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의 『프랭클린 자서전』

유명한 과학자임과 동시에 유명한 정치가인 사람은 그리많지 않다. 왜냐하면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랭클린이란 사람은 정치인으로서 덤으로 자연을 좋아했는데 그 덤의 영향이 꽤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프랭클린 자서전』은 프랭클린이 저술을 작성하고 쓴 책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적어둔 것을 모아둔 것처럼 보이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저술한 시간 자체도 크게 세 번이나 된다. 1부엔 그냥 자녀에게 자신의 어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편지같은 형식이다. 2부와 3부는 1부가 쓰여진 뒤 십수 년이 흘러 작성됐는데 그 사이에 전쟁과 유럽으로의 여행(여러 가지 공적, 사적 일과 전쟁이 사이에 있었다.) 때문에 작성되지 못하다가 1부의 글을 발견한 몇몇 사람들의 독촉(?)에 2부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와서 3부를 정리하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는 프랭클린이 어려서부터 시작해서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 사이에 출판업으로 시작하여 공무원이 되고, 군인을 거쳐 과학자로서 인정받고, 급기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피뢰침 설치에 대한 자문위원 등을 거친 뒤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게 되는 과정을 스스로 큼직큼직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각 부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 주제, 필력이 바뀌고, 인생의 완숙미 등이 점차 짙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약 300쪽 분량의 이 책은 그때그때 씌여진 목적이 적절히 배합된 것 같다. 그때그때의 수준에 따라서 바라보는 시각이 눈높이에 딱 맞게 맞춰져 있는데, 각각의 부에 따라 책을 쓴 나이가 인생을 바로 지난 뒤에 씌여진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 책이 한 순간에 모두 작성되었다면 앞부분의 인생 초기, 사업 초기의 이야기가 눈높이에 맞춰지지 않고 작성되었을 것이다.
느즈막한 노년에 작성된 청소년기의 이야기였다면 훨씬 더 교훈적인 이야기였겠지만,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쓰였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책은 찾아보면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물론 그런 책도 훌륭히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우연히(?) 작성된 이런 책은 비슷한 도움을 준다면 훨씬 발견하기 힘든 희귀성이 있어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책의 단점이라면 역시 어렸을 때, 직접 그 이야기를 보고 공감을 얻고 실천을 해야 할 때의 그 부분을 읽게 된다면 ‘좋은 이야기네.’ 수준으로 대충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ㅎㅎㅎㅎ

1부는 중년의 프랭클린이 10대일 때를 생각하며 쓴 글인데,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반복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능력을 기르는 데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계속 강조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호기심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지속적인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은 논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논쟁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논쟁을 하려면 무조건 상대방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상대방은 아주 불쾌해진다. 그래서 대화를 망치거나 흥을 깨버릴 수도 있거니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자리에서 오히려 혐오감과 증오만 남기게 된다. – p.34

논쟁을 즐기지 마라는 이야기는 3부에서 또다시 등장한다.
프랭클린이 꼽은 중요한 13가지 덕목과 규율은 다음과 같다.

절제(Temperance), 침묵(Silence), 질서(Order), 결단(Resolution), 검약(Frugality), 근면(industry), 진실함(Sincerity), 정의(Justice), 온건함(Moderation), 청결함(Cleanliness), 침착함(Tranquility), 순결(Chastity), 겸손함(Humility) – p. 158

3부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두 가지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당신이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보다 당신에게 한 번이라도 친절을 베푼 사람이 당신에게 또다른 친절을 베풀 것이다. – p.190
회계 보고와 송금은 언제나 명확하고 기한을 어기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나 사업을 증대시킬 때 그런 일을 잘 준수하는 것만큼 강력한 추천장은 없다. – p.191

프랭클린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피뢰침에 대한 논쟁에서 프랭클린은 다른 사람들의 주장(피뢰침의 끝이 둥근 것이 더 효과적이다.)을 자신의 명성으로 뭉갰던 것이다. 프랭클린은 피뢰침의 끝이 뾰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프랭클린이 유럽 대부분의 국가의 피뢰침 설치와 관련된 기구의 고문으로 활약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뾰족한 피뢰침이 계속 사용되었다. (하지만 물리학과 대학교 전자기학 수준에서 살펴보기만 하더라도 피뢰침의 둥근 끝이 왜 더 효과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 그동안 교육의 현장에서는 항상 이 문제점이 지적되곤 했다.)
비록 프랭클린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항상 진리를 탐구하고 청렴하고, 타인과 함께 하고자 했던 삶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특히 나로서는 프랭클린의 13덕목 중에 “온건함”과 “청결함”이 눈에 띈다.

단지 이 책에서는 겸손함과 공평무사함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아 읽는 동안 궁금하게 생각되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