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화학을 안 선택하려던 이유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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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동안 까맣게 있고 있었던 일이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때 이과는 물화생지 4 과목 중에 2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각 과목의 최고점은 20 점이었다.

우리학교는 1 학년 때에 화학, 생물의 I 과목을 배우고, 2 학년 때에 물리, 지구과학의 I 과목을 배운 뒤에, 3 학년이 되면 모든 과목의 II 과목을 배우고, 그중 2 과목을 선택해서 대입시험을 본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택하지 않은 수업시간에는 대입과목 시험을 공부하거나, 선택한 학생이 적을 때는 반대로 선택한 학생들만 한 교실로 모아놓고 수업하기도 했다.

나는 고3 처음에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하려고 해서, 3월 모의고사를 볼 때 물리와 지구과학으로 시험봤다. (우리때는 매달 모의고사를 봤다.) 그러나 지구과학에서 천구좌표계에 적응을 못해서 20 점 만점에 14 점인가 맞고서 때려치우고, 화학으로 바꿨다….

화학으로 바꾼 이유는 화학, 생물 모의고사 문제도 모두 풀었는데, 화학 19 점, 생물 18 점이 나와 어떤 걸 선택해도 비스했겠지만, 암기력이 나빠서 생물을 피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학교에서 내가 생물을 제일 잘했다. ;;; 내가 생물을 선택하지 않게 된 고3 때까지 포함해서 8 번의 내신시험에서 4 번쯤 탑을 찍었다. 지구과학도 꽤 잘해서 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과학과목 중에 물리 빼면 지구과학을 제일 잘했다. 천구좌표계도 내신 볼 때 극복했다.)


이때 처음에 화학을 안 선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1 학년 때에 내신시험을 볼 때 겪은 일 때문이었다.

시험지 채점 결과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하나 틀려서 96 점 받았는데, 이는 우리반 반장이자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녀석과 같은 점수였다. 틀린 문제 하나만 뺀 나머지 모든 답이 다 똑같았다. (참고로, 이녀석이 유일하게 내 주위에서 있던, 나보다 과학을 잘하던 녀석이었다. 화학에서 이녀석은 정말 넘사벽이었다.)

그런데 발표된 가채점결과는 80 점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그래서 교무실에서 화학선생님을 찾아가 점수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답지를 끝내 확인하지 못했고, 성적도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때는 내신은 평균이 상위 5% 또는 90 점을 넘으면 무조건 같은 등급으로 처리하는 수우미양가로 환산하는 방식이었다. 다음 시험을 만점 받아서(이때 내신시험을 볼 때는 과학과목은 고의적으로 90 점 맞추기를 하며 놀았다.) 수가 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아무튼 당시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어서 3 학년 때에 화학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3 학년 때에 볼 수 있었던 과학경시대회에서도 화학은 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과목을 화학으로 바꾸고, 나중에 경시대회에서 물리과목으로 경기도에서 금상을 받으니까, 졸업할 때 화학선생(화학은 고등학교 내내 모두 한 사람에게 배웠다.)이 와서는 앞으로 공부 잘하라는 덕담을 했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잊고 있던 게 떠오르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 일은 정말 짜증난다.

ps.
사실은 비슷한 일이 고3 때 봤던 물리경시대회에서도 일어났었다.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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