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 [커피 얼룩의 비밀] 송현수 지음, MID

유체역학에 대한 책으로, 표면장력, 마랑고니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그누스 효과 등에서 약간의 오류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유체역학에 대한 책 중에서는 추천할 수 있다.

One comment

서점에 등록되는 과학책을 살펴보면, 어떤 분야의 사람들이 대중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때로는 아예 전공하는 사람이 없어서 출판되는 책이 없거나, 있더라도 지은이나 번역한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책을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커피 얼룩의 비밀]이 다루는 유체역학도 도움이 되는 책이 그리 많지 않은 분야다. 지금까지 봐온 유체역학 관련 교양과학서적 상당수는 전공은 고사하고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번역하거나 쓴 책이다. 오죽했으면, 명확하게 도움이 되는 책은 전공책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참고로, 나는 수업시간에 유체역학을 배운 적이 없다. 유체역학이 개설되는 학기에 수강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자체 폐강…ㅜㅜ 그래서 교재로 사뒀던 책을 혼자서 일주일 동안 공부했다.)

이렇게 뚜렷하게 기준이 될만한 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위험성이 커진다. 틀린 상식이 옳은 지식인양 통용되기 쉽다. 예를 들어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선풍기 괴담이나, 비행기 양력이 베르누이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 등이 사실은 전부 현실과는 동떨어진 틀린 유체역학 이론이다. 이렇게 틀린 이론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이런 이론이 그냥 통용된다. 어쩌면 내가 첫 번째 책 [노을의 물리학]을 쓴 뒤, 지금 쓰고 있는 두 번째 책 [소나기의 물리학], 글 쓸 소재 전부 모아놓은 세 번째 책 [뒤뚱펭귄의 과학], 그리고 소재를 모으고 있는 네 번째로 준비하는 마랑고니 효과에 대한 책까지 유체역학과 관련이 있는 건, 유체역학 분야가 워낙 무주공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우주론, 양자역학 같은 분야는 내가 책을 내기에는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

이 책 [커피 얼룩의 비밀]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판매되고 있는 유체역학 분야의 교양과학책 중에는 손안에 꼽힐 것이다. 앞쪽의 유체역학의 기초이론과 마랑고니 효과에 대한 내용은 송현수 님의 전공이 이쪽이라서 책 내용이 참 좋았다. (아마 책을 쓸 때 많이 참고하고, 인용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장인 ‘제8장 찻잔 속 태풍’의 경우는 지금 원고를 교정하고 있는 [소나기의 물리학]과 거의 겹치는데, 몇 가지 오류가 눈에 띄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 장만 빼면 매우 좋았다!
사실상 유체역학 중에 미시적인 관점에서 일어나는 흐름에 의해 일어나는 마랑고니 효과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지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옳은 지식이나 틀린 지식이 대중에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과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꼭 얼른 관련된 책을 읽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다들 아시겠지만, 광고업계에서 손대기 시작하면 틀린 정보가 엄청나게 많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늘날 돌아다니는 틀린 정보 중 1/3은 광고업계가 처음 광고소재로 쓸 때 만들어지고, 나머지 2/3는 광고가 사라질 때쯤에 사기꾼이 만드는 것이었으니?!


[커피 얼룩의 비밀 – 흐르고, 터지고, 휘몰아치는 음료 속 유체역학의 신비]

송현수 지음, MID 출판사
2018 년 발행, 4 쇄
1`5000 원
ISBN 979-11-87601-82-1
284 쪽, 신국판, 반양장

1. 우유 왕관Milk Crown _ 충돌에 대하여
신선한 우유의 상징 ‘우유 왕관’
왕관의 탄생
순간의 포착, 초고속 카메라
춤추는 물방울 ‘라이덴프로스트 효과’
소변의 물리학
물방울 충돌과 예술

