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스택(focus stack) 촬영방법

(이전에 사진과 조리개와 렌즈 수차의 관계’ 글에서 간단하게 포커스 스택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사진은 광학적으로 선명도와 심도를 동시에 최대가 되도록 촬영하는 방법이 없다. 보통 f/5.0의 조리개에서는 심도가 부족해지고, f/11.0 미만의 조리개에서는 선명하지 못한 사진이 찍힌다. f/5.0에서의 선명도를 가지면서 f/11.0 미만에서의 심도를 갖도록 촬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합성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여 초점이 맞은 부분만 모아서 하나의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심도를 얼마든지 깊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촬영을 여러 초점을 모은다는 의미로 포커스 스택focus stack, 코포커스cofocus, 멀티포커스multifocus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예전에는 멀티포커스가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이었으나, 이제는 점점 포커스 스택만 쓰이는 것 같다.

포커스 스택은 심도가 쉽게 문제가 되는 작은 물체나 부피가 큰 물체 등을 촬영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크기가 1 mm 안팎인 벌레나, 피라밋 같은 유적을 기록용으로 촬영할 때 많이 쓴다.

포커스 스택은 흔히 spur meter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촬영한다. 카메라를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도록 미세조절하는 도구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특히 유용하다. 물론 도구를 안 쓰고 손으로 들고 촬영해도 되지만, 무척 고된 일이다. (그래서 손으로 들고 찍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물론 살아있는 벌레를 촬영할 때는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게 훨씬 쉽다.


우주별 도자기 @도화 작가님 전시회 2017.12
포커스 스택 찰영을 가장 쉽게 떠올릴만한 소재

포커스 스택은 가장 선명한 사진을 가장 심도 깊게 촬영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아래의 모든 이야기는 이 두 가지를 상정하고 쓰였다.

1. 카메라 설정

포커스 스택으로 촬영할 때 카메라 설정 방법은 별 것 없다. 그냥 흔들리지 않게 모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손으로 들고 찍을 때는 노출시간이 되도록 짧아야 한다. 물론 위험을 감수할 요량이라면, 노출시간을 길게 하여 여러 장을 찍은 뒤에 안 흔들린 사진들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

렌즈는 최대한 왜곡이 적은 것이 좋다. 합성할 때 한 번 왜곡을 보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왜곡이 적은 렌즈로 찍은 사진은 변화를 적게 줄 테니 결과적으로 유리하다.

조리개값은 각각의 렌즈마다 가장 선명한 값이 있으므로, 이 조리개값으로 촬영하면 된다. 일반적인 렌즈는 광학적 특성 때문에 f/5.0에서 가장 선명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렌즈마다 가장 선명한 조리개값이 다르다. 예를 들어 MP-e 65mm 렌즈는 외국 커뮤니티에 의하면 f/7.0~f/8.0 정도에서 가장 선명하다고 한다. 이렇게 가장 선명한 조리개값이 예외적으로 다른 렌즈가 있는 이유는 광학이 아니라 기계적인 특성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유투브에서 우연히 본 어떤 강의영상에서 조리개값을 f/2.8로 놔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초보처럼 그런 소리 하지 말자. 조리개값이 f/5.0에서 멀어지면 초점이 맞은 부분도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포커스 스택을 위해 찍어야 하는 사진의 양이 두 배 이상으로 많아진다. 다만, 노출시간 확보와 앞으로 설명할 이유 때문에 조리개를 많이 개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감도(ISO)는 되도록 작게, 가능하다면 최저값으로 설정한다. 감도가 높아서 잡음이 많이 생기면 선명도가 떨어진다. 우리는 선명한 사진을 얻으려고 포커스 스택으로 찍는다는 것을 상기하자.

2. 피사체와 배경

포커스 스택으로 찍을 피사체는 단순할수록 좋다. 예를 들어 가시털이 아주 많은 거미는 합성이 매우 지난하다. (나도 예전에 찍어놓고 아직 합성하지 못한 사진이 수두룩히 쌓여있다.) 그러니까 이런 피사체는 되도록 찍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물론 지금 찍어놓으면, 나중에 언젠가는 합성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게 몇 년 뒤가 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총알개미@페루 타라포토(peru tarapoto) 2017.04
털이 이렇게 많으면 찍지 말자!
(턱 부위 등 합성 실패! 지금 합성하면 성공할 수 있을 듯하다.)

피사체의 앞쪽 부위와 뒤쪽 부위가 동시에 초점에 맞게 되면 합성이 안 된다. 이럴 경우 그냥 맨손으로 직접 합성하는 것이 더 나을 지경이다. 그러니까 피사체의 모양을 많이 신경써야 한다. 아래의 남소라 님 사진의 경우, 초점이 각각 맞은 얼굴과 수정구슬이 겹친다. 이럴 경우 99% 자동으로 합성이 안 된다. 그나마 수정구슬이 원형으로 간단해서 수동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

모델 남소라 @장안평역 실버라이팅 스튜디오 2020.04…
2 장짜리 포커스 스택으로, 모델의 얼굴과 수정구슬에 초점이 맞아있다.

배경은 초점이 맞지 않을 것을 기본적인 전재조건으로 하는 것이 좋다. 심도에 의해서 뿌옇게 흐려지거나, 단일색상 등의 이유로 초점에 신경을 쓰지 않을 배경이 좋다. 당연히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멀리 있으면 좋다.

비늘갈거미@평택 2016.09
자세히 보면 합성이 잘 안 돼 있다. 배경과 피사체가 너무 가깝다.
(최근 다시 합성을 시도해 봤지만, 제대로 합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포기했다. ㅜㅜ)

3. 플래시 사용

플래시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장점이 많지만, 경험에 의하면 포커스 스택 촬영은 그렇지 않았다. 플래시가 균일한 밝기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주 작은 광량의 차이가 큰 밝기의 변화를 불러오는 접사 촬영에서는 합성하기가 심히 곤란해진다. 따라서 플래시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부채거미 @평택 2016.09
물론, 막상 합성해놓으면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하면 좋은 점도 많다. 우선 노출시간이 짧아지므로 촬영이 쉬워진다. 또 흔들리더라도 부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아래 거저리 사진을 생각해보자. 각각의 사진은 거의 모두가 어떤 부분은 흔들려있고, 어떤 부분은 플래시에 의해 강제로 고정되어 안 흔들린 것처럼 찍혀 있었다. 한 장 한 장은 거의 모두 실패한 사진이었다. 결국 안 흔들린 부위만 모아서 만든 것이 아래 사진이다.

갈색거저리 (Tenebrio molitor)

4. 포커스 스택을 많이 찍게 되는 이유

접사를 찍을 때 포커스 스택을 많이 얻게 된다. 이는 접사 촬영 방법과 포커스 스택 촬영방법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접사는 초점이 엇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촬영준비가 되면 한 번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초점이 조금씩 다 다르다. 이런 사진은 포커스 스택으로 촬영한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포커스 스택 기법으로 합성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접사를 찍는 경험이 많을수록 포커스 스택이 우연히라도 더 많이 찍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촬영경험이 많으면 촬영될 사진이 심도가 충분하지 못할 것을 찍기 전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럴 때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포커스 스택을 찍을 수밖에 없어진다.

5. 결론

포커스 스택은 (고의로 찍으려고 하면) 촬영이 생각보다 힘들고, 찍은 뒤에도 합성에 품이 많이 든다. 그러니까 되도록 찍지 말고, 찍었다면 당장 합성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좋아질 때까지 최소 몇 년은 묵힐 각오를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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