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두막 첫 번째 이야기 – 구입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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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7D(canon EOS 7D)도 쓸만했지만, 나와 카메라가 서로를 너무 혹사시킨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카메라에게 특별한 조명 없이도 잡음(noise) 없는 사진을 요구한다. 가끔은 잡음이 사진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내가 주로 찍는 다큐 사진은 그렇지 않다. 특히 7D의 잡음은 빨간 줄 형태로 나타나 대부분 보기 싫다. 더불어, 난 기왕이면 선명한 사진이 좋아서 조리개를 조인다. 그러면 카메라는 나에게 오랫동안 자기를 흔들리지 않게 들고 있으라고 요구한다. 요구하는 건 흔히 1/20 초 정도다. 물론 안 흔들리고 손으로 들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사진 픽셀 하나하나가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얻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장을 찍는다. 분명 7D로도 이 조건으로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찍어왔지만, 그 작업은 극한에 가깝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쉬운 해결방법은 고감도에서 잡음이 적은 카메라를 사는 것이다. 보통은 풀프래임 바디를 사면 된다. 근데 내가 찍는 사진 대부분은 접사(close-up photo)다. 풀프래임은 접사에 불리하다. 그래서 전에 쓰던 7D의 후속기종을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1 월에서 12 월로 넘어갈 시점에 캐논 칠두막(canon EOS 7D mark2)를 샀다.

이 글에서는 7D와 칠두막의 차이를 중심으로 이전 바디들과 비교해 보겠다.


1. 칠두막 구성품

구성품은 뻔하다. 박스를 열면 각종 CD와 간편메뉴얼이 들어있다. 이걸 들어내고 안을 들여다보면 칠두막(canon EOS 7D mark2) 바디(body)와 배터리(LP-E6N)가 들어있다. 배터리는 7D에 있던 것과는 살짝 바뀌어, 모델명은 끝에 ‘N’이 덧생긴 ‘LP-E6N’이다. (두 모델은 호환이 된다.) 충전기도 바뀌었지만 생김새는 같다.

맨 밑바닥을 보니 컴퓨터와 연결하는 HDMI 연결케이블이 들어있다.
구성품은 이게 끝이다! 조촐하다!

2. 7D와 비교

7D와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이 다르다.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안 바뀌었는지, 어떤 아쉬운 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2.1 하드웨어
하드웨어가 바뀐 점을 살펴보는 건 쉽다. 그냥 한눈에 보이니까……
어쩌면 쓸모 없는 흰소리 같을지도 모르겠다.


2.1.1 늘어난 단추
단추(버튼)가 몇 개 더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단추가 비효율적으로 늘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추 개수가 늘어나서 한 단추에 할당된 기능이 몇 개 안 되는 것과 단추가 적어서 한 단추에 기능이 집중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나을까?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 답은 UI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UI를 잘 설계한 상태에서 단추 개수가 적은 것이 가장 좋고, 좋은 UI 설계를 하기 힘들 경우엔 단추 개수를 늘리는 게 더 낫다. 단추 개수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애플(Apple)의 대명사다. 캐논은 단추 개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초보가 익히기 쉬운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숙련된 사람에겐 답답한 방법이다.

2.1.2 초점 포인트
초점 포인트가 아주 많이 늘어나서 캐논 최고급기종인 1Dx와 비슷한 65 개가 됐다. 초점 포인트가 많아져서, 특히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AI Focus나 AI Servo로 해야 할 상황엔 확실히 더 좋다. 물론 보통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정확한 초점 포인트 하나만 쓰는 내게는 별 상관이 없지만….