2. 기네스 폭포Guiness Cascade _ 거품에 대하여 1
아일랜드의 영혼, 기네스 맥주
기네스의 매력, 질소 거품
완벽한 한 잔의 기네스
쏟아지는 거품 ‘기네스 폭포’
기네스 캔맥주의 비밀 ‘위젯’
맥주 거품의 소멸
엔젤링의 원리 ‘치리오스 효과’
맥주 거품 즐기기​

3. 악마의 와인Devil’s Wine _ 거품에 대하여 2
샴페인의 탄생
샴페인 기포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플루트 vs. 쿠프
막걸리와 탄산수의 거품
콜라 – 멘토스 폭발
생명체의 거품
거품과 수학
거품의 공학적 응용
세계에서 가장 큰 비눗방울

4. 커피 얼룩Coffee Stain _ 표면장력에 대하여
커피 얼룩 효과
커피 얼룩의 예술
접촉각이란?
위스키 얼룩
와인의 눈물
술 속의 구슬, 비딩
물방울 증발의 응용​

5. 초콜릿 분수Chocolate Fountain _ 점성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 중인 실험
점탄성 유체의 여러 효과들
물질의 변형과 흐름, 유변학
미끄러지는 표면 ‘리퀴글라이드’
온도와 알코올 도수에 따른 술의 점성
소주 슬러시와 과냉각
라면 스프 먼저? 면 먼저?​

6. 무지개 칵테일Rainbow Cocktail _ 밀도에 대하여
푸스카페 스타일 칵테일
믹싱 스타일 칵테일
칵테일의 심장, 얼음
온도, 고도, 염도에 따른 밀도
무거운 물 ‘중수’
브라질 땅콩 효과​

7. 커피와 비스킷Coffee & Biscuit _ 모세관 현상에 대하여
힌두교 우유의 기적
우주의 에스프레소
비스킷 적셔 먹기
생태계의 모세관 현상
사이펀과 계영배
모세관 현상과 종이접기

8. 찻잔 속 태풍Typhoon in a Teacup _ 소용돌이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큰 소용돌이, 태풍
코리올리 힘
아인슈타인의 찻잔
샤워 커튼 효과
포석정과 돌개구멍
고흐 작품의 소용돌이
변화구의 원리 ‘마그누스 효과’
날개 없는 선풍기


차례를 봤으면 알겠지만, 8 가지 음료를 이용해서 유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괜찮은 접근이라 생각한다. 대략 살펴보자.

1 장은 우유왕관 현상부터 시작해서 표면장력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한다. 나는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할 때 그냥 정면돌파를 하는 편이라서 이런 감각이 부럽다. 일부 관련이 없어보이는 내용이 살짝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원고가 잘 쓰여졌다.

2 장은 맥주, 3 장은 와인으로 거품에 대해 설명한다. 거품도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중요한 현상인데, 이게 단순히 표면장력을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현상이다. (기네스 폭포와 와인잔 안에서의 거품의 순환 현상은 8 장에서 다루는 찻잎 패러독스의 2차 흐름과 연관되는 현상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4 장은 커피 얼룩을 이용해서 마랑고니 효과를 설명한다. 지은이의 전공이라 내용이 참 좋은데, 너무 빨리 끝난 느낌….

5 장의 초콜릿 분수와 6 장의 무지개 칵테일은 솔직히 이 책의 다른 부분과 잘 연결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 같으면 그냥 빼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내용은 좋았다.

7 장의 비스켓을 커피에 찍어먹는 이야기는 이미 다루는 책이 많으므로, 이 책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부담 없이 읽으면 된다.

