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은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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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초보자를 위한 글이지만, 쌩초보는 읽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초보 때는 그냥 무턱대고 시행착오를 하는 게 더 좋다. 대충 몇 달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이 글을 읽으면 좋지 않을까?


내가 친구한테 추천해 달라고 해서 처음 dslr을 산 뒤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제일 처음 했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똑딱이로 촬영할 때는 몰랐었는데, dslr의 뷰파인더를 보며 촬영하니 좀 더 세밀하게 초점을 맞추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고민됐기에 사진을 제일 잘 할 것으로 추정되는 친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질문은 사진 커뮤니티나 카페에 가보면 지금도 가끔씩 올라온다.

똑딱이나 폰카는 초점이 부정확한 게 문제!
(모델 한서하)

내 기억에, 그 친구에게는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 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뒤 15 년이 흘렀고, 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을 쓴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쌩초보는 안 읽는 걸 추천한다.

이 사진처럼 초점이 중요하지 않은 사진은 대충 찍어도 된다.
(제주도 세화 @2014)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쉬운 답은 이것이다.

본능에 맡겨라.

당신이 무언가 사진을 찍기로 결정한 바로 그 순간, 또는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본 순간 당신은 어떤 부위를 보고 있는가? 그 보고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실제로 내가 찍는 사진의 99% 이상은 이 방법에 맞춰서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은 골라져서 보정되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 인물사진이나 동물사진은 눈에 초점을 맞춘다.
  • 꽃 같은 대칭인 피사체는 중앙에 초점을 맞춘다.

같은 세부적인 방법을 파생시킨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냥 피사체를 봤을 때 본능적으로 눈이 가는 부위를 적은 것이다.

물론, 무조건 본능을 따르라고 한다면 이런 사진만 찍는 분도 계실 듯….ㅋㅋ
(모델 민유린 @2014 P&I)

조금 더 힘든 답은 이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맞춰라.

똑같은 사진 같은데, 어디에 초점이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게 사진을 찍고 고르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제일 첫 번째 어려움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촬영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사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반대로 초점이 바뀌면 사진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바뀌니, 당신이 찍으려 했던 사진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만큼 당신이 사진에 대해 사색을 한 뒤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반대로, ‘사진을 보니 이런 해석도 가능해!’라는 사후약방문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그 사진을 보고 의미를 해석해 내거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실패한 사진도 어지간하면 버리면 안 된다.)

이 사진에서 초점은??? : 사후약방문의 예!
(모델 김보라 @2014 P&I)

김보라 님의 이 사진에 대한 해석은 당시의 소니녀 김보라라는 인물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이 글을 쓰는 2020 년 기준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행사가 진행되던 당시에도 이 사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중의 김보라 님을 알고 있는 사람이 예전 사진을 봤을 때에야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임시응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파노라마를 찍을 때가 그런 경우다. 아래의 달의 계곡 파노라마처럼 360 도에 가까운 파노라마를 찍을 때는 특히나 어렵다.

생각하기도, 찍기도 힘든 360도 파노라마
(칠레 아타카마 달의 계곡 @2017)

이 파노라마는 합성이 너무 어려워서 빨리 끝내려고 짜증내던 것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금 다시 합성한다면 결과물은 사뭇 다를 것이다.


초점을 잡는 방식에도 일반적으로 찍새들이 흔히 사용하는 프레임이 있다. 이 방법을 익혀서 사진을 배운다면 사진이 굉장히 빨리 늘 것이다. 그러나 그 프레임은 나중에는 당신을 옭아매는 프레임이 될 것이다. 잘 하기는 하는데,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사진사…. 그러니까 대략 행사 전문 사진사 같은….

그러니까 쌩초보일 때는 그냥 자기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더 좋다. 그게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자기에게 부족했던 것을 찾아 보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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