그 이유는 지구 같이 딱딱한 고밀도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액체와 고체 수소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된다. 목성과 토성 주위에 있는 위성들은 다른 특이한 방법으로 자기장을 만든다. 그 이유가 너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고, 이것들이 정확하다고 여기기도 힘드니 이 글에서는 생략하자.

지구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중에 지구만 비교적 강한 자기장이 있다. 지구가 갖는 지자기는 지역마다 달라서, 보통은 0.2~0.8 G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평균 0.5 G다.

수성은 작은 만큼 자기장도 약하다. 화성은 옛날에는 강했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지금은 거의 관측되지 않고 있다. 금성은 자기장이 강할 것이라 추측했었지만, 예상외로 매우 약해서 과학자들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점은 더 큰 의문과 연결된다. 지구의 경우 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대기를 보호해줘서 대기가 유지된다. 반면 화성은 자기장이 사라진 뒤 태양풍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가 소실됐다고 생각된다. 수성도 자기장이 없어서 태양풍이 나트륨을 이온화시켜서 우주로 증발시키고 있다. 그런데 금성은 자기장도 없고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워서 태양풍도 더 강하게 부딪히므로 대기가 옛날에 모두 없어졌어야 했을 것 같지만 아직도 지구보다 몇 십 배 두텁다. 이 미스테리는 언제 해결될 수 있을까? 우선 이 문제는 덮어두고, 어떻게 지구형 행성에 자기장이 생기는지 살펴보자.


지진파 연구에 의하면 지구 구조는 내핵-외핵-멘틀-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내핵과 외핵은 철과 니켈이 주성분인 ‘니페금속’NiFe이라고 추측된다. 금속은 별 가운데는 압력이 매우 높아서 주변보다 온도가 더 높아도 고체가 될 수 있으므로 내핵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달을 포함한 지구형 행성은 성분의 함량은 별에 따라 다르지만 종류는 모두 같으므로 구조도 비슷하다. 자기장이 생기는 이유는 이런 별의 구조 때문인 것 같다.

페러데이의 유도법칙에 의하면 전류는 자기를, 자기는 전류를 유도한다. 이 원리는 이미 자동차 발전기에 쓰이고 있다. 액체금속인 지구 외핵은 전류가 만들어지기 쉽다. 온도와 자전속도가 다른 맨틀과 내핵 사이에 들어있는 전도성 액체는 마찰을 받으며 대류가 일어난다. 국그릇에서도 대류가 일어나며 솔리톤soliton이 만들어지듯이, 외핵에 만들어진 솔리톤은 지자기를 만드는 전류가 생기기에 조건이 좋다. 물론 이런 흐름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지자기도 수시로 변한다. 회전이 빨라질수록 액체 흐름도 강하고 복잡해질 것이므로 지자기도 강하고 복잡해진다. 여러분이 지구과학 수업에서 들어봤을 지자기역전현상은 아마도 이러한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지자기 북극과 남극이 지금도 매년 수 km씩 이동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이것을 다이나모Dynamo 이론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증명하려고 커다란 금속구 안에 나트륨(Na)을 넣고 가열하며 회전시켜 자기장을 만드는 실험을 해서 성공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꽤 유력해 보인다.

지자기 지도 (흰 선은 해령이나 해구)
출처 : Flicker johnbullas님

별이 갖고 있는 열은 처음 만들어질 때 중력이 공급했던 것과 방사성 동위원소가 핵분열하며 공급된 것도 있다. 이 열은 점차 우주로 방출된다. 따라서 별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식으면서 내핵은 커지고, 외핵은 그만큼 줄어든다. 지구의 경우 내핵이 커지는 속도는 1 년에 1 mm 이하다.

열의 근원을 생각할 때, 외핵과 내핵이 식는 속도는 별의 온도와 크기에 크게 영향 받는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해에 가까우면 표면온도가 높아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고, 크기가 크면 핵분열에 의해 공급되는 열이 많고, 그 열이 맨틀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잘 식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성은 내핵이 생기기까지 더 오래 걸린다.

달은 지구와 큰 소행성이 빗겨 충돌하면서 튀어나간 물질이 지구 주위에서 다시 뭉친 것이라는 대충돌설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이때 금속처럼 무거운 부분은 대부분 지구에 남고, 돌처럼 가벼운 부분만 우주로 날아가 달이 됐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달은 금속으로 이뤄진 핵이 매우 작고, 특히 액체인 부분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다이나모 이론이 예견하는 것처럼 자기장을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달이 갖고 있는 자기장은 중심부 핵에서 생기는 것보다 강한 자기장이 있던 옛날에 만들어진 암석이나 달에 떨어졌던 소행성이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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