8 장 찻잔 속 태풍은 차를 탈 때 물에 가라앉은 찻잎이 소용돌이의 가운데로 모이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사실 이 현상은 꽤 유명한 현상이지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유명한데 설명이 쉽지 않은 현상은…. 설명에 오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도 그랬다. 이건 솔직히 이 책만의 책임은 아니다. 교과서도 틀리는 내용이니…..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보니, 과학책이 아니라 음료에 대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제 이 책을 읽으며 메모해 놓은 것 중에 일부를 살펴보자. 메모해 놓은 건 많지만, 절반 정도는 내 원고에 넣을까에 대한 것과 책 내용과 관련된 다른 현상을 적어놓은 것이라서 생략한다. (그랬더니 문제점만 남았다. ;;)

  1. 15 쪽 : 우유 왕관 현상을 제대로 촬영하려면 보통 우유에 계면활성제를 조금 더 섞어넣어야 한다. 안 섞으면 사진처럼 이쁘게 나타나지 않는다.
  2. 64 쪽 : 설명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기포와 반기포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설명도를 봐서인 듯싶다.
  3. 134 쪽 : ‘콰이어콜’이란 낱말에 대한 설명이 없다.
  4. 159 쪽 : 중세 성당의 유리창에 쓰인 유리가 흘러내렸다면, 149 쪽의 역청방울 실험에 쓴 유리깔데기도 흘려내렸을 것이므로 관찰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5. 172 쪽 : 온도에 따라 산소 원자들 사이에 있는 수소 원자의 위치가 왜 달라지는지?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따뜻한 물이 찬 물보다 더 빨리 얼게 만드는지, 글만 읽어서는 알 수 없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6. 190 쪽 : 얼음의 비중이 0.9이기 때문에 빙하도 10%만 물 위에 나온다는 것은 옳지 않다. 빙하에는 얼음 안에 공기가 잔뜩 들어있어서 비중이 얼음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7. 195 쪽 : 훈련하지 않아서 고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틀렸다. 애초에 훈련할 수가 없다. 심지어 에레베스트산 등정팀을 응원하려고 ABC캠프에 방문했던 한국등반협회 회장인가 하는 분이 고산병에 의해 돌아가신 사고도 있었다. ;;;
  8. 195 쪽 : 그래프의 확대된 부분이 그래프 전체 중의 어느 부분을 확대한 건지 표시하면 보기 쉽지 않을까?
  9. 235 쪽 : (마지막 문단)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소용돌이가 바닷물의 소용돌이를 말하는 건가?
  10. 238 쪽 : ‘윌리윌리’는 열대성 저기압이 아니라 먼지 소용돌이(매우 작게 생기는 소용돌이)를 뜻하는 원주민의 말이다. 옛날 교과서가 틀렸던 내용!
  11. 239 쪽 : (마지막~다음쪽 처음) 설명이 불충분해 이해할 수 없다.
  12. 249 쪽 : ‘소용돌이’가 어떤 의미인지 애매하다.
  13. 255 쪽 : (밑 4줄) 마그누스 효과에 대한 설명을 틀렸다. 256 쪽의 설명도를 보면 아주 간단히 알 수 있다. (255 쪽의 설명은 미시적 관점, 256 쪽 설명도를 보고 간단히 알 수 있는 건 거시적인 관점에서 마그누스 효과를 이해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교과서든 책이든 영상이든 마그누스 효과에 대한 내용 중 99.9%는 틀린 내용이니, 이걸 송현수 님한테 틀렸다고 탓하기는 힘들다. 이런 걸 틀렸다고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14. 255 쪽 : 탑스핀과 백스핀이 뭔지 이해할 수 없다.

ps.
글쓰기 전략에서 가끔 특별한 내용을 독립적인 꼭지로 모아놓고, 본문에서 그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 그 꼭지에서 보라며 꼭지의 위치를 말해준다. 접근하는 방법이 나와는 완전히 반대여서 재미있었다. 나는 독집적인 꼭지를 거의 만들지 않을 뿐더러, 그런 꼭지를 만들더라도 가장 처음 나오는 곳 바로 뒤에 위치시켜 위치를 따로 안내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나와 다른 점을 찾은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외에 가끔은 완전히 빼는 게 낫지 않나 싶은 꼭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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