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빨리 혹은 천천히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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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빨리 혹은 천천히 읽어야 하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독서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왈가왈부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일까?

나는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는 반에서 손안에 꼽힐 정도로 책을 빨리 읽는 편이었지만, 고등학교 1 학년 때부터 과학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책을 읽는 도중에 단어의 의미 하나하나, 문맥은 잘 파악하고 있는지 등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학책에서 이야기하는 사소한 설명까지도 정말 그런지, 왜 그런지, 저자는 어디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따져가면서 읽다보니 책 한 쪽을 읽는데 5분, 10분은 고사하고 30분이 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런 습관이 든 이유는…. 요즘도 그렇지만, 과학책을 쓰는 사람들의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독서 습관은 요즘들어서 점차 빨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느린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책을 늦게 읽어서 좋은 점 혹은 나쁜 점은 무엇인가?

책을 늦게 읽어서 나쁜 점은 딱 한 가지다. 무슨 시험이든 시험을 볼 때 지문이 길어지면 다 읽기가 어려워진다. 그 덕분에 대입 시험에서도 상당히 고생을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한 번 제대로 읽으면 꽤 깊이있는 부분까지 이해하는 것 같다. 세세한 부분까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고려하여 글 전체의 관계를 따지고 있다. 그래서 글의 요점 파악 등은 꽤나 정확한 편이다. 간혹가다가 너무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나 그럴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천천히 읽기를 권함』

마무라 오사무 지음/송태욱 옮김/샨티
8000 원/186 쪽
ISBN 89-953922-7-4 03800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천천히 읽으라고 고언한다. 책을 빨리만 읽는 것은 이 책의 저자 말처럼 책의 향기마저 느껴볼 겨를 없이 주마간산 격으로 금강산을 둘러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책을 느리게만 읽어야 하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용도에 따라서 빨리 읽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주옥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은 가벼운 재생용지를 썼고, 겉표지 색도 그에 맞춰 누렇다. 부피에 비해서 갖고 다니면서 읽기 참 좋은 편이며, 3.5 시간 정도면 다 읽을 만큼 쉽게 읽힌다.

하지만 이 책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추천해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이 갖는 특수성 – 일본의 정서에 맞게 구성된 책의 내용과 거의 책을 끼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공감 어린 시선을 유발하지, 일반 독자는 동감을 거의 불러일으키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젊었을 적에는 독서를 하면서 그러한 감각을 가진 적이 없었다. 더 성급했었다.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어떤 책에 감동한 적은 있었어도 독서 자체에 감동한 일은 없었다. 시간은 피어오르고 펼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지금은 확실히 독서의 감각이 달라졌다. 체감으로 알 수 있다. 언제쯤부터 알았을까, 그것도 알고 있다.
  바로 천천히 읽게 되고 나서의 일이다.

– 출처 : 본문 마지막

위의 글을 읽었는가? 그리고 말하는 바를 이해했는가?
당신은 이 책을 이미 다 읽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래도 이 책이 읽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추천하지는 않는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추천글을 보고, 읽고싶어 구입한 나같은 사람이 또 생기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기에…..

글 쓴 날 : 2006/10/09 03:08
마지막 고친 날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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