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NG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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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년에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해운대>라는 영화는 감성코드에 맞춰 제작하여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실제로 영화의 각본과 촬영화면, 과학적 타당성은 너무도 허술했다. 이런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
이 글에서는 숱한 NG 중에 몇 개를 뽑아 살펴보고자 한다.

1. 뭔가 알 수 없는 해일

해일 영화인만큼 해일의 NG가 가장 크게 눈에 띄었다. 더군다나 NG가 매우 자주 보였기 때문에 과학자의 고증을 거쳤다는 말이 의심이 들 정도로 무색해졌다.

◎ 산사태에 의해 발생하는 대규모 해일

실제로 지질학적으로 섬이 무너지는 산사태에 의해 100 m 이상 높이의 해일이 발생했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파키스탄 부근인가에선 한 호수에서 150 m 높이의 해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처럼 무너지기 쉬운 화산기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높은 해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마도에서 산사태가 일어난다고 가정한다면 100 m 정도의 해일이 부산에 몰아친다는 내용은 어거지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해일의 규모와 형태는 뭔가 영 이상하다. 우선 <포세이돈 어드밴쳐>라는 영화에서도 나온 오류인데, 깊은 바다에서도 파도의 파쇄현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인명구조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구조하러 갔을 때 현장에서 높은 해일이 들이닥치는 일은 없었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깊은 바다에서는 해일의 진폭은 매우 적다. 대신 파장이 매우 길다. 이러한 해일이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바다의 깊이가 얕아지면서 파쇄현상이 나타나고, 파장이 짧아지면서 진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영화 배경으로 나온 2004 년 슈마트라 강진의 경우 슈마트라 섬에서 관측된 해일은 10 m 파고였지만, 깊은 바다에서는 10 cm 내외였다고 전해진다. 파동의 에너지는 진폭과 파장에 영향을 받으므로 비례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100 m 쓰나미라고 하면 얕은 바다에서는 1 m 미만의 진폭을 가질 것은 확실하다.

광안대교 근처의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는 파쇄현상이 생길까?

◎ 해일이 몰려오기 전 빠지는 물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해일이 몰려오기 전에 바닷물이 빠져나간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초등학교 4~5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해운대에서 해일이 몰려오기 전에 물이 빠져나가는 장면은 이 상식(?)이 선입견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오류다. 슈마트라 해일이 발생했을 때 10 분쯤 전에 해안의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해안을 구경하려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가 해일에 휘말려서 피해가 더 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슈마트라 해일 때는 바닷물이 빠져나갔는데 왜 해운대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 안 되는가를 생각해보자.

해양지각에서 발생한 지진이 해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각이 수평운동이 아닌 수직운동을 해야 한다. 즉 지각이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꺼지면 지각이 운동한 부피만큼 바닷물이 밀려나가 해일이 되는 것이다. 지각이 수평운동을 한 지진은 지각의 부피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일 발생 얼개

일반적으로 지각이 수직운동을 한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대를 기준으로 한 쪽은 위로 운동하고, 반대쪽은 밑으로 꺼진다. 이때 솟은 쪽으로 전파되는 해일은 지각이 솟은 부피만큼 위로 향하는 파고를 형성한다. 이 해일이 도착하는 지역에는 바닷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파도가 몰아친다.(위 그림의 오른쪽) 반대로 밑으로 꺼진 쪽으로 전파되는 해일은 지각이 꺼진 부피만큼 아래로 향하는 파고를 형성한다. 이 해일이 도착하는 지역에는 바닷물이 빠지는 주기가 먼저 해안에 도착한다.(위 그림의 왼쪽) 그래서 바닷물이 빠진다. 슈마트라 강진의 경우 슈마트라 쪽 지판이 아래로 꺼지는 지진이었기 때문에 바닷물이 우선 밀려나간 것이다. 반대로 인도, 쓰리랑카, 소말리야 인근의 해일 피해지역은 전조 없이 갑자기 해일이 몰려왔다. (슈마트라 강진을 분석한 이미지에서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에서 발표한 이미지를 살펴보자.)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상태로 몰아닥치는 쓰나미가 올 때도 해안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건 위로 솟은 첫 번째 쓰나미가 오면서 부족한 물을 주변에서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도 해수면이 약간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럼 영화속의 장면을 생각해보자. 해일이 발생한 원인은 대마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즉 바닷물 속으로 암석이 심하게 밀려내려갔기 때문이므로 첫 파고는 위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해일이 오기 전에 바닷물이 빠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영화 제작자에겐 말썽 많은 해일이다.

