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언어는 진화적으로 획득된 본능인가?

언어는 진화적으로 획득된 본능인가
Jania’s Blog

(자폐증과 동굴벽화와 연결해서) 언어는 진화적으로 획득된 본능인가. 다음은 Steven Pinker의 책 『언어본능』(The Language Instinct) 중에서 관련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 문화적, 생물학적으로 최근 수만 년간 교류가 없었던 부족들에게도 모두 동일한 수준(See Universality of Language Level), 거의 동일한 통사 구조(See Universality of Language Structure)를 갖는 언어가 발견된다는 점.
이는 언어가 10만년 전 인류의 공통 조상이 세계 각지로 흩어지기 전부터 존재해왔음을 의미합니다(See Human Evolutionary History). 물론 1번 자체는 유전적으로 되물림되는 언어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아닙니다. 문화적으로 되물림되었고 순수하게 학습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피진어로부터 저절로 만들어지는 크리올어.
다양한 언어를 쓰는 이민자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각 언어를 임시방편으로 섞어서 피진어라고 불리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있습니다. 피진어는 문법적으로 불완전하고 각종 언어적 장치들이 제거된 단순한 언어입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민자 2세 혹은 3세)은 문법적으로 불완전한 피진어만을 듣고 자랐지만, 피진어를 발전시킨 새로운 형태의 언어인 크리올어를 만들어냅니다. 놀라운 점은 크리올어는 영어나 한국어와 같이 완벽한 언어라는 사실입니다.
완벽한 언어에 대한 문화적인 되물림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1~2 세대 만에 문법적으로 완벽한 언어를 자생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은 언어의 학습에 있어서 완벽한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적 전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3. 신생아의 언어 습득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
미국의 경우 성인들은 평균 6만 개의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생후 18개월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하루 평균 10~20 개 정도의 단어를 익혀야 합니다. 특히 어릴 때에는 아무리 특이한 단어라도 한 번 들려주면 그 단어를 평생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언어 습득을 위한 특별한 기관(See Language Acquisition Device)이 뇌에 존재한다는 가설을 지지해주는 현상입니다.

4. 신생아들은 모국어의 문법 규칙을 추론하기에는 턱 없이 적은 정보만 주어져도 규칙을 완벽하게 추론해낸다는 점.
한국, 미국 등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할까봐서 우려하는 미신이 존재하고, 많은 부모들이 모성어를 사용하여 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부족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말을 배워서 말을 시키기 전에는 굳이 아이들에게 말을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그 부족의 아이들도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합니다.

5.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기는 힘들다는 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은 언어를 완벽히 습득할 수 있는데, 이는 어린아이의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언어 없이 살아온 성인(늑대소녀 등)이 언어를 처음 배우는 경우 혹은,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던 사람이 외국어를 학습하는 경우에는 2, 3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늑대 소녀와 같은 사례는 Critical Period에 해당하는 시기에 외부 자극이 뇌 발달(development)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른 사례들과 정확히 동일합니다. 예를 들면, Critical Period에 2주간 눈을 가려서 시각자극을 차단한 경우 눈은 정상인데 뇌의 시각영역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평생 장님으로 지내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이는 언어 학습에도 Critical Period가 존재하고, 이 기간 동안 주어지는 적절한 언어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해당 뇌 영역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6. 문법 규칙을 일상 대화에 적절히 적용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유전적 질병(K가의 사례)
언어학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K가라는 가문이 있습니다. 문법 규칙을 일상 대화에 적용하는 일에 대한 장애가 유전적으로 되물림된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7. 다양한 언어 관련 문제를 보이는 뇌손상 환자들
브로카 실어증, 베르니케 실어증, 윌리엄스 증후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에 언어의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들이 국소적으로(localized)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언어는 10만 년 전부터 존재해왔고, 문화적으로 완전한 언어가 아이들에게 되물림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완벽한 언어를 창조해 내는데, 이렇게 창조된 언어 역시 다른 언어들에서 발견되는 통사 규칙의 범위 내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이 유사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문법 규칙과 단어들을 학습하는데, 성인들은 이렇게 하지 못하며, 어릴 때에 적절한 양의 언어적 자극이 주어지지 못하면 평생 말 자체를 못하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도 못합니다. 또, 어떤 가문은 유전적으로 문법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빈번하게 낳아서 이슈가 되기도 하며,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은 모든 다른 기능들은 정상인데 언어의 특정 기능에 대해서만 장애를 갖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은 언어가 순수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되물림되는 현상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들입니다. 뇌에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기 위한 특별한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만능 학습 기관이 있어서 이를 통해 언어도 학습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시려면 위의 사례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반례들도 있습니다.

다음은 『거짓말쟁이, 연인, 그리고 영웅』(Liars, Lovers, and Heroes)에서 인용한 언어의 Critical Period에 대한 반례입니다:

뇌과학자인 Paula Tallal과 Michael Merzenich은 뇌의 유연성 혹은 가소성(See Neural Plasticity –jania)을 응용해 난독증을 겪는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omitted…) 머즈닉은 뇌 유연성 혹은 가소성 연구의 선구자이며 탤럴은 뇌와 독서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합쳐 문장을 분할하는 데 사용되는 뇌의 특정 부분을 재구성하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다. 이 프로그램은 먼저 소리를 길게 늘여서 들려준다. 그렇게 하면 문장의 각 부분을 파악하기가 수월해진다. 그 다음 속도를 점점 빨리 해서 어린이를 더 능숙하게 훈련시킨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를 응용한 외국어 학습프로그램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omitted…) 한때는 언어와 관련해 뇌의 구조가 한 번 바뀌고 나면 다시는 다르게 바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어의 새로운 음절을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외국어 문장을 크고 분명하게 과장해서 발음하면 된다. –p81~82

퍼오면서….

좋은 내용의 글이라서 퍼옵니다.
참고로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의 차이점을 밝혀둡니다. 현재는 제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르다는 것 이외에는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지식이 없습니다.

시각에 있어서의 Critical Period의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선천적으로 장님이었던 사람의 경우 성인이 된 뒤에도 수술을 통해서 시력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Critical Preiod가 어렸을 때 존재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죠. 언어적인 Critical Preiod의 경우는 만 6세 이전에 형성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시각적인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글루스에서 작성했던….)


이 글은 원본을 작성하셨던 Jinia님으로부터 나의 마지막 궁금증에 대해서 트랙백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Jinia님이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기시면서 이전 글을 공개하시지 않아 더이상 확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ps.

Jinia님께서 아래의 링크에 당시 글을 보존해 두셨습니다.

http://jania.pe.kr/aw/moin.cgi/CriticalPeriod
http://jania.pe.kr/aw/moin.cgi/NeuralPlasticity
http://jania.pe.kr/aw/moin.cgi/ProgressiveExternalization


2 thoughts on “[펌] 언어는 진화적으로 획득된 본능인가?

  1. 들리는 바대로 촘스키의 언어학을 생각하면… 현재의 결론은 언어는 본능이라는 말쪽으로 기울어 지는 것도 같습니다…. 촘스키의 보편문법이 어떤이에게는 언어학을 물리학과 같은 과학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변형생성문법이론의 과학적 .. 철학적 토대가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것을 판단할 만한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획득하는가…는 매우 흥미로운 문제인 것은 확실 한것 같습니다…

    1. 제가 촘스키 언어학을 접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이나 관찰을 생각해보면 언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이 키워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데 제 한계는 거기까지! 역시 깊이 들어가면 하나도 모르겠더라는…ㅎㅎㅎ
      흥미로운 주제인데 한계가 쉽게 보여서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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