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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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초중고등학생들은 휴대폰을 학교로 갖고 가지 못하게 하는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두 달쯤 전에 민주당 당원이던 어떤 분을 만나서 듣게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이 조례안의 상정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자율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겠는가?” 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에 대해서 반대되는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휴대폰 통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같이 있던 다른 분은 상대방의 의견에 동조해 주셨지만, 나에게 설득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좀 더 근본적인 대화가 필요했겠지만, 그정도로 대화할 시간과 열정이 부족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 때 이에 대해서 썼던 글이 있었다. 휴대폰 서비스 중에 수업시간 정도에 맞춰서 전화 사용이 중지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나는 당시에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의 문제는 흥미있는 것에 대한 자제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장하면서 대부분 해소되는 문제이니 문제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성장한 뒤에 갖춰야 할 것들을 휴대폰을 소지하고 사용하느라 못 갖추게 됐다면 문제는 표면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율을 배우기 위해서 자율을 경험해야 한다는 민주당원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 자율은 경험하지 못하면 절대로 체득할 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경험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휴대폰 소지를 자율에 맞기자는 의건에 반대하는 것은 종종 자율성만으로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왜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의 판매를 금지하는가? 또 왜 모든 사람들에게 마약과 같은 것을 금지하는가 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휴대폰은 아이들에게 마약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된다. 컴퓨터 중독 또는 인터넷 중독 또한 무섭지만 휴대폰 중독은 항상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 자리에 앉아있으려 하는 컴퓨터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는 있겠다.)

휴대폰에 의한 피해는 앞으로 10년 이상이 지난 뒤에야 우리 사회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휴대폰에 대해서도 자율성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모들의 아이들은 자율성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지식체계가 허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을 생각한다면 휴대폰의 휴대를 금지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대폰을 휴대하면서 자율적으로 사용을 규제하는 것도 경험해야 한다고 하면 반대로 휴대폰 휴대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왜 그것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도 경험해야 한다고 완전히 같은 논리로 답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휴대폰을 학교에 갖고 가지 못하도록 하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서 찬성한다.

2 comments on “초등학생과 휴대폰”

  1. 다른 이야기이긴하지만.. 세상이 험해져서..

    휴대폰이라도 있어야지 부모님들 마음이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__)ㅋ

    물론 학교를 다녀 온 후에 가지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 는 의견이 있겠지만..

    등하교길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인지라…;;

    휴대폰이 있다고 사건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ㅇ_ㅇ//

    20대 후반이지만 아직도 연락이 안되면 불안해하시는 어머니가 생각나서

    짧막하게 글 남기고 갑니다 (+__)ㅋ

  2. 마시멜로 테스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어려서 참을성 있는 아이들이 커서 성공하더라..뭐 그런.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통과하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것, 보지 않는 것’이라지요.

    저같으면 수업시간에 방해전파 송출해서 핸드폰 송수신을 못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신경쓸 필요도 없고 쉬는 시간에는 해제해서 통화/문자 가능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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