2.1.3 저소음 촬영모드의 셔터음 변화
시그마(Sigma) dp3m 같은 똑딱이 카메라는 사진이 찍혀도 모델이 사진을 찍은 건지도 모른다. 때로는 찍새 스스로도 찍었는지 모를 정도다. 상황에 따라선 이렇게 조용한 게 매우 중요하다. 칠두막이 이정도로 조용해진 건 아니지만, 많이 조용해졌다.

a. 소리 크기
7D는 저소음모드라고 해도 소리가 일반모드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칠두막의 저소음모드는 크게 개선됐다. 조금 시끄러운 길거리, 전철이나 버스에서는 셔터막 소리를 알아듣기 힘들다. 셔터소리가 똑딱이보다는 훨씬 크지만 생활소음 정도로 조용해진 것이다.

b. 연사속도
저소음모드로 연사를 찍을 수도 있는데, 조용한만큼 연사속도도 느리다. 사용설명서에 나온 대로라면 초당 4.0 장이다. 느리다. 최소한 초당 8.0 장은 찍혀야지….(응??) ^^;;
참고로 7D의 최대 연사속도가 초당 7.5 장이고, 캐논이나 다른 회사의 다른 기종도 최대연사속도가 대부분 초당 4 장 안팎이다. 초당 4 장이 느린 것일까?

c. 예상밖의 장점 발견
예전에 접사를 처음 찍기 시작할 때 이런 바램을 친구들한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셔터를 누른 뒤 1/20 초 지연된 다음 촬영되는 기능이 필요해.’
왜 이런 말을 했냐하면 내가 찍은 사진을 분석해보니 내가 셔터를 누른 힘이 카메라를 아래로 또는 위로 흔들어 블러(Blur)가 생기는 경우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칠두막 저소음모드는 첫 번째 장이 찍힐 때까지의 시간이 7D뿐만이 아닌 다른 바디들보다 느리다. 우연찮게도 내가 원했었던 1/20 초 지연기능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손각대 장노출의 접사 촬영 성공율이 두 배 가까이 좋아졌다. 앞으로는 노출시간 1/20 초 이상의 접사가 늘어날 것 같다.
dp3m의 손각대 장노출 촬영에 거의 접근하게 된 듯하다.


2.1.5 뷰파인더
뷰파인더가 아주 많이 바뀌었다. 뭔가 볼 게 많아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사용자가 메뉴에서 표시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으므로 정신 사납게 보이는 건 아니다.

a. 뷰파인더 시야율
어떤 분들은 뷰파인더에서 시야율이 약 100 %가 된 게 칠두막 출시의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한다. 나도 7D로 찍을 때 뷰파인더로는 보지 못했던 부분이 사진에 찍힌 걸 보고 눈쌀을 찌푸린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신경쓴 경우는 거의 없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좋아진 건 확실하지만, 내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b. 수평계
뷰파인더로 볼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수평계다. 뷰파인더 위쪽에 보이는데, 대략 얼마 정도 기울어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찍은 사진이 맨날 기울어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요긴한 기능이다. (물론 접사 찍을 땐 필요없다. ^^;)
c. 노출계
노출계는 매우 중요하다. 사진이 적절한 밝기로 찍힐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출계가 뷰파인더 밑쪽에 있던 7D와는 다르게 오른쪽에 세로로 붙어있다. 이거 엄청 불편하다.
7d에 익숙해져서 불편할 뿐, 칠두막에 익숙해지면 편해질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눈은 바로 아래에 있는 걸 더 쉽게 보는 경향이 있고, 다른 정보들도 다 아래에 표시되기 때문에, 이 인터페이스에는 결코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ㅜㅠ
노출계는 일반 노출계와 플래시를 썼을 때를 가상한 노출계가 함께 나타난다. (플래시를 썼을 때의 노출계는 아직 많이 써보지 않아서 평가 보류…)


2.1.6 메모리카드
7D에서는 메모리카드를 CF카드 하나씩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노트북 같은 기기가 CF카드를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SD카드만 기본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많이 불편했다. 더군다나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eyefi는 SD카드 형태로만 나온다. CF카드로 변환해주는 소켓에 끼워 쓸 수 있지만, 속도도 느려지고, 에러도 많이 난다. 이런 변화 때문에 최근에 발매되는 바디들은 모두 SD카드 위주로 지원한다. 그래서 칠두막에 CF카드와 SD카드를 모두 지원하리라는 건, 제품 발표 이전부터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이 써보지 않았지만, 분명히 편리하다!

메모리카드는 CF와 SD 두 가지를 동시에 꽂아 쓸 수 있다. 사진에는 EYEFI mobi가 꽂혀있다.