더군다나 만약 물이 우선 빠져나간다고 생각할 때의 문제도 눈에 띈다. 물이 그렇게 급하게 빠져나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빠져나갈 때는 쓰나미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워낙 파장이 길고 진폭이 별로 크지 않은 파동이다보니 깊은 바다에 있을 때는 파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물이 밀려나갈 때는 큰 파도가 온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해일이 해저면과 마찰을 일으켜서 파고가 높아질 때에서야 알게 된다.

해안으로 몰려오는 쓰나미의 물결 모양 (1:23:00)
광안대교 부근으로 몰려오는 파도를 보면 파도의 모양이 수직에 가깝게 서서 몰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양으로 무너지지 않고 몰려올 수 있는가? 당연하겠지만 파도는 둥근 원 모양으로 윗쪽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모양이 되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파형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또 한 가지 문제는 해일의 하단부 작은 물거품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파도의 상단과 같은 속도로 움직여 해안을 덮치는데 이건 실제로 물리를 모르는 분들이 살펴봐도 오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의 속도는 잔물결 수준에서 가장 느리고, 이보다 작거나 크면 빠르다. 따라서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진행되면 큰 파도가 작은 파도를 모두 삼켜버린다. 물론 파동의 독립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해일에 대한 오류들은 이 이외에도 많은데 중요한 점을 언급했으니 나머지는 생략하자.

2. 콘크리트용 철근과 원양어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인도양 원양어선에 해일이 몰아친다. 원양어선이 통통배 수준이긴 하지만, 이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주인공 아버지가 죽는 이유는 배 위에 튀어나와있던 철근에 몸이 찔려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갖는 의문은 콘크리트용 철근이 왜 원양어선에 있는가 하는 문제.

콘크리트용 철근은 건축자제로서 매우 중요하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무엇인냐 하면 여름과 겨울의 온도변화에 따른 열팽창 문제다. 열팽창은 물질마다 각기 다르고, 더군다나 같은 물질이라 해도 온도마다 각기 달라서 일반적으로 풍화작용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런데 콘크리트용 철근은 열팽창계수가 콘크리트와 완전히 똑같다. 온도가 변하더라도 완전히 똑같이 팽창과 수축을 하기 때문에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건축가들은 그래서 콘크리트와 철근의 조합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부른단다.
암튼 이 철근은 통발을 만든다든지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배에서 쓸 일이 없다. 따라서 원양어선에서 철근 때문에 사고가 생긴 것은 확실한 NG가 될 것 같다.

3. 지진과 새의 집단적 이상행동의 관계

여주인공을 놓고 싸우게 된 두 연적. 이 싸움과 무관하게 갑자기 날아든 갈매기는 자동차 유리창을 뚫고 들어가 죽어버린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우선 아직 과학자들도 원인은 모르는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단층을 중심으로 전기장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 전기장의 증가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번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전기장의 변화는 자기장의 변화도 동반하므로 단층선 부근에서 새가 자기장을 측정하여 비행방향을 잡고 날아가고 있었다면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런 장면에서 새가 이상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보통 새도 주된 감각기관은 시각이므로 전자기장으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정도지, 엉뚱한 곳으로 갑자기 날아갈 정도는 아니다.

