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자용(?) 거미도감 – 『한국의 거미』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거미도감 중에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원색한국거미도감』와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남궁준 선생님의 『한국의 거미』이다. 각각 620 종과 590 종 정도의 거미를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 산다고 알려진 거미는 720 종 정도다.) 사실상 이 두 권의 도감만 있으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거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도감은, 거미 정보를 소개하는 블로그라면 꼭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 글에서는 『원색한국거미도감』에 대해 소개했었으니, 이 글에서는 『한국의 거미』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의 거미
(The spiders of korea)

지은이 : 남궁준

출판사 : 교학사

초판 출판일 : 2001.12.31 (3 판 : 2009.07.31)

648 쪽/양장 + 하드 케이스/35000 원/ISBN(13) : 9788909070751

책 크기 : B6

기본적인 도감 구성

우리나라 거미에 대한 친절한 초급자용 도감이다. 김주필 박사님은 『한국원색거미도감』을 초보자를 위해 쉽게 풀어썼다고 했지만 초보자가 보기에 큰 무리가 있었던 것처럼, 이 책 『한국의 거미』도 초보자용이라고는 하지만 용어 자체는 결코 쉽지 않다. 이건 아마 전반적인 생물학 도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 같다. 생물학에서 쓰는 용어는 보통 실생활에서 쓰는 말과 거리가 멀고, 더군다나 한자어인 경우가 많아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들다. 당장 본문에서 언급한 색깔만 해도 도무지 무슨 색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문제는 새로운 개념의 도감이 나와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원색거미도감』과는 다르게 이 책에는 자연상태에서의 거미 사진이 꼼꼼하게 실려있다. 암수 각각의 사진이 실려있고, 필요에 따라서 사진이 한 장 정도가 추가로 실려있다. 사진이 없는 거미는 세밀화를 실었다. 동정에 가장 중요한 교접기는 세밀화로 실려있는데, 필요에 따라서 동정에 중요한 부분의 세밀화도 실려 있다. 예를 들어 갈거미종은 위턱을 자세히 그려놓았다. 이 점은 초보자를 위한 최선의 배려다.

맨 밑에는 아주 짧은 글로 생김새에 대한 설명과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밝혀놓았다. (그렇지만, 글만 읽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쪽 수가 차례나 찾아보기와 맞지 않는 사소한 문제를 뺀다면, 세 가지 정도의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는 사진의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미는 동정에 다리에 난 가시털 같은 게 중요 keypoint이다. 그러나 이런 걸 볼 수 있을 정도의 사진을 찍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부리네온깡충거미의 경우 첫째 다리의 종아리마디와 발목마디 밑에 각각 3 개와 2 개의 가시털이 나 있는 것이 종 동정에 중요하다. 또 모든 거미는 다리 위로 난 가시털이 동정에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리네온깡충거미는 모든 다리의 넓적다리마디에 가시털이 4 개 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걸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부리네온깡충거미를 검정이마번개깡충거미로 잘못 동정해 놓은 자료가 많다. 이런 것이 보일 정도의 사진이려면 해상도가 엄청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만으로 동정하려면, 촬영 원본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거미가 그렇다. 따라서 사진만 보고서는 동정이 어려운 종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아기늪서성거미와 닻표늪서성거미의 경우는 두 종간의 차이를 따로 알기 전에는 구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동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브릭BRIC의 생물종 사이트에서도 이 두 종은 구분해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봤더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둘째는 이 책의 재질에 대한 것이다. 책 외관은 빨간 고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물이 묻더라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돼 있다. 그러나 고무 재질은 겨울에 부서져서 문제가 됐다. 겨울에 밖에서 보려고 펼쳤더니 여기저기 찢어지고, 등면이 갈라져 버려서 더 이상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 ㅠㅠ

셋째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었다. 책 앞부분에 용어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는데, 너무 큰 부분의 용어만 다룬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는 거미 모양에 대한 설명, 예를 들어 ‘가슴판 뒤끝이 넷째 밑마디 사이로 돌입했다.’ 같은 말이 뭘 뜻하는 지는 이 독후감을 쓰는 지금도 모르겠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추가돼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ps.
남궁준 선생님은 안타깝게도 몇 년 전부터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2013 년 5 월에 별세하셨다. 따라서 이 책은 더 이상의 판올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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