2.1.7 모드 다이얼 잠금 버튼
카메라를 가방에서 급하게 꺼내 사진을 찍을 때, 자기도 모르게 모드 다이얼이 돌아가서 중요한 순간을 놓친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나도 몇 번 있었다. 그래서 1D계열 카메라는 모드 다이얼을 잠그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랬다가 캐논이 엄청 까였다. 모드 바꾸기가 너무 불편하다고……(사진 찍는 사람들은 카메라가 바뀔 때 개선인지 아닌지 생각하지 않고, 바뀌면 무조건 까는 경향이 좀 있다. AF(자동초점)나 동영상 촬영 기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엄청 까였다. 그때 깠던 사람들도 지금은 이런 기능이 없는 카메라는 사지 않는다. 머리가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사람들!) 그러나 이 기능이 다른 풀프래임 바디에도 야금야금 쓰이더니, 결국엔 크롭바디의 플래그십이라 불리는 칠두막에도 적용됐다.
실제로 써보니, 어차피 한 곳에서는 대부분은 한 모드로만 찍기 때문에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2.1.8 GPS
GPS, 그러니까 사진을 찍은 곳의 위치를 사진에 저장할 수 있다. 또 카메라가 움직인 경로를 저장할 수도 있다. 이건 특히 여행하는 사람에게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그러나 환호에 앞서 염려 반 우려 반인 면이 분명 있다. 사용설명서에는 미국, 러시아, 일본 3 개국가 인공위성이 발신하는 네비게이션 신호를 측정해서 위치 정밀도를 높였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 표현은 그럴듯하게 치장한 말이다. 실제로는 전쟁지역에서도 GPS를 정확히 구동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전쟁인 걸프전이 일어나는 동안 미국은 GPS이 네비게이션 신호를 바꿔서 이라크의 GPS장비를 무력화시켰었다. 이를 보고 러시아와 일본이 독자적인 GPS 시스템을 구축했다. 만약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한다면 두 나라는 네비게이션 선호를 바꿔서 GPS장비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지역의 원주민과 종군기자의 카메라의 GPS가 무력화될 것이다. 세 나라 위성의 네비게이션 신호를 다 받으면,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GPS는 기능적인 면에서 대기전력이 너무 커서 아쉽다. 7D에 비해서 기본적인 대기전력이 상당히 큰데다가, GPS 장치를 작동시키려고 초절전모드로 잠들지 못해서 추가로 더 많은 전력을 쓴다. 물론 그렇다고 평소에 쓰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그냥 아쉽다는 정도…..

그런데 진짜 염려되는 건, GPS 정보는 피사체 종류에 따라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GPS정보가 들어있는 희귀한 꽃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 지점에 수많은 찍새가 모여들어, 꽃 주변은 하루 안에 쑥대밭이 될 것이다. 집에서 찍은 사진이 개인정보가 되어 각종 범죄에 이용되기도 쉽다. 따라서 웹과 앱 사업자는 모든 사진에서 GPS 정보를 지우는 기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facebook은 지금도 모든 메타정보를 지우고 있다. 물론 주커버그가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려고 이렇게 만든 건 아니다. 서버 트래픽을 줄이고자 이미지를 전부 작게 다시 만들면서 사진 정보를 옮기는 기능을 깜빡하고 빼놔서 그렇게 된 것이다. ㅎㅎㅎ)

2.1.9 센서
센서가 바뀌면 성능도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 칠두막의 성능도 바뀌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잡음과 색감의 변화일 것이다.

a. 잡음(Noise) 감소
칠두막은 7D에 비해 일단 센서 자체가 잡음이 적다. 사진을 찍어보면 몇 스탑(stop) 더 iso를 높여도 쓸만한 사진이 나온다. 잡음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실용적인 iso는 환경에 따라 800~1000 정도다. iso 320 정도까지만 쓸 만했던 7D와 비교한다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거기다가 잡음의 색깔도 바뀌었다. 7D를 비롯한 기존 바디들의 암부 잡음은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붉은 색으로 줄지어 나타나곤 했는데, 칠두막에서는 줄지어 나타나는 건 같지만 색깔은 흰 색이다. 색깔이 보통 잡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어둡게 찍힌 사진을 활용하기가 더 편해졌다.

