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후드, 랜즈캡 구매 팁

이전에 삼각대 구매팁을 적은 적이 있다. 처음부터 끝판왕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었다.

이 글은 그 글에 이어서 렌즈 악세서리인 필터, 후드, 렌즈캡을 구매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의견을 적어본다.


렌즈 필터 구매 팁

1. 렌즈 보호용 UV필터

내가 처음 DSLR을 살 때, 그때까지 10 년도 넘는 사진 경력이 있던 친구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 친구는 렌즈를 추천해 주면서 당연히(?) 보호용 필터가 있어야 한다며 UV필터도 골라줬다. UV는 자외선을 말하는데, 차단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사진이 뿌옇게 찍힌다. 이후에 나 혼자서 렌즈를 살 때도 별 생각 없이 보호용 UV필터를 꼬박꼬박 샀다. 렌즈가격의 10% 정도 되는 필터를 쓰는 게 좋다는 사람들 말을 철석같이 믿고서…. (200만 원짜리 렌즈라면 20만 원짜리 필터를 쓰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니 이 관습(?)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렌즈가격의 10%라면 사고나서 대물렌즈가 파손된 뒤에 그냥 새로 렌즈를 사거나 수리하는 게 금전, 화질저하, 고스트 발생, 무게 증가 등의 측면에서 더 이득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때때로 필터를 제거하고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필터 제거를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더군다나 UV필터가 하는 역할이 필름카메라에서는 분명했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센서의 로우패스필터 때문에 기능적으로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실제로 UV필터를 안 쓰기로 했다. 그 이후 대물렌즈 손상을 한 번 경험했다. 남미여행 도중 앞에 가던 중국놈이 등산스틱으로 렌즈를 찍어버렸…. 수리비로 2x만 원이 나왔다. -_-

아무튼 그런 사고까지 포함한 모든 면을 고려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UV필터는 안 쓰는 게 맞다고 확신한다. UV필터를 꼭 서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바디의 센서에 로우패스필터가 없다.

카메라 센서는 대부분 로우패스필터로 덮여있다. 로우패스필터는 센서를 보호하는 용도이지만, UV를 차단하기도 한다. 센서에 로우패스필터가 없다면, 카메라 제조사가 로우패스필터를 아예 안 설치한 바디일 수도 있고, 사용자가 특별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주로 가시광선을 차단하고 UV촬영을 하는 것이 목적)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한 경우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인지 자기가 갖고 있는 바디를 자세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 먼지가 아주 많거나 폭우가 내리는 환경에서 촬영한다.

렌즈가 쉽게 오염될 수 있는 환경에서 촬영할 때는 쉽고 빠르게 닦기 위해서 필터를 끼우는 것이 좋다. 특히 발수코팅이 된 필터면 더 좋다. 렌즈는 휴지 등으로 닦아내면 잔홈이 많이 생기고, 코팅이 손상되어 성능이 저하된다. 그렇다고 오염되는 것을 고급 천이나 와이프(Wipes)로 계속 닦아내기도 힘들고…..
더군다나 먼지가 아주 많거나 폭우가 내리는 환경에서 촬영하는 것은 방진방적이 되는 바디와 렌즈를 쓴다는 말인데, 그런 바디는 캐논 바디이거나, 니콘이나 소니의 플래그쉽(한마디로 제일 비싼 바디와 렌즈) 정도밖에 없다. 이정도 바디를 쓴다면야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일반 보급형 카메라를 쓰는 분은 저 환경조건은 피해야 하니까 어차피 보호필터를 쓸 필요가 없다. (저런 환경에서는 촬영하다가 카메라가 사망할 수도 있으니까 찍지 말자. 꼭 찍기를 원한다면 하우징 장비를….)

아무튼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보호용 UV필터는 안 쓰는 게 더 나아보인다.

2. 일반적으로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필터들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넘어오게 되면서 사진편집이 훨씬 자유로워졌고, 그 덕분에 필터 시장은 매우 급격하게 축소됐다. 그만큼 필터는 이제는 살 필요가 거의 없어졌다. 그렇다면 어떤 필터가 지금도 도움이 될까?

