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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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문이당/2006 년
반양장/357 쪽
ISBN : 89-7456-330-4
글 쓴 날 : 2007/01/07 13:03

우선 이 글을 읽기 전에 알아뒀으면 하는 것이 있다.
1. 나는 박현욱 님의 소설 『새는』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에 기대가 큰 편이었다.
2. 나는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 이 책을 읽기 전에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어서가 아니라 이슈에 오른 책이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4. 이 글은 스포일러를 최대한 넣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인 작년에 지은이 박현욱 님의 소설 『새는』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기억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는 동일제목의 MBC 베스트극장 <새는>을 재미있게 본 기억도 난다. 『새는』는 EBS에서도 드라마화 된 적이 있을만큼 잘 정제되고, 논리적이고 교훈적(?)인 소설로서 베스트극장을 보고보고 또 봐도,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나름대로의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는 것은 『새는』을 읽거나 <새는>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고, 작가에게 부담스러운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이라는 명패는 각각의 독자의 평가가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 책을 평가할 때 Hardware적인 면과 Software적인 면을 각각 평가해야 할 것같다.


우선 Hardware적인 면을 이야기하자면….
신국판의 전형적인 도서인 이 책은 형태상 보통의 소설책이다. 디자인도 특이할 것도 없고, 딸릴 것도 없는 보통의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줄 간격이 넓은 편이어서 글을 읽을 때 줄이 헤깔리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다만 글자체가 좀 얇은 편이어서 좀 어둡거나 한 환경에서 읽기에는 적합지 않다. 『새는』보다는 조금 많이 긴 소설인 이 책은 읽는데 3일간 대략 14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그만큼 읽는 속도도 느리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양장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낙장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도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책이어서 험하게 다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낙장은 없었으며, 속지가 약간 떨어지는 정도였다. 오자도 1/3정도 되는 부분에 하나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하드웨어적 구성요소는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Software적인 면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구성형식은 이전의 소설 『새는』의 구성형식에서 작가가 사용한 방식대로 이야기와 스포츠 이야기를 병행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새는』에서는 야구로 남녀의 공통된 관심사를 엮어놓았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이야기 전개와 축구이야기를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샐러드같은 느낌이 드는데, 전체적으로 ‘축구’와 ‘일처다부제’에 대한 이야기가 혼합된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축구 이야기는 소설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초반부에는 사건의 진행보다 축구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서가 일종의 고문이 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가 없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세 명(한 여자와 두 남편)일 뿐이어서 등장인물들이 헤깔리거나 하지는 않은데 축구 이야기와 전개가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독서의 속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또한 낯선 축구선수 이름들….(난 우리나라 축구선수 이름도 별로 모른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단어들의 등장은 약간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물론 그런 단어들이 하나하나 등장하는 것을 살펴보다보면 후반부에서는 (이 책을 읽은 뒤에는 거의 기억에 남을 것 같지 않은) 이상한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을 읽고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박현욱 님이 이 소설에서 너무 축구의 분량을 크게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도’ 정도의 축구선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계문학상 당선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문학상 등에 당선된 작품들은 길이길이 남을 뛰어난 작품이거나 시범적인 글 형식/내용을 선보인 작품으로서 시간이 흐르면 제목만 기억될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의 경우에는 후자인데, 명작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생각하면 후자들이 전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세계문학상에 당선된 것은 소재의 특이성과 축구 이야기와의 절묘한 결합력에 높은 점수를 받아서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의 아내의 남편에 대한 인식은 ‘공격수’인데 반해서 주인공 남편인 ‘나’의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골키퍼’다. 따라서 아내는 남편(공격수)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기효율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편은 한 팀에 골키퍼가 둘이 되는 것은 반칙이며 몰수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현실 속에서의 부부간의 고정관념인데, 이 관념을 소설속에서의 주인공들도 그대로 갖고 있다. 아내가 일처다부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사회의 고정관념 속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보여지며, 남편인 ‘나’의 일부일처제 주장도 고정관념 속에서의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특별히 독특한 면이라면 이들은 이익을 위해서 지나치게 사회적 관념까지 뛰어넘기를 바라는 것이지 등장인물들이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인식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회적 변화를 생각해 보면 머잖아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사회 곳곳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특히 유교적 사상이 점차 새로운 가치관에 의해서 해부되고,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욱더~ (이 책이 갖는 가치는 – 그동안 화자되기 거부되던 소재의 금기를 깨는 – 이 부분에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약간씩 껄끄러운 느낌을 갖기는 하지만, 소설을 통해 흥미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린다. 소설로서의 재미를 생각하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보다는 박현욱 님의 다른 소설『새는』을 추천한다.

ps. 이 책의 뒷면에는 자신이 참고한 책과 사이트들을 열거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사실 논문조차도 표절하고, 과학책에 참고문헌이나 참고한 사이트 한 곳 남기지 않는 현실에서 이 부분이 멋진 것 같다.

18 comments on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장편소설”

  1. 블로그 번개 장소/시간이 정해졌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제 블로그에 오셔서 다시 한 번 신청 부탁드립니다. http://bklove.info/blog/462에 가시면 신청 가능합니다. 신청하실 때에는 연락처도 꼭 남겨주세요. 그럼 꼭 참석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날 뵙죠. ^^!!

  2. 소재의 특이성과 축구 이야기와의 절묘한 결합력에 저도 높은 점수를 준 편인데..
    축구에 관심이 없다면 그러한 면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겠군요..
    [새는]이라..추천하시니 리스트에 추가하고 봐야겠습니다 ^^

    1. <새는>은 뭐랄까 – 남자들의 로망인 첫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교훈을 주는 책이랄까요? ㅎㅎㅎ
      장편소설이라 말하기엔 좀 짧지만, 정말 재미있더군요.

    2. <새는>을 설명해주시니 생각났는데..비슷한 내용의..
      박현욱씨의 ‘동정은필요없어’ 란 책들도 많이 추천하시던데.
      여기서 말하는 ‘동정’은 그 ‘동정’이 아니랍니다 하하;

    3. 그게 박현욱의 데뷰작이라던가????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기회가 안 되네요.
      공부하고, 읽을 책들이 많아서…ㅜㅜ

  3. 학교 도서관 뻔질나게 돌아다녀도 계속 대출중이어서 자꾸 미뤄두었던 책인데…ㅠ.ㅠ

  4. 어제 밤(새벽?)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 조금 읽은 상태인데 꽤 흥미롭네요. 작은인장님께서 재밌게 읽으셨다는 “새는” 이라는 책도 메모해둬야 겠어요~ ~ :)

  5. 트랙백 잘 받았습니다. ^_^ 영화까지 나오는 마당에 소설을 죄다 스포일링한 저는 천벌을 받는걸까요(….)
    깊은 생각을 원하신다면 이 책 말고 페미니즘에 대해 다룬 책들을 읽으시는게 더 좋을거예요.
    여성학쪽 카테고리 가보시면 결혼제도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할 수 있게끔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는책들이 꽤 있거든요(…문제는 ‘여성학’ 적 카테고리에서 나온 이야기 이기 때문에 딱 잘라 ‘객관’ 이라고 하기 어렵다는것)

  6. ㅋㅋㅋ 허긴 -_- 관심 가지고 있어도 읽고 있노라면 배알이 뒤틀리는 이야기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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