거기다가 노이즈 감소기능도 7D보다 더 강력해졌다. 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iso 2000 정도까지는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이즈 감소기능은 jpg로 저장해야 활용도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raw는 바디의 노이즈 감소기능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잡음이 iso 160, 320, 640, 1280(→1250) 등등의 수열에 따라 적게 생기는 건 이전의 캐논 바디와 똑같다.

b. 색감
센서의 색감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평이다. 사진의 색분포 그래프를 보면, 7D보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까지 색이 골고루 퍼져있어, 사진의 밝기를 잘 통제한다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사진을 편집하기도 쉬워졌다.


2.2 악세서리

2.2.1 배터리 LP-E6N
앞에서도 말했듯이, 배터리가 바뀌었다. 배터리를 7D뿐만이 아닌 다른 기존 바디에 비해서 엄청 많이 쓰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이전의 배터리로 동영상을 찍어보니 100 분 정도 찍자 다 떨어졌다. (이때 찍은 동영상 용량이 40 GB를 넘는다. ^^;;)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 용량이 두 배 정도 된다는 분도 계시는데, 그냥 수치상으로만 보면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써보면 상당히 더 오래 간다. 아무리 7D에 쓰던 배터리가 충전능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인터페이스가 이전의 LP-E6 배터리와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이 배터리를 쓰는 기존 카메라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2.2.2 배터리 뚜껑
사실 배터리 뚜껑에 대해 할 이야기는 없지만, 아쉬운 점을 언급하고자 이 꼭지를 넣는다.
뚜껑를 보면 배터리가 쓰기 전인 건지, 다 쓴 건지를 표시하라고 건전지 모양의 구멍을 뚫어놨다. 이건 내가 처음 샀던 dslr의 배터리에서도 그랬다.

근데 이거대로 끼워서 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멍이 충방전과 관련된 어떤 상징성도 없기 때문이다. 뚜껑을 돌려끼우면 색깔이 각각 파랑과 검정으로 보이는 걸로 구분하라고 만들어놓은 거 같은데, 이걸 보고 누가 알겠는가? 근데 그걸 해결하는 게 어렵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살펴보면 전극 부분에 ‘+’와 ‘-‘ 표시가 있다. 모든 배터리가 똑같다. 구멍을 이 부분에 맞게 뚫어놓으면 끼는 방향에 따라 ‘+’나 ‘-‘가 보일 것이므로 충전된 건지 방전된 건지 알기 쉽다.

사실 난 플래시에 쓰는 에네루프 배터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표시해서 곽에 넣는다. 쓰기 전에는 나란히, 쓰고난 다음에는 지그재그로 배열해 곽에 넣는다. 이렇게 나름대로 엔트로피 증가를 표시한다.


2.2.3 HDMI 연결 케이블
카메라를 PC나 TV와 연결하는 케이블이 조금 바뀌었는데, 일반 사용자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2.3 기능

2.3.1 밝기와 콘트라스트 자동보정
밝기와 콘트라스트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기능이 있다. 원래 7D에도 있던 기능인데, 훨씬 강해졌다. 더군다나 M모드와 B모드에서는 해제하고, 자동모드에서만 적용할 수도 있다. M모드에서 밝기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매번 설정을 바꿔야 했던 불편한 점이 해소돼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조금 밝게 변한다!

2.3.2 자동초점(AF)
초점 포인트가 늘어나고, 성능이 강해져서 초점 맞추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7D는 초점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서 캐논센터에 꼭 한번씩 방문해야 했는데, 칠두막은 아무런 점검 없이도 정확했다. 조금 더 어두운 곳에서도 초점을 잘 맞췄다. 그러나 초점을 빠르게 잡으려 하다보니 단점도 눈에 띄었다.

패턴이 반복되는 피사체에는 초점을 아예 맞추지 못했다.

우선 패턴이 반복되는 피사체에는 초점을 아예 맞추지 못했다. 맑은 날에 63빌딩이 유리창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또 반사체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반사체(매끈한 금속)와 나무가 만난 경계에 초점을 잡으려고 할 때도 엉뚱하게 작동했다. ㅜㅜ 그리고 역광에서는 7D보다도 더 초점을 잡지 못했다. 거의 항상 못 잡았다.