갈매기가 부딪혀 구멍이 뚫린 앞유리창

더군다나 영화의 장면에서처럼 갈매기가 자동차 앞유리에 부딪힌다고 앞유리가 뚫려버릴까?

4. 배의 선수가 잠기면 꽁무니가 들리는가?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 해운대에서 20 km 앞바다에서 컨테이너선이 해일에 잠기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이 좀 이상하다. 보통 배는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에 잠기면 뜨려는 성질이 나타난다. 물론 쏟아져내리는 물 때문에 순간적으로 물에 가라앉을 수 있겠지만…..

우선, 바다 한가운데서 쓰나미를 만났을 때 거대한 컨테이너선의 선수가 물에 잠길 정도로 높은 파도가 생겼을 리 없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거대한 파도가 생겼다면 선수가 파도 밑으로 눌리고, 선미가 하늘을 향해 쏫구치는 모양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반대로 선수가 위쪽으로 뜨려 해서 선미는 물에 잠길 것이다.

5. 물 속에 잠겨서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사람이 힘을 쓸 때는 대부분 마찰력과 연관된 힘을 필요로 한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듯이 마찰력은 수직항력과 비례하는 힘을 받는 것처럼 관찰된다. 그럼 물에 뜬 사람이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꼭 마찰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에겐 관성이 있기 때문에 두드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밖에 들리도록 두드릴 수 있을지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서는 옛날에 방영했던 “레밍턴 스틸”이라는 탐정드라마에 보면 잘 나와있다. 여자 주인공이 식사를 하는 테이블 옆에 있는 커다란 수조관 속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 수조관을 열심히 두드리는데도 여주인공은 전혀 모르고 식사만 하는 오프닝 장면!!!

6. 컨테이너선이 연료(벙커C유)에 의해 폭발할 수 있을까?

원유의 분별증류

배는 연료를 워낙에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통 값싼 벙커C유(bunker C 油)를 쓴다. 벙커C유는 원유를 정제하면 가장 늦게 증발하여 원유증류탑의 밑쪽에서 얻어지는, 휘발성이 매우 낮은 기름이다. 오른쪽 이미지는 분별증류에 의해 얻어지는 기름의 종류를 나타내는데, 끓는점이 낮을수록 윗쪽에서 분별증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벙커C유는 가장 밑에서 얻어진다.

이렇게 휘발성이 너무 낮다보니 벙커C유를 엔진에 넣기 전에 예열해 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벙커C유에 담배불이 떨어졌다고 바로 폭발할까? 휘발성이 높아 폭발위험성이 큰 기름은 아무래도 신나나 휘발유가 아닐까? 벙커C유에 담뱃불이 떨어졌을 때 담뱃불은 당연히 꺼질 것이다.


이 이외에도 과학적 오류는 상당히 많았다. 연구소를 지휘하고 있는 유명 지질학자가 지진의 진도와 규모를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들……. 도저히 틀리면 안 되는 부분에서 발견되는 오류들은 영화의 질을 한층 떨어뜨렸다.

지민이가 호텔에서 창문너머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장면도 중요한 오류다. 이를 넘어서 영화 제작상의 오류들도 많았는데, 크리스마스에 돌아가신 연희 아버지를 제사지내려고 여름에 산소를 찾아가는 장면 등도 문제였다.해수욕장이 개장한 시기인 7월 말~8월 말 사이에는 기일이 아니면 산소를 찾아가는 한식같은 시간은 없다.

이렇게 너무 많은 오류 때문에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특성상 제작에 140억, 홍보에 50억 원을 쓸 정도의 영화라면 과학정 검증과 NG를 잡기 위해 몇 천만원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에서 가장 궁금했던 점 : 해일도 오지 않았는데 저 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4 comments on “거대한 NG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해운대〉”

  1. 오 좋은 정보다.ㅋㅋㅋ
    잘 읽어 보았습니다
    사진 퍼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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