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초보를 위한 raw와 jpg 선택 도움말

2 comments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사면 (초보자는 보통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사진을 어떤 포멧의 파일로 저장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파일 포멧은 jpg와 raw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가지를 결정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므로, 두 포멧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raw와 jpg의 뜻과 장단점

raw는 영어단어의 뜻 그대로, 날것을 뜻하며, 특정한 규격이나 형식을 뜻하는 게 아니다. 날것이란 가공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즉 센서에서 빛의 신호를 감지한 정보를 그대로 저장한 것을 raw라고 한다. 카메라의 설정값들은 태그에 그냥 글씨로 저장한다. 파일 확장자는 각각의 바디에 따라 다르다. 저장방식이 전부 다르다는 의미이고, 이는 사용하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jpg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가공하여 저장한 그래픽 파일이다. 표준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지원한다. 그래서 쓰기 편하다. jpg는 8 bit로 저장된다. 한 픽셀의 한 색상을 8 bit인 256가지 색상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손상압축 포멧이다. 즉 들어온 신호와 저장된 jpg 파일이 갖고 있는 정보는 같지 않다. 이 차이는 보통 눈에 띄지 않을 정도지만, 경우에 따라 매우 큰 경우도 있다. 아는 만큼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raw는 카메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4~16 bit로 저장된다. 음… jpg에 비해서 그냥 무지하게 자세하게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손상압축 포멧이다. 즉 저장용량 같은 건 그냥 무시하고, 있는 그대로 저장한다. 그래서 파일 하나하나가 크다. 얼마나 클까? 내가 쓰는 카메라는 사진 한 장이 보통 60~65 MB 정도 된다. 최신바디는 100 MB 정도다. 같은 사진을 저장한 jpg 파일보다 세 배 정도 크다. 즉 파일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이를 처리할 컴퓨터 처리성능도 중요해진다. (카메라 바꿨다가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했던 적이 있다. ;;) 또, 저장공간도 엄청나게 필요해진다.

후보정

사진은 찍은 이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고칠 수 있다. 사진을 원하는 대로 고치는 일을 후보정이라고 한다. 보통 어두운 부분을 밝게 하거나, 밝은 부분을 어둡게 하거나, 특정 색만 더 밝거나 어둡게 조절하거나 색감을 바꾸거나, 사진을 자르거나 이어붙이거나 일부를 교체하여 수정한다.

후보정 하는 것은 솔직히 번거롭고 귀찮다. 그런데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후보정을 할까?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서다.

후보정과 raw

jpg로 저장한 사진은 대부분 후보정이 불가능하다. 색깔 간격이 너무 듬성듬성하기 때문에, 조금만 간격을 달라져도 색상이 층져 보인다거나 이상해져 보인다.

반면 raw로 저장한 사진은 (14 bit로 저장되는 raw일 경우 색깔정보가 jpg보다 한 픽셀당 6 bit 더 많이 갖고 있으므로) 색깔 간격이 64 배 더 촘촘하다. 따라서 jpg에서 한 단계 차이나는 색깔 차이를 raw로 저장했다면 64 단계 차이 나게 조정해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raw로 저장하면 더 중요한 장점이 있다. 사진 찍을 때 카메라에 많은 설정을 해야 한다. 노이즈 제거, 선명도 증가 같은 한 번 하면 다른 사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설정도 있지만, 색온도, (수동 모드에서의) 노출 보정처럼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따로 해야 하는 설정도 있다. 그런데 raw로 저장하면 이런 설정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사진 밝기를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설정은 필름 촬영이나 jpg를 만들기 위해 넣어놓은 기능이기 때문이다. raw로 저장했다면, 이후에 후보정 프로그램에서 찍을 때 설정한 것과 완전히 같게 사진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촬영할 때는 무시해도 되는 설정이 얼마나 많은 지와, 설정 하나하나가 사진을 찍을 때 얼마나 많은 촬영기회를 날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 raw로 찍어야만 쓸 수 있는 특수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캐논 5D mark4로 찍은 Dual Pixel CMOS AF 사진은 jpg로는 저장되지 않는다. 일단 raw로 저장한 뒤에 후보정 하면서 어떤 하나의 결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여기까지 말한 것을 정리해보자.

jpg의 장점

  • 작다. (저장공간이 적게 든다.)
  • 연사하기 쉽다.
  • 쓰기 편하다.
  • 결과물을 바로 얻을 수 있다.

raw의 장점

  • 모든 정보가 그대로 유지된다.
  • 촬영할 때 편하다.
  • 특별한 결과는 raw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 후보정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어떤 포멧으로 저장해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이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사진촬영에 숙련된 사람일수록 촬영환경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카메라 조작도 더 능숙하기 때문에 jpg로 찍어도 괜찮은 사진을 더 많이 얻을 것이다. 초보가 jpg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으려고 이것저것 설정을 만지다 보면 사진 찍을 기회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초보일수록 raw로 찍는 것이 유리하다.

jpg는 그러니까 당장 사진을 보고 싶거나 후보정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위한 기능이다. 어떤 에러로 raw 파일이 날아갔을 때를 대비해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초보일수록 이러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jpg로 찍고, 숙련자일수록 후보정과 보관을 위해서 raw로 찍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당신이 초보라면 꼭 raw로 찍기를 바란다.

ps.
가끔 인물사진은 jpg로 찍어야 한다는 분이 있다. 카메라의 색깔변환 특성(그러니까 캐논 색감, 니콘 색감 같은 거)이 사진에 반영되기를 원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jpg가 색상정보가 부족해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이 언뜻 볼 때 뽀샤시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리개에 대한 글에서 다른 경우를 언급해 놓았다. 혹시 원한다면 링크를 타고 읽어보기 바란다. 주의할 점은 글이 좀 어렵다!) 그러나 진짜 인물사진을 찍다보면 이렇게 해상력을 떨어뜨리면서 뽀얗게 보이게 만드는 건 최하책이라는 걸 알게 된다.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세부적인 질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뽀얗게 보이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피부 보정 방법들이 모두 이렇게 발달해온 이유는 결국 이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물사진에 jpg 운운하는 말은 그냥 사뿐히 무시하자.

ps.
‘아무리 보정해도 후지 jpg를 이긴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앞에서 말한 카메라의 색깔변환 특성 때문이다. 후지 카메라는 자체 색감이 매우 훌륭한데, 이 색감은 후보정으로는 얻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jpg로 저장해서 쓴다는 뜻이다. 실제로 후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색감은 경이롭다.

이쯤되면 후지가 카메라 제조에서 실수를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raw파일을 카메라 색깔변환 특성에 맞게 후보정해서 사진을 뽑아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면 후지 카메라의 활용도가 더 넓어질 테니까, 후지 카메라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2 comments on “0.2. 초보를 위한 raw와 jpg 선택 도움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