7D로는 자동초점으로는 거의 접사를 찍을 수 없었는데, 칠두막은 상대적으로 접사를 찍기에 더 적합한 거 같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확실히 더 유리하다.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엔 불리하다. 공중에 붕 뜬 억새 이삭에 초점을 맞추려 할 때 거의 맞지 않았다. 물론 당시 자세가 안정되지 못해서 많이 흔들리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에 7D가 초점을 잘 잡아주던 것을 생각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공중에 붕 뜬 피사체에는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


2.3.3 동영상
동영상 촬영은 확실히 좋아졌다. 사실 칠두막의 동영상 촬영기능을 까기 힘든 건, 7D의 동영상 촬영기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우선 사람 얼굴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기능이 생겼다. 초점 잡는 속도도 거의 캠코더 수준으로 빨라졌다. 렌즈가 초점 맞추는 소리가 녹음되는 양도 매우 작아졌다.

아쉬운 점은 칠두막도 7D처럼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시간이 29 분 59초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촬영해보면 엄청 불편하다. 아쉽다…-_-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관세법 때문이라고 들었다.)

2.3.4 새로운 기능
7D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이 몇 개 추가됐다.

a. HDR
원래는 사람이 맨눈으로 본 것처럼 찍기 위해 만든 기능이 HDR이다. 사람 눈은 눈길이 가는대로 홍채 너비와 초점을 바꿔서 사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본다. 밝은 곳도 어두운 곳도 나름대로 잘 보는 것이다. 밝기 차이가 많이 나는 모습을 화이트홀과 블랙홀 없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 눈으로 보는 것처럼 밝게도 어둡게도 찍어서 하나로 합치는 기법이 HDR이다. 구멍이 없는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HDR로 찍은 사진은 이상하게 보인다. 음…. 좀 아이러니가 있다. 아무튼 HDR을 자동으로 합성해준다.

b. 다중노출
여러 장의 사진을 적당히 하나로 합칠 수 없을까? 예전에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해 만들 수 있었다. 그러던 걸 바디에서 자동으로 해준다. 한 자리에서 움직임이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유용하다.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림이 좀 있어도 활용할 수 있다.

c. 인터벌 타이머와 벌브 타이머
사진을 주기적으로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30 초 이상 노출되는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에는 이걸 해주는 릴리즈라는 장비를 따로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칠두막은 자동으로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릴리즈도 때에 따라 필요하다.

3. 하드웨어의 아쉬운 점

어떤 제품이던지 아쉬움이 없는 제품은 별로 없다, 수많은 추종자들이 있는 애플의 제품도 아쉬운 점을 지적하라 한다면 수십, 수백 가지는 지적할 수 있다. 그나마 캐논 제품 정도 되면 (사진 품질이 좀 나쁘다는 점을 뺀다면) 아쉬운 점이 다른 카메라보다 적다. 쓰기 쉬운 카메라다. 이게 캐논이 카메라시장에서 강자가 된 이유일 것이다.

3.1 wifi 미지원
칠두막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이 의아해 한 것 중 하나가 wifi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메뉴에서 Eyefi 사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 모를 wifi를 바디에서 직접 지원하는 걸 껄끄러워한 듯하다. 그러나 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2 회전액정 미지원
요즘 발표되는 카메라는 액정을 대부분 회전액정으로 만든다. 그런데 왜 칠두막에서는 회전액정으로 쓰지 않은 걸까?
회전액정은 보통 셀카, 접사 찍을 때도 쓰는 등, 사용처가 다양하고 요긴하다. 캐논 운영진이 칠두막을 일반사용자나 접사 찍새를 주요 소비자로 설정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기자 같은 사람들은 회전액정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운영진의 심각한 판단착오가 아닐까?

