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 두 번 봐도 재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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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봐도 재미있을까?

2006.07.30 16:35
삼성 메가박스
8관 H열 3번

괴물이란 영화가 선계약 60억불이네 뭐네 하면서 한참 말이 많았던 것은 알았지만 영화를 볼 때의 재미의 반감을 생각해서 일부러 관련 글들도 거의 보지 않았다. 이번 라디오키즈님의 번개에 참가하게 되어 같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M_영화관 가는 여정….|영화관 가는 여정….|
라디오키즈님과 만나기 위해서 인천에서 처음 출발할 때는 비교적 넉넉한 시간에 출발하였다. 그러던 것이 점점 시간이 늦어져서 결국은 영화 처음 몇 분을 보지 못한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됐다. 우선 처음 나가서 전철역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데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30분이 다 되도록 마을버스는 오지 않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 덕에 온 몸은 땀에 절어야 했다. 그런데 30분이나 늦게 된 것은 어떤 남자가 버스의 백미러를 치고 가서 운전을 못해서 보조해줄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막상 강남의 삼성역에 도착했을 때는 그래도 시간에 여유가 있었는데 라디오키즈님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서 그 여유있는 시간을 모두 헛소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결국에는 앞 시간을 놓치고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 메가박스 8관으로 직행해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영화는 그래서 처음 부분을 놓치고 결국에는 한강다리에 꼬리를 걸고 거꾸로 매달린 상태부터 보게 됐다._M#]

80년대에 나온 미국의 괴물 <the Thing>
들어가자마자 괴물은 모습을 나타냈고, 한강 시민공원을 이리저리 날뛰면서 영화가 시작됐다.
괴물은 괴상하게 생겼고, 포악했다. 일반적으로 공포영화는 헐리웃영화 <the Thing>이나 <에어리언>에서처럼 그 존재를 거의 드러내지 않다가 거의 끝날때쯤 본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괴물>은 정말 황당하게도 처음 등장하자마자 마구 날뛰는 그동안의 상식선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구성을 하고 있었다.

한강에 던진 맥주캔을 물속에서 꼬리로 잡아가는 괴물의 모습이 처음부터 긴장을 완화시키이지만, 첫번째 웃음은 한강변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한 여자에게서 시작된다. 이건 직접 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이렇게 난동을 부리던 괴물로부터….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송강호가 딸을 괴물에 유괴당하면서 시작된다. 이미 영화 초반부터 괴물이 등장하게 되자 영화를 어떻게 이끌어가게 될까가 궁금하게 됐는데, 신기한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느낌은 영화의 길이가 한 시간쯤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영화가 관객의 심리적인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사용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영화는 거의 괴물에 의한 긴장과 연기자들에 의한 코믹이 한 번씩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괴물의 등장하는 방법으로부터 깜짝 놀라게 한다면 중반 이후가 되면 괴물의 등장이 아니라 감독의 특유의 심리전으로 깜짝 놀라게 만든다. 따라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화에 빠져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영화에 대해서 논리적 추리나 분석을 하면서 감상해도 꽤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괴물의 등장을 미리 안다고 해도 괴물에게 깜짝 놀라는 것은 반복해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에서 간혹 괴물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PL이나 까매오 출연같이 정말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생각되는데, 막상 내가 그 모든 것을 다 느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괴물>이 몇 명의 관객을 동원할지가 현재의 최대의 이슈일터인데 내가 보기에는 1000만을 넘을지 의문이 든다. 분명 현재까지 나왔던 1000만 동원 영화들만큼 잘 만든 영화라 생각들지만, 주요 타겟을 삼는 관객층이 좀 얇기 때문에 700~800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괴물>은 스토리가 잘 갖춰진 영화임에도 다시 봐도 재미있을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한반도>보다 <괴물>이 훨씬 재미있는 영화다.

[#M_약간의 스포일러와 전체적인 영화평!!!|영화평 접기~!!!|
영화 전체적인 구성에서 특이한 것은 영화 내내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괴물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국의 움직임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평이 주류를 이룬다.
괴물을 탄생시킨 원인도 미국이고, 괴물에게 노출된 사람들이 아무런 바이러스 감염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거짓정보를 흘리고, 강제로 바이러스를 얻으려는 행위를 하는 것도 미국이다. (송광호의 “No virus? !@#$#$%%%” 하는 대사는 정말 압권이다. ㅎ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용만 당한다. 송광호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를 들어서 뇌수술까지 당한다. 그리고 괴물을 어설프게 퇴치하고자 하는 것도 미국이다.
물론 괴물을 죽이는 사람은 이 영화의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한강변에서 노점상을 하던 머리가 좀 모자란 송광호와 그의 가족들이다.
이 전체적인 줄거리는 아랍에서 어설프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서 아랍 국가들의 원성을 산(이스라엘=독극물) 뒤 아랍의 테러가 있자 있지도 않는 증거(바이러스=화학무기 등등)를 들이대면서 전쟁을 시작하고, 결국 완전히 제압하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현 이라크 상황) 미국의 현재의 상황을 성토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아마도 흥행에 실패할 것 같은 느낌이다. 원체 미국을 씹는 반미영화이기 때문이다. 중동 문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내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중의적) 비판을 시도한 것 같다. (앞부분을 못 봐서 괴물의 탄생 부분을 못 봤는데도 보는 도중에 반미영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이 본 분 중 한 분은 앞 부분을 못 봐서 친미영화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사람의 의식구조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포스터가 가장 잘 만든 포스터일듯하다.

