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의 『프랭클린 자서전』

글 쓴 날 : 2009.04.26

유명한 과학자이자 유명한 정치가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은 대부분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랭클린이란 정치인은 덤으로 자연을 좋아했는데, 그 덤의 영향이 꽤 컸던 것 같다.

플랭클린은 평생에 걸쳐서 이 책 『프랭클린 자서전』을 썼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프랭클린이 어려서부터 시작해서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출판업자로 시작하여 공무원이 되고, 군인을 거쳐 과학자로서 인정받고, 급기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피뢰침 설치에 대한 자문위원 등을 거친 뒤,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게 되는 과정을 큼직큼직하게 설명한다. 워낙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서인지 300 쪽이나 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프랭클린 자서전』은 프랭클린이 저술하려고 작정하고 쓴 책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남기려고 그때그때 적은 글을 묶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을 저술한 시간이 세 번이나 된다. 1 부는 자녀가 어렸을 때 자기가 어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편지 같다. 1 부를 쓴 뒤, 십수 년 동안 전쟁과 유럽 여행(여행하는 동안 여러 가지 공적, 사적인 일과 전쟁이 있었다.) 때문에 글쓰기가 중단됐다가, 1 부 글을 발견한 몇몇 사람에게 독촉(?)받아서 2 부를 쓰기 시작했다. 3 부는 한참 뒤에 집에 돌아와서 쓰여졌다.

이렇게 씌어진 시간이 다르다보니, 뒤로 갈수록 필력이 늘고, 인생의 완숙미가 점차 짙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씌여진 목적이 읽는 사람 눈높이에 딱 맞춰져 있달까. 인생을 격은 직후에 그 주제에 해당하는 글이 씌여졌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이 책이 한 순간에 모두 쓰인 것이라면, 사회 초년생의 사업 시작 이야기는 눈높이에 맞춰서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청소년기 이야기를 느즈막한 노년에 썼다면 훨씬 더 교훈적이었겠지만,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책은 꽤 많다. 물론 읽을 당시에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느끼겠지만, 실제로는 별로 소용이 없기가 쉽다.

이 점은 단점일 수도 있다. 눈높이가 너무 잘 맞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실천하지는 않고 ‘좋은 이야기네.’ 수준으로 대충 넘길 수도 있다. ㅎㅎㅎㅎ


1 부는 중년의 프랭클린이 10대일 때를 회상하며 쓴 글이다. 글쓰기와 책읽기로 능력을 기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호기심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지속적인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어렸을 때 들었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열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이 밥굶는다.”

재미있는 점은 논쟁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히는 부분이다.

논쟁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논쟁을 하려면 무조건 상대방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상대방은 아주 불쾌해진다. 그래서 대화를 망치거나 흥을 깨버릴 수도 있거니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자리에서 오히려 혐오감과 증오만 남기게 된다. – p.34

논쟁을 즐기지 마라는 이야기는 3 부에서 또다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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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이 꼽은 중요한 13 가지 덕목과 규율은 다음과 같다.

절제(Temperance), 침묵(Silence), 질서(Order), 결단(Resolution), 검약(Frugality), 근면(industry), 진실함(Sincerity), 정의(Justice), 온건함(Moderation), 청결함(Cleanliness), 침착함(Tranquility), 순결(Chastity), 겸손함(Humility) – p. 158

3 부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두 가지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당신이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보다 당신에게 한 번이라도 친절을 베푼 사람이 당신에게 또다른 친절을 베풀 것이다. – p.190

회계 보고와 송금은 언제나 명확하고 기한을 어기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나 사업을 증대시킬 때 그런 일을 잘 준수하는 것만큼 강력한 추천장은 없다. – p.191


프랭클린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피뢰침에 대한 논쟁에서 프랭클린은 끝이 둥근 피뢰침이 더 효과적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자신의 명성으로 뭉갰다. 프랭클린은 피뢰침의 끝이 뾰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피뢰침 설치와 관련된 기구의 고문으로 활약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뾰족한 피뢰침이 계속 사용되었다. (하지만 물리학과 전자기학 수준에서 살펴보기만 하더라도 피뢰침의 둥근 끝이 왜 더 효과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비록 프랭클린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어도 항상 진리를 탐구하고, 청렴하고, 타인과 함께 하고자 했던 삶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단지 이 책에서는 겸손함과 공평무사함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아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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