3.3 소모되는 기본전력
좀 황당한 점이 앞에서 한번 말씀드린 기본소모전력이다. 카메라를 꺼두어도 이틀이면 배터리가 모두 방전될 정도로 전력소모가 많았다. 3 주 정도 그냥 놔둬도 배터리가 절반 정도밖에 안 떨어지던 7D와 비교하면 거의 절망적이다. 카메라를 끈 상태에서 메모리카드를 삽입하거나 뺄 때 발광다이오드가 반짝이는 걸로 추정해보면, 카메라를 꺼도 일부 기능은 그냥 살아있어서 전력을 계속 소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다. (ps. 펌웨어 버전이 올라가면서 금방 고쳐졌다.)

4. 소프트웨어

다른 제품과 비교할 때, 카메라는 번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카메라를 제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결과물인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만큼 아직 사진을 편하게 처리하기 좋은 프로그램은 없다. 가장 유명한 Adobe 포토샵은 사진 편집기능은 강력하지만, UI가 좋지 못하다. 특히 기능을 많이 알지 못하는 라이트유저가 이미지를 대량으로 처리하기에는 힘들고 불편하다. 포토스케이프 같은 편의성이 좋은 프로그램은 편집과 변환 기능이 부족해서 색상이 부족하거나 깍뚜기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캐논은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 dpp를 번들로 제공한다.

예전에는 번들 프로그램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운로드할 곳이 없었다. 편법으로 업데이트하는 방법을 쓰곤 했다. 최근에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내가 이제는 CD롬 드라이브가 없는 컴퓨터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어딘가에서 다운로드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투덜댔었는데, 그 직후 바뀌었다. 나 때문에 바뀐 것일까? ^^;; 그런데 다운로드 받으려면 자기가 갖고 있는 카메라의 시리얼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왜 이렇게 만든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정품등록한 기록을 참조해서 다운로드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였을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대략 이런 게 있다.

4.1 dpp
많은 사진을 대량으로 처리하기 위해 만든 번들 프로그램이다. 사진의 밝기, 색상 등을 많은 사진에 적용해 변환시킬 수 있다. 사용자가 만든 로고를 워러마크 형식으로 넣을 수도 있다. 쉽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용방법이 그리 쉽지 않고, 색감 등에 문제를 지적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뭐 웹에 공개하는 정도라면 색감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 프로그램을 쓰는 걸 추천할 수 있다. 만약 전시 등을 할 생각이라면 전문 프로그램으로 따로 편집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처음 dslr을 구매하신 분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써볼 걸 추천한다. (그러나 raw로 찍은 경우엔, 캐논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 쓸 수 있다.)


4.2 EOS utility
PC와 카메라를 연동시키거나, 카메라의 일부 설정을 바꿀 때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렌즈에 따라 주변 조도, 색수차, 왜곡을 보정하는 기능이 바디에 있는데, 이때 필요한 렌즈 정보는 많이 쓰이는 30 가지만 들어있다. 그 이외의 정보를 넣으려면 이 유틸리티로 정보를 넣어야 한다. 특수렌즈인 MP-e 65 mm와 TS렌즈에 대한 정보도 있다. 팬케익(canon EF 40 mm f/2.8)의 경우엔 바디에 기본적으로 등록은 돼 있지만 보정정보는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이 유틸리티로 정보를 넣어줘야 한다. 왜 이렇게 만든 걸까? ㅎㅎㅎ

카메라를 usb3.0 케이블로 컴퓨터와 연결하고 ‘EOS Lens Registration Tool’을 실행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체크(v) → 확인 → 끝!

팬케익(EF 40mm f/2.8 STM)의 주변 조도만 보정해 찍은 사진

카메라를 캐논코리아에 정품등록하는 프로그램도 번들로 제공된다. 그러나 정품등록은 구입한 뒤 한 번만 하면 되는 작업인데, 왜 이걸 필수로 설치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할 경우에만 설치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4.3 메뉴얼

 칠두막의 메뉴얼은 종이로 만들어진 간편메뉴얼과 pdf로 돼 있는 메뉴얼로 만들어져있다. 간편메뉴얼은 메뉴얼의 축약본이다.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작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든 제작의도는 좋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내용이 부실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오탈자는 그렇다 쳐도…..
* ‘셔터 스피드’는 부적절한 용어이므로 ‘노출시간’으로 고쳐야 한다. 이외에도 용어가 부적절한 것들이 있었다.
*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거나,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등, 번역과 교정이 부족했다.
* 간편메뉴얼은 꼭 알아야 하는 기능 중에 빼놓은 부분이 많았다. 반대로 빼도 될 부분도 많았다.

