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 스펙트럼과 발광 스펙트럼

스펙트럼은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아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하늘에 뜨는 무지개가 대표적이며, 무지개 이외에도 가끔 관찰할 수 있다. (보통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지도 모르고 지나치지만…) 아이작 뉴턴은 스펙트럼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처음 발견했다. 프리즘으로 햇빛을 색깔별로 분리해 무지개를 마음대로 만든 것이다. 당시에는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발견이었고, 또 다른 과학자들도 후속실험을 통해서 자외선과 적외선을 발견하는 등, 추가로 엄청난 발견을 했다.

흡수 스펙트럼은 19 세기 초에 광학기기 제조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해낸 브라운호퍼가 햇볕을 분광하면서 발견했다. 브라운호퍼는 그 뒤부터 흡수 스펙트럼의 파장을 각종 광학기기의 표준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19 세기 말까지는 스펙트럼에 나타난 각각의 선이 어떤 물질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완벽히 알지 못했다.

지구상의 물질 대부분에 대한 분광이 끝나갈 즈음인 1868 년에 프랑스 천문학자인 피에르 장센(Pierre-Jules-Cesar Janssen, 1824∼1907)이 인도에서 개기일식 때, 태양의 스펙트럼을 사진 찍어서 새로운 스펙트럼선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이 원소 이름을 ‘태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elios’로부터 헬륨(helium, He)이라고 붙였다.

태양 흡수 스펙트럼 (출처 : Nasa)

당시의 화학자들은 17 주기로 맞춰져 있던 원소주기율표에는 0 족 원소인 헬륨(He)이 위치할 자리가 없음을 눈치채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영국의 월리엄 램지와 존 월리엄 스트럿(레일리 경)에 의해서 아르곤(Ar)이 공기에서 정제되었다. 공기에서 산소와 질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모두 제거하고, 나머지 잔유물도 최선의 방식으로 모두 제거하려고 했지만, 1% 가량의 기체는 어떤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 (이미 이들보다 100여 년 전에 캐번디쉬가 발견했었지만, 너무 앞선 발견이었다.)
이렇게 아르곤이 발견되어 0족 원소가 주기율표에 자리잡게 된다.

현대의 분광학 (출처 : Nasa)

월리엄 램지는 이후에 우라늄광석 안에 있던 여러 가지 방사성 원소가 α-붕괴하며 방출되어 광석 속에 갇혀있던 α입자(헬륨원자핵)를 추출해낸다. 이것이 최초로 얻어진 헬륨이다. 헬륨은 지금도 이렇게 광석에서 얻어진다.

흡수 스펙트럼은 원자의 전자궤도 사이를 전자들이 옮겨다니면서 빛을 흡수해서 생긴다.
햇빛은 흑체가 방출하는 빛인 흑체복사에 가까워서 거의 모든 파장의 가시광선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가시광선이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를 지날 때, 헬륨 원자의 전자가 다른 전자궤도로 옮길[들뜰] 수 있는 에너지와 완전히 똑같은 가시광선은 전자를 들뜨게 하면서 흡수되어 사라진다. 물론 이때 들뜬 전자는 다시 원래의 궤도로 되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흡수됐던 가시광선은 다시 방출된다. 그런데 코로나에서 다시 방출된 가시광선은 모든 방향에 균등하게 퍼져나가고, 또 다른 여러 광학현상도 관여되면서, 태양 외부에서 볼 때 태양 표면에서 처음 출발했던 흑체복사의 다른 가시광선보다 약해진다. 그래서 분광할 때 헬륨원자를 들뜨게 만드는 가시광선은 상대적으로 검게 나타난다. 마치 태양 표면에 있는 흑점이 원래는 매우 밝지만, 태양의 보통 표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앞서 말했던, 피에르 장센이 처음 발견했던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이다.

만약 헬륨원자에 어떠한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서 전자를 들뜨게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들떴던 전자는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오면서 가시광선을 방출한다. 이때 방출되는 가시광선을 분광해 보면 단 몇 파장의 선만 보인다. 이렇게 얻은 스펙트럼을 발광 스펙트럼 또는 선스펙트럼이라고 부르며, 여기에 나타난 선들을 분광선(스펙트럼선)이라고 부른다. 발광 스펙트럼은 흡수 스펙트럼과 완전히 같은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재미있다. 일부 금속원소의 불꽃반응 색도 생기는 기본원리는 같다. 예를 들어 나트륨을 불꽃반응이나 방전관으로 만든 발광 스팩트럼은 흡수 스펙트럼과 정교하게 일치한다.
이런 발광 스펙트럼은 매우 정밀하게 일정한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각종 측정장비의 기준으로 많이 사용된다. 분광학 초기에 브라운호퍼가 측정장비의 기준으로 썼던 햇빛의 흡수 스펙트럼보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발광 스펙트럼이 훨씬 정밀하다. 태양의 코로나는 움직임이 많고, 또 강한 전기장과 자기장의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에타 카리나의 선스펙트럼 (출처 : Nasa Hubble 망원경 홈페이지)

