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리즈7] 서릿발과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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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의 생성원리

서릿발은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는 시기에 생긴다. 서릿발의 생김새를 살펴보면 얼음의 결이 위에서 밑으로 육각기둥처럼 생겨서 일반적인 얼음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이며, 서릿발 위에는 작은 돌이나 흙같은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고, 서릿발이 맨 땅 위에 생기는 것을 거의 볼 수 없다.
서릿발을 이루는 수분의 출처는 바로 땅 속의 지하수다. 평소 계절에 상관없이 땅 속에서 수분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흙을 파보면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흙은 거의 항상 젖어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식물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며, 화분에 심은 식물들이 땅에 직접 사는 식물들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이 수분과 관련있다.(다른 결정적 이유는 지온!)
이렇게 땅 속 지하수로부터 올라오는 수증기는 평소에는 공기중으로 날아가지만 공기가 차가울 때는 공기중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땅 표면 바로 밑에서 돌이나 티끌에 얼어붙는다. 한번 생기기 시작한 얼음에는 밑에는 수증기가 달라붙기 쉽다. 서릿발을 땅이 축축한 습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존의 서릿발을 따라서 계속 수증기가 붙기 때문에 기둥과 같은 결정구조를 보이게 된다. 이 모양은 눈이나 서리와 같이 공기중에서 자유롭게 생기는 얼음결정의 육각구조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이렇게 생기는 서릿발은 작은 식물들에게 최대의 적이다. 작은 식물들이 생활하는 곳은 땅 위이거나 아니면 땅 바로 밑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식물체 바로 밑에서 서릿발이 생겼다가 봄이 되어 서릿발이 녹으면 땅이 푸석푸석해지면서 건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때 푸석푸석해진 흙을 밟는 느낌을 너무 좋아한다. ^^) 땅이 건조해지면 큰 식물은 그래도 영향을 거의 안 받지만, 막 월동을 끝낸 새싹같은….작은 식물은 봄의 건조한 날씨 속에서 말라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옛날부터 시골 농촌에는 보리밟기라는 것이 있었다. 서릿발로 인해서 보리의 뿌리가 들려서 봄에 말라죽을까봐 보리밭을 일일히 밟아주는 것이다.흙 속의 공극을 줄여서 건조를 최대한 막아주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다.

성애

성애란 것은 냉장고나 방의 유리창 같은 곳에서 많이 생긴다. 공기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물체에 달라붙어 얼어버리는 현상으로 그 기본적인 생성원리는 눈이나 서리와 비슷하다. 이 때 성애를 이루는 수증기는 외부에서 계속 공급되어야 하는데, 냉장고의 성애는 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밖에서 들어가는 공기에 의해서 성애가 생기는 수증기가 공급된다. 반면 방의 유리창에 생기는 성애는 주로 사람들의 입김에서 나가는 수분에 의해서 공급된다. 자동차 안에서 유리창이 차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 쉽게 흐려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성애가 생기는 것은 분명히 귀찮은 일이지만 변화를 최소화 하려는 자연의 섭리와 관련이 있다. 방안의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서 자연은 방안의 온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한 방법으로 성애를 만든다. 수증기가 성애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잠열을 쏟아놓게 된다.[footnote]1g의 수증기가 성애가 될 경우에는 620 cal의 열을 공기중으로 내놓게 된다.[/footnote] 그래서 추운 겨울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 춥게 지낼 수 있게 되고, 감기를 덜 걸리게 만들어준다. 난방이 잘 되는 곳에서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난방할 때 공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승화하여 성애가 생길 정도이면 습도가 높아 추운데도 불구하고 감기에 덜 걸리게 된다. 그러니까 성애한테 고마움을 느끼고 살아야 한다.
반면 냉장고의 성애는 냉장고의 냉동기능을 약화시킨다. 냉장고 속에서 나오는 막대한 잠열도 문제가 될 분 아니라 엉겨붙은 성애는 열의 부도체여서 냉각에 지장을 초래한다. 따라서 성애는 너무 많이 생겼다 싶을 때마다 제거해 줘야 한다. 최근의 냉장고들은 성애를 제거하는 편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footnote]물론 이 기능 때문에 냉장고가 폭발하기도 한다![/footnote]

서리의 생성원리

서리는 자연 속에서 생기는 성애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릿발이 지하로부터 올라오는 수증기가 엉겨붙어 생긴 것이었다면, 서리는 대기로부터 남아도는 수증기가 엉겨붙어 생기는 얼음의 결정체이다. 서리가 생기는 기본 원리는 이슬이 생기는 기본 원리와 비슷하다.
맑은 날 새벽에 지표는 많은 양의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내보낸다. 그래서 바람이 안 부는 날에는 지표 부근의 기온이 심하게 떨어진다. 결국 지표의 기온은 대기 중의 기온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지표의 공기의 이슬점은 매우 낮아지게 되어 결국 공기 속의 수증기는 응결되어 지표의 각종 물건 위에 응결하게 된다. 응결된 것은 당시의 온도에 따라서 이슬이나 서리가 되며, 아주 희귀한 경우 언 이슬이 되기도 한단다.[footnote]언 이슬을 본 적은 없다.[/footnote]
이러한 이슬과 서리는 기온의 변화를 줄이려는 자연의 노력의 일환이다. 위에 성애가 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지구의 기온은 조건이 비슷한 다른 태양계의 행성들에 비해서 변화가 현저하게 적다. 실제 지구에서 물과 연관성이 적은 사막은 온도의 변화폭이 훨씬 더 크다는 걸 고려하면 물이 풍요로운 지구가 생겨난 것 자체를 감사해야 한다.


눈이 쌓인 곳에는 서릿발이 생기기 힘들다.
위에서 서릿발을 이야기했으니 눈이 쌓인 곳에서 서릿발이 왜 생기기 힘든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눈의 하부는 영상의 기온으로 따뜻한 편이어서 지하로부터 올라오는 수증기가 엉겨붙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 수증기는 눈의 표면 근처에서 얼어붙게 된다. 그래서 오래된 눈의 표면은 딱딱한 얼음막이 만들어지고, 서릿발은 형성되지 않는다.
옛말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이러한 현상 또한 생기기 힘들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서리는 주로 지표의 복사냉각에 의해서 생기는데, 눈이 덮인 지표는 햇볕을 잘 흡수하지도 않지만, 많은 양을 복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덮이면 하루동안의 기온의 변화는 적어지는 반면 전체적으로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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