pdf 버전의 메뉴얼은 CD에 들어있는데, 혹시 CD-rom dirve가 없는 사람은 캐논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용설명서를 생각하니 소니(sony)가 생각난다. 축약본 종이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자세한 내용은 pdf로 지원하는 방식은 소니가 10여 년 전에 먼저 시도했다. 그런데 소니는 pdf를 CD의 어디에서도 제공해주지 않아서 결국 AS센터에 전화해서 리뷰중이니 메일로 보내달라고 해서 받은 적이 있었다. 그냥은 보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_-)

5. 플래시 버그 수정

캐논 바디는 플래시를 터트리면 안 터트릴 때보다 사진이 약간 노랗게 나온다. 그래서 플래시를 터트린 사진과 안 터트린 사진이 쉽게 구분된다. 색감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걸 알고 있다. 난 예전에 전시할 사진을 인화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색온도를 500 K 정도 낮추면 노란 끼가 없어지고 보통 사진처럼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사진에 따라 바디가 감지하는 값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색온도값의 차이도 조금씩 다르다. 페이스북에 9 월인지 10 월인지에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칠두막은 어떨까?

칠두막으로 직접 실험해보니 단순히 색감만 살펴서는 더이상 구분이 안 됐다. 그래서 raw 파일을 열어보니, 플래시를 터트린 사진의 색온도가 안 터트린 사진보다 대부분 300 K 정도 더 낮았다. 즉 색온도를 이전의 캐논 바디와는 반대로 바꿔서 노란 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아마 이전 바디들의 플래시 처리 알고리즘에서 색온도를 빼야 할 것을 반대로 더해서 노랗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펌웨어 버그다.)

작가의 손

플래시를 터트려 찍은 사진이다. 노란 끼가 전혀 없다. 이렇게 잘 바뀐 것 같다. 앞으로 다른 기종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ps. 그런데 다음 펌웨어 업데이트 때 다른 바디처럼 바뀌었다. 캐논은 왜 색감을 이렇게 바꾸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6. 결론

가격이 7D에 비해 많이 싸진 칠두막(EOS 7D Mark 2)을 받아 간단히 써본 뒤 좋은 바디라는 생각했다. 일단 자기에게 맞게 한 번만 설정을 끝내면, 사진을 빠르고 쉽게 찍을 수 있게 바뀌었다. 사진 질도 7D보다 나아졌다. EOS 5D mark3에서 발견돼 한참 소란을 떨었던 빛샘현상도 보이지 않는다. (빛샘현상은 카메라의 LCD패널로 빛이 새어들어가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었다. 땡볕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어두컴컴해지는 게 빛샘현상 때문이다. 사실 빛샘현상은 5Dm3 이전의 모든 캐논 카메라에서 발견되던 문제다. 7D에도 있다.)

그러나 환경변화에 맞춰 적절히 변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전액정과 wifi 미지원이다. 이렇게 부족한 부분이나 살펴볼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용기가 이 글 하나로 끝나지 못하고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 제품을 사고자 하는 분은 자기가 사진을 편하게 찍고자 하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추구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사야 할 것이다. 편하게 사진을 찍는 게 중요하다면 칠두막보다는 무게가 가볍고, 회전과 터치가 되는 스크린이 편한, 한 단계 하위기종인 캐논 EOS 70D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 질이 더 중요하다면 한단계 상위기종인 5D, 6D 계열의 풀프레임이 더 나을 것이다. 풀프레임은 무게는 비슷하고, 화질과 아웃포커싱이 더 잘 되는 측면에서 낫다.(물론 아웃포커싱이 더 잘 된다고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칠두막은 그 사이의 접사, 연사, 망원촬영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참고)
포토샵에서 칠두막의 raw파일을 인식시키려면….
adobe 홈페이지에 가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아직 버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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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bug의 deep thought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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