  • ND 필터 (8, 400, 1000 등)
    빛의 양을 줄여주는 필터다. 주로 노출시간을 늘려서 피사체의 움직임을 담거나 심도를 얇게 만들 목적으로 쓴다. 간혹 특수한 목적으로 쓸 때도 있다.
  • 크로스 필터
    조리개를 조이면 광원에서 빛이 갈라지는 것처럼 임의의 광원에서 빛이 갈라지게 만든다. 재미있는 효과지만, 은근히 쓰기가 어렵다. (사진을 망치기 일수!)
  • 그라데이션 필터
    부위에 따라서 점진적으로 빛의 양을 줄여주는 필터다. 나는 갖고는 있지만, 아직 제대로 써보질 못했다. 주로 풍경촬영할 때 하늘과 땅의 노출차를 줄이기 위해 쓰며, 쓰기만 하면 효과는 확실하다.
  • 태양 필터
    ND100’0000 필터와 비슷한 효과를 내준다. 즉 ND1000 필터 2 장을 끼우면 비슷한 효과가 난다. 다만, 태양 필터가 화이트밸런스가 더 낫다. 주요 사용처는 대낮에 태양을 촬영하기 위해 쓴다. 주로 일식이나 태양 일주사진 등을 찍을 때 유용하다. (이 필터는 매우 중요하다. 불량이면 카메라와 렌즈가 망가질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필터는 이것 뿐이다. 풍경사진을 찍는다면 ND 필터와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자. 크로스 필터와 태양 필터는 사용처가 정말 좁아서 추천해주기 힘들다.

3. 필터를 구매할 때 유의할 점 : 되도록 큰 것을 산다.

자기가 갖고 있는 렌즈와 크기가 맞지 않을 때는 업다운링(up-down ring)을 이용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냐면, 앞으로 무슨 렌즈를 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작은 렌즈 구경에 딱 맞는 필터를 구매했을 경우, 큰 렌즈로 바꾸면 필터도 바꿔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여러 렌즈를 쓸 경우도 가장 큰 렌즈 크기에 맞춰서 사는 게 가장 현명하다. 결국 이런 모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역시 처음부터 최대한 큰 필터를 사는 게 좋다.

4. 필터 휴대용 케이스를 꼭 사자.

필터를 하나하나 갖고 다녀도 별 상관은 없지만, 결국 제대로 보관하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필터 여러 장과 업다운링을 넣어갖고 다닐 케이스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렌즈 후드 구매 팁

후드는 사진에 포함되지 않는 방향에서 오는 빛을 차단해서 사진이 좀 더 깨끗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꼭 필요한 악세서리다. 그러나 렌즈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도 해줄 뿐더러, 접사촬영을 할 때는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렌즈를 고정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꼭 사자.

그런데 렌즈 제조사에 따라서 렌즈를 살 때 기본으로 주기도 하지만, 안 주기도 한다. 안 준다면 남대문상가를 들리거나, 각 지역에 있는 전문상가를 들리자. 기본적으로 후드는 정품과 비품의 성능차이는 없다. 그러니까 그냥 싼 거 쓰다가 깨지면 다시 새 거 사서 쓰면 된다.

렌즈 후드는 렌즈 제조사가 같고, 후드 구경이 같다면 호환된다. 그러니까 꼭 그 렌즈용 후드를 살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백마엘(EF 100mm f/2.8L Macro IS USM) 렌즈의 후드를 산다고 해보자. 이 렌즈 전용 후드 ET-73는 길이가 거의 10 cm로 매우 길다. 이게 뭐가 문제냐 하면, 백마엘 최단촬영거리가 30 cm뿐이라는 것이다. 따져보면 후드 끝에서 불과 몇 cm 떨어진 지점이다. 따라서 피사체를 최대한 크게 찍으려면, 더군다나 조명까지 하려면 온갖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후드를 빼버리고 찍는다. 그런데 후드를 빼버리고 찍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잡광의 문제는 접사 촬영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촬영할 때 어딘가에 부딪히기 쉽다는 점과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렌즈를 고정시키려 할 때 불편해져서 촬영 난이도를 증가한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처음에는 필터나사 고정용의 알루미늄 후드를 구매해서 줄로 갈아내고 쓰려고 시도했다. 저 작업을 위해 둥근 줄, 쇠톱, 검정색 라커 같은 것을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찾은 것이 캐논의 67 mm짜리 필터지름을 갖는 광각렌즈의 후드를 끼우는 것이었다. 이제는 후드에 써 있던 글씨가 다 지워져서 저 후드의 모델명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매우 요긴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접사처럼 잡광의 영향이 크지 않고 조명을 하기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렌즈에 제짝인 후드를 끼우는 게 제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렌즈캡 구매 팁

어차피 렌즈캡은 필터체결용 나사에 끼우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떤 것을 쓰던 편한 제품을 사면 그걸로 끝이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렌즈캡 중에 줄로 연결해서 분실을 방지하도록 만든 제품이 있다. 이건 절대 사지 마라. 촬영할 때 렌즈캡이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카메라가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그 영향도 받게 된다. 결국 난 이 제품을 딱 하나 사서 써보고서,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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