감독의 멋진 장치 하나는 미군에 의해서 강제로 뇌수술당한 정신지체의 송광호는 괴물이 죽은 이후 평화를 되찾으면서 정상적인 사람으로 변한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도중 액스트라로 출연한 것 같은 어떤 꼬마 남자아이가 마지막 장면까지 출연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멋진 연기를 보여줬고, 마지막으로 괴물을 처치하는 배두나의 마지막 활쏘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카리스마가 느껴지게 하는 모습이었다. (배두나의 연기는 아직도 약간 부족하게 느껴진다. ^^;) 또 송광호의 딸 역할을 한 고아성의 연기는 예쁘장한 외모만큼이나 아주 훌륭했다!! 잡혀서 갖힌 하수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괴물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장면에서 정말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는 전체적으로 구성이 매우 잘 되어 있었지만, 2시간의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면들이 잘린 것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는데 특히 괴물이 잡혀있던 송광호의 딸과 남자아이를 잡아먹는 장면이 통째로 잘린 것은 그 앞과 뒤의 스토리 연결을 부자연스럽게 만든 주요 원인이 되었다. (아니면 탈출하려고 했던 장면에서 잡혀먹힌 것이고, 그 이후 송광호가 괴물을 만나 딸의 존재를 알아채게 됐는데, 그 부분의 스토리가 잘리거나 빈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음향도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초중반에 두어번 정도 음향과 특수효과음이 분리되는 부분이 있어서 귀에 많이 거슬렸다. 뒷쪽에서 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앞부분에서도 어느정도 반향소리가 같이 울려줘야 자연스러울텐데, 내가 관람한 좌석탓인지 뒷쪽 음향만 날카롭게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강 둔치에서의 시위대는 정말 영화 스토리의 전개를 위한 것일 뿐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장치였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미군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비판을 넣기 위한 장치였던 듯 하지만…..)
_M#]

[#M_ps. ……………|ps.|
가장 엽기적인 것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cast의 주요 배우 이름이 나온 뒤에 가장 처음으로 올라온 사람은 “괴물voice 오달수”였다. cast를 보던 사람들은 모두 이 사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외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괴물 소리를 사람의 목소리로 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지 않는가?_M#]
ps.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을 위해서 참고로 힌트 하나 드리자면…..
영화가 끝나고 cast가 올라갈 때 마지막에 영화필름 로고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 모든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자리를 떴을 때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ps. 마린블루스의 예지력 → 사이트가 사냥꾼에게 넘어가서 링크 삭제합니다.

13 comments on “〈괴물〉 – 두 번 봐도 재미있을까?”

  1. 오, 보셨구나! 저도 볼 예정이라 글은 대~충 눈 흘기면서 보고가요.
    알면 재미 없으니까..^^;

  2. 트랙백 달아주신 것 보고 왔습니다 :)
    그렇죠. 저도 ‘그 캐스팅’은 정말 놀랐습니다! 하하핫~.

  3. 배두나 짱이었습니다. ㅠ_ㅠb
    저도 오랜만에 너무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12세 상영가 수준답게 적절안 안배를 한듯 충격적인 장면보다는 기타 많은 장치를 사용했던 것도 좋았고요.

    아쉬웠던 건..-_- 맥거핀에 속기에 바빳던 제 자신이었지요. 오늘 모임 후기도 올릴 예정입니다. ^^;; 어제 즐거우셨어야 할 터인데…

  4. 앗! 엔딩롤 후에 뭐가 있었나요? 없다고 하는 소리에 그냥 나가버렸는데… 아쉽네요. ^^

  5. 스포일러성 리플이 될지도 모르니 일단 비밀글로;
    송강호가 괴물의 본거지(?)에서 옷가지로 만들어진 줄을 잡고 매달려 있을 때,
    머리 위로 지나가는 괴물의 입 사이로 현서의 팔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아마 그 장면을 놓치셔서 앞 뒤 연결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셨나봅니다. 좀 휘리릭 지나간 감이 있더군요^^;

  6. 송강호가 받은 것은 뇌수술이 아니라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한 조직 추출같은 것일 겁니다. 의료드라마에도 곧잘 나오는 장면이라 기억나거든요.이런 검사를 했을 때 꼭 뇌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닌 걸로 압니다. 검사 단계에 그치는 시술이지요.

    1. 답글 감사드립니다.
      꼭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상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겠죠? ^^
      뭐랄까 옛날 일본 만화인 삼지안변성에서처럼 알듯모를듯 약간 바뀌는…ㅋㅋ

  7. 카펜터의 괴물도 나름 대로 잼있게 본 기억이 있네요. 컴퓨터 그래픽 없이 조악하게 만들어진 괴물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정감이 있어 보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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