발광 스펙트럼은 형광등이나 네온사인 같은 방전관 형태로 생활 속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맨눈으로 봤을 때 각각의 파장에 해당하는 색으로 나뉘어 보이는 게 아니라 모든 가시광선이 혼합된 단일 색으로 보인다. 방전관에 여러 기체를 넣었을 때 나오는 발광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공기는 분홍색, 이산화탄소는 흰색, 네온은 주황색, 아르곤은 보라색, 헬륨은 거의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띈다. (발광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색은 그 기체를 이용해 만든 레이저의 색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가 많다.)

수소, 헬륨, 수은, 우라늄의 발광 스펙트럼 (출처 : GSR)

스펙트럼은 가시광선 영역 밖의 빛에 대해서도 항상 신경써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에너지가 낮은 전자궤도와 관련이 있는 라이먼 계열의 분광선은 자외선 영역에서 나타나고, 두 번째로 에너지가 낮은 전자궤도와 관련이 있는 발머 계열의 분광선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 두 계열을 제외한 파센, 브리킷, 훈트 계열의 분광선은 거의 모두가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천체관측을 할 때, 자외선 영역에서 나타난다고 한 라이먼 계열의 분광선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관측되는 것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이는 허블의 법칙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먼 거리에 있는 천체는 빠른 속도로 우리와 멀어진다. 그래서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빛의 파장이 길어진다. (이걸 몰랐던 초기 천체물리학자들이 관측결과를 놓고서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 봐라.)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에 의해 발견된 130억 광년 떨어진 우주 초기의 은하들은 모두 붉다. 이도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파장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붉게 보이는 빛이 원래 은하에서 만들어졌을 때는 자외선이나 X선이었다.) 그러나 도플러 효과는 광원과 관찰자가 움직이는 속도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큰 규모의 연구를 할 때는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미세한 분석을 할 때는 골치아픈 요소가 많이 생긴다.

이제는 천체관측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스펙트럼 분석을 하게 됐다.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단순한 별빛만으로도 엄청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는 종종 일반상식을 뛰어넘는다.

도플러 효과에 의한 적색편이(위)와 청색편이(아래) (출처 : ASTRONOMY 121)
Hubble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ultra deep field
(작은 원 안의 붉은 은하들은 대략 130억 광년 거리에 있다. 출처 : Nasa)

흡수 스펙트럼을 연구할 때는 별의 온도가 높을수록 흡수 스펙트럼의 개수가 증가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온도가 낮은 별에서는 수소와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이 주로 관측되지만, 온도가 높은 별에서는 수소와 헬륨의 흡수 스펙트럼은 약해지고, 대신 더 무거운 탄소, 산소, 칼슘 등등의 원소가 만드는 흡수 스펙트럼이 강해진다. 왜 이런지는 아직 모른다.

우리은하의 외부 천체를 관찰할 때 나타나는 흡수 스펙트럼의 편이는 허블의 법칙을 이용해서 해당 천체와 지구 사이의 거리를 재는 데에 사용된다. 우리은하 주변에 있는 천체들은 대부분 청색편이를 보이는데, 중력에 의해 점차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은하단의 천체 대부분은 먼 미래에 하나로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는 어떤 용도로 스펙트럼을 이용할까? 대표적으로는 매우 적은 분량의 물질을 찾아내는데 쓸 수 있다. 시료에 매우 조금 들어있는 미지의 성분을 알아내는 건 무척 힘들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나타나는 효과를 증폭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료가 DNA라면 특정 성분을 합성하라는 명령을 엄청 많이 내린 뒤에, 어떤 물질이 합성됐는지 알아보면 시료가 어떤 DNA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물질이라면, 두 개의 거울을 평행하게 놓고, 그 사이에 분석할 시료를 놓은 다음 레이저를 쪼인다. 레이저는 두 거울 사이를 수만 수십만 번 왕복하며 시료와 반응한 뒤에 두 거울 중 한쪽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수만~수십만 번 왕복하면서 미지의 물질의 농도를 그만큼 진하게 만들었거나 시료의 양을 그만큼 늘렸을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킬 것므로,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을 것이다.
이런 방법이 쓰일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분야다. 사람은 질병에 걸렸을 때 질병에 따라 특유의 성분을 날숨으로 내뿜는다. 그러니까 날숨을 모아서 앞의 방법으로 흡수 스펙트럼을 만들면 어떤 질병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장비도 병원의 다른 장비보다 훨씬 간단하게 만들고 조작할 수 있으므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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