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창녕보 제방 붕괴 때문에 떠오른 시골 텃세

요즘 비가 워낙 많이 오다보니, 전국이 난리다. 보름 새에 전국에 1000 mm 가까운 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이정도면 보통 9 달 동안 와야 할 양이다. 그러니까 무슨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 아삼 지방에는 한 시간만에 1000 mm가 온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는 세계에서 가장 강우량이 많은 지역이니까…..

그러는 와중에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이 붕괴됐다는 기사가 떴다.

파이핑 현상이라는 묘한 전문용어가 나와서 뭔가 했더니, 수압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물이 돌아서 침투하기 위해서 스며들기 때문에 지반이 물러져서 결국 무너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꽤나 많이 보았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상습수해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 동네로 이사하기 1 년 전에 농사지을 하천부지(논)를 그 동네쪽에 사놓고, 집은 내가 맞은편 동네에 잡았다. 그런데 그해에 큰 물이 가서 우리동네 옆으로 지나던 농경 제방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 둑을 우리집에서 복구했다. 15톤 트럭 몇 대 분량의 흙과 작업할 인부 인건비….. 그때는 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때라서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그 동네로 이사갔다. 그리고 쭉 그 동네에 살았다.

그 사건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원래 제방이 무너지면 면에서 복구해준다. 이건 당연하다. 그런데 동네의 어떤 X이 우리집 때문에 무너졌다며, 면의 복구지원금도 반납하고, 우리집에 복구하라며 지랄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일을 당하시고도 계속 그 동네에서 잘 지내시더라….

그런 식의 차별을 얼마나 더 받았을지 생각하면……. 예를 들어 추수철이 되면 당연히 품앗이를 하게 되는데, 자기들 할 일 없을 때도 우리집 일은 절대 해주지 않다가, 서리를 맞아서 쌀 품질이 떨어진 뒤에야(쌀이 너무 익어서 방아를 찌면 갈라져 싸라기가 많이 생긴다. 밥맛도 나빠지고….) 순서를 정해서 품앗이를 왔다…..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시골인심… 그런 거 없고, 인심은 도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동네는 미군부대 확장이전 때문에 수용됐고, 아버지는 근처에 새로 만든 마을로 이사갔다. 그 동네 사람들 수십 명도 거기로 같이 이사갔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 지랄하던 X도 거기로 이사갔을 것이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난 되도록 시골집에 가지 않는다. 수십 년을 얼굴 보며 산 사람들이지만, 그 동네 사람들 얼굴 보면 시골 텃세가 떠오르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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