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술의 잘못된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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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도 처세술 책이 몇 권 꽂혀있다.
원래 나는 처세술이나 자기개발서적을 아주 싫어했었는데, 이들 분야의 책들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스티븐코비 방한 강의를 듣고, 접했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때문이었다. 강의를 듣기 전에도 이 책을 구매했었지만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강의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footnote]그래봤자 책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해서 연설한 것이지만…[/footnote] 결국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그 뒤 간혹 처세술이나 자기개발서적들을 읽어왔는데, 그 본연의 기능을 위해서 보는 목적 이외에도 남의 처세술을 내가 알아채기 위해서이기도 했다.[footnote]그러나 나는 남에게 처세술을 사용하는 걸 싫어한다.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잘 아실듯… 내가 처세술을 공부하는 주된 목적은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위함이다. 사실은 이게 잘 안 돼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footnote]

가장 최근 읽었던 Inuit 님의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다시 떠올려보자. 이 책 중 8장에는 ‘구조 왜곡’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수사학과 논리학에 대해서 나온다. 수사학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 쓰는 처세술이고, 논리학은 진리를 얻기 위해서 쓰는 탐구방법이다. 논리학은 처세술과는 거리가 좀 있다.
수사학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소한 yes 쌓기 기법과 발 들여 놓기 기법이 그것이다. 8장 독후감에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엉뚱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소비벽이 있는 사람들은 사소한 Yes 쌓기Accumulating Small Yes 기법이나 발 들여 놓기Foot in the door 기법에 자주 당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소한 Yes 쌓기라는 것은 사안과 큰 상관이 없거나 상대방이 쉽게 양보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이용해서 승낙(Yes)를 받은 뒤에 점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내용까지 확장해가는 수사학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중공군에 포로가 된 미군들의 쇄뇌과정이 사소한 Yes 쌓기의 가장 잘 알려진 예다.
발 들여 놓기는 상대가 무조건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고 할 때 일단 사소한 것을 미끼로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방법이다. 미국 공항에서 기부를 받는 어떤 종교단체의 예가 가장 잘 알려진 예다. 물론 이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글에서는 생략하는데,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예를 들자면 신문사 판촉직원이 벽시계를 공짜로 준다고 일단 시계를 건넨 뒤 나중에 신문 구독을 하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듯이 벽시계를 공짜로 준다고 하면 덥석 받아놓은 뒤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신문을 구독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는 일단 몇 개월만 무료로 넣으라고 한 뒤 끊으라는 소리 못하고 계속 받아보는 것도 발 들여 놓기 기법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고, 거의 안 당해본 사람이 없을듯 싶다.

이러한 기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러한 기법을 적용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이성으로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피해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려는 불순하다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대표적인 예를 하나 살펴보자.

최근 인터넷에 올라가는 계시물이 자신에게 안 좋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여 삭제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뒤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행해지는 이러한 신고는 대부분 이이를 제기하면 한달 정도 후면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는 이유는 글을 검색엔진으로부터 분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은 한 달 정도 글이 노출되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여겨서 검색결과에서 제거한다. 아무튼 다시 공개되더라고 신고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블로그처럼 Textcube.com같은 곳에 위치하거나 설치형 블로그의 경우는 어떨까? 다들 알겠지만 신고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라도  검색엔진과 분리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지 글을 삭제하려 들 것이다.

  1. 이럴 때 구사하는 첫 번째 방법은 협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과 관련된 행동이 나타나면 우선 겁을 먹고 소극적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
  2. 그런데 이게 안 통하면 다음에 시도하는 방법은 ‘일단 글은 삭제하고 이야기하자’라는 접근이다. 이건 전형적인 ‘사소한 yes 쌓기’ 전법이다. 일단 수긍하고 글을 삭제하거나 숨김처리하면 두 가지 상황이 전개된다. 첫 번째는 검색엔진이 이 글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검색결과에서 제거한다. 두 번째는 이 작은 yes가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와서 그 뒤 동등한 입장에서의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대처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도 있는 것인지 대부분의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옳은 방향으로 접근하여 상대를 설득시킬 생각 없이 상대를 이기겠다는 생각만 하기 때문에 이런 접근방식이 사용되는 것 같은데, 이런 양상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어떤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일단 차단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글이 왜 올라왔는지 고민을 통해 개선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만약 상대방도 비슷한 처세술을 익혔거나 처세술이 잘 통하지 않는 논리적인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주 기분나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고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즉 시작하기도 전에 역효과가 발생한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을 접한 적이 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일단 나는 뻐팅기고 본다. 아이앤티미디어랩 사기백신 글의 경우….. 이 회사는 내 글을 인지하지 못했을리 만무하지만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고 있다.[footnote]괜히 내 글 링크걸었다가 블라인드 당한 Senk님께 죄송스럽다.[/footnote] 차라리 이런 회사의 대응방법이 더 낫다고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

아무리 당장 회사 일이 급해도 자기가 상대방이 됐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 우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 다수가, 그것도 지속적으로 나무란다면 자신이 가는 길이 옳지 않은 길이란 확률이 높다는 걸 고려했으면 좋겠다. (하물며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 하여도 다수가 나무란다면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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