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해피피트(Happy feet)》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펭귄의 생태에 대해서 정확히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제작자들은 황제펭귄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해도 뜨지 않는 남극의 겨울을 황제펭귄들과 함께 월동했다고 한다. 그러나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에 흥행성은 부족했다.
《해피피트》는 펭귄사회를 인간사회에 투영한다. 그리곤 다른 가치관을 갖는 개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다. 모든 가치관을 몇몇 과목에 국한시켜 공부시키고, 학생들을 재단하려고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씁쓸하다.
이 영화가 나의 눈에 띄고, 이 영화에서 NG를 찾겠다고 달려든 것은 그 완벽함에 묘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완벽함을 파헤치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매력이 존재한다. ^^ 그 덕분에 <해피피트>는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NG찾기가 어려웠다. 고생을 사서 한 것으로 봐도 되려나?
그러나 펭귄의 부화장면에서 뽀송뽀송한 상태로 부화한다던지, 바로 아빠를 부른다던지 이런 당연한 건 생략하자. 주인공 멈블이 펭귄사회의 가치관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솜털을 끝까지 털갈이하지 못하는 점이나 멈블의 눈동자 색깔도 너그러히 봐주자.
이런 식으로 이해해주다보니 내가 찾은 NG는 겨우 세 개밖에 안 된다.
첫번째 NG : 펭귄들의 시력
펭귄들은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펭귄이 흰 배와 검은 등을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바다에서 사냥하는 데 유리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보호색은 육지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펭귄이 바다에 완벽하게 진화한 기능으로는 시력이 있다.
육지에 사는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서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인다.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는 수정체의 두께를 조정해서 망막에 선명한 상을 맺어야 하나 물과 공기는 굴절율이 다르다. 보통은 굴절율의 차이가 크면 빛이 더 크게 꺾이게 마련이다. 공기의 굴절율은 거의 진공과 같은 1.0003 정도인데, 물의 굴절율은 1.34 정도이므로 이 차이는 상당히 크다. 따라서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면 빛이 물과 수정체 사이를 지날 때 덜 꺾이고, 따라서 수정체를 아무리 변화시켜도 촛점은 망막의 뒷쪽에 맺힌다. 수영할 때 눈을 떠도 뿌옇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물 속에서 사냥해야 하는 펭귄의 경우는 정반대다. 물 속에서 촛점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수정체의 모양이 사람보다 더 두껍게 만들어져 있다. 물속에서만 사는 물고기를 쫒기 위해서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육지로 올라오게 되면 오히려 이것이 장애물이 된다. 공기와 수정체 사이를 통과하는 빛은 물 속에서보다 더 많이 꺾이기 때문에 수정체를 아무리 변화시켜도 촛점이 망막 앞에 맺히기 때문이다. 결국 육지에 올라온 펭귄은 모든 것을 뿌옇게 보게 되어 잘 볼 수 없게 된다.
송사리와 같이 수면에 사는 일부 물고기는 눈이 이중구조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즉 절반은 물 위에, 나머지 절반은 물 속에 알맞은 크기의 수정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영화에서 어떤 NG가 나왔는지 살펴보자.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자 암컷들이 까맣게 몰려오지만 수컷들은 암컷들이 안 온다고 동동거리고 있다. 이건 펭귄에게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인간의 어선을 발견하고 수백 m 밑의 바다로 뛰어든 주인공을 일행이 잘가라면서 작별인사하는 장면은 앞 장면과 상충되는 점이 있다. 이 장면 바로 직전의 장면에서도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인간의 어선들을 펭귄이 알아보는데 실제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명백한 NG가 되겠다. 뭐 혹시 펭귄들이 콘텍트렌즈를 꼈다거나 라식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펭귄류나 고래류들은 인간이 가까이 가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가까이 접근한다고 한다. 펭귄은 인간 바로 앞에까지 와서 인간을 살펴본다고 하는데, 펭귄과 인간이 서로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래는 보트를 타고 있는 인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트 주변에서 머리를 수직에 가깝게 내밀고 수면 밖을 본다고 한다. 이 모든 현상은 고래나 펭귄의 공기중에서의 시력이 형편없이 나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펭귄이나 고래는 소리를 이용해서 무리들간에 의사소통을 하도록 진화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이야기 : 수조관에 미친 멈블의 모습
인간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갔다가 탈진한 멈블은 결국 인간에게 잡혀 동물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멈블은 인간을 발견한다. 그 장면을 살짝 보자.

멈블이 수조관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은 수조관 안은 매우 밝고, 인간이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어두우니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달리는 KTX나 전철에서, 또는 고층건물에서 밤에 야경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장면이 현실에서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는 유리가 빛을 반사하는 특성에 기인한다. 유리는 물, 공기와 굴절율이 다르기 때문에 앞뒤에서 한 번씩 모두 두 번 반사한다. 이 때 유리판 앞뒤에서 반사되는 양도 거의 4% 정도로 비슷하다.
그래서 멈블은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두 겹으로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NG라 할 수 있다.
세번째 이야기 : 기름이 물과 섞이는 장면
이건 간단한 실수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빙하 속에서 나온 포크레인이 가라앉는 동안 관에서 검은 것이 흘러나오고 멈블은 그것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있다. 이 검은 것은 포크레인을 움직이는 동력을 전달하던 오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것이 물에 섞이는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너무 차가워졌기 때문이거나 폐유에 가깝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장면은 아니다. 아니… 가동하지도 않는 기계의 호스에서 기름이 저렇게 콸콸 나오는 것 자체가 NG이지 않을까?

모두 세 가지 NG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완벽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화를 만든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저 이런 글 진짜 좋아해요. 학교 다닐 때도 영화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오류들 모아놓은 책 즐겨읽곤 했답니다. ㅋㅋ..
근데 이런 글은 쓰기 힘드네요. 시간도 많이 들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