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헬륨3를 채굴한다는 뉴스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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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헬륨3를 채굴한다는 뉴스에 대한 생각

뉴스 : 러, 달에서 헬륨3 채굴 추진
글 쓴 날 : 2006.03.11

아마 이 뉴스는 많이들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뉴스를 대략 요약해 보면….
달에 헬륨3(이하 He3)이 많이 존재하여 이를 중수소(D)와 핵융합시키면 방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러시아의 한 기업에서 달에 영구적인 달기지를 건설하고 He3를 채굴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뭐 일단 헬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헬륨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저의 다른 글(헬륨(He)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헬륨은 전 우주의 원자의 1/4을 차지할 만큼 많이 존재하지만 매우 가볍고 다른 원소들과 화합물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지구상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헬륨은 공기중에 매우 희박하게 약간 들어있으며, 암석 속에서 매우 무거운 원소들이 α붕괴하면서 튀어나온 입자에서 생성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원자는 암석 내부에 존재하거나 천연가스와 함께 추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헬륨은 대부분 질량 4이며, 우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헬륨의 경우도 질량 4인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질량3인 것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됩니다.
태양에도 헬륨이 매우 풍부하게 존재하는데, 태양에 존재하는 헬륨의 경우도 질량 4인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질량3인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나온 것과 같이 태양에서는 매우 많은 양의 가스가 플라즈마 형태의 태양풍으로 만들어져 태양으로부터 사방으로 날아가는데 이 태양풍은 원자핵과 전자가 스프처럼 섞인 (일반적인 물질과 같이 원자를 이루는 형태가 아닌…)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 태양풍 안에는 물론 헬륨원자들도 포함되지만 수소원자 등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비율은 태양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비율과 거의 일치하겠죠.) 따라서 태양풍이 달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수소가 가장 많을테고, 헬륨이 그 다음으로 많을 것입니다.

문제는 헬륨원자핵이 암석과 충돌하였을 때 과연 이 헬륨원자핵이 암석 속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태양풍이 아무리 밀도가 낮은 플라즈마라도 하더라도 달에 몰아친 시간이 수억 년은 될 것이므로 충분히 많은 양의 헬륨이 달의 표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헬륨이 암석 속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양은 매우 적어질 것입니다.

이전 나의 글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현재의 기술로 헬륨을 보관하는 작업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고분자 화합물로 된 용기(풍선 같은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금속으로 되어있는 용기 안에 존재하는 헬륨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하면 금속 벽을 뚫고 끊이없이 외부로 날아갑니다.
이런 성질의 헬륨원자가 어떻게 암석 속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헬륨 원자핵의 존재비율을 살펴보면 He3는 0.00013 ~ 0.00014%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많은 양의 헬륨이 달의 암석 속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He3이 존재하는 양은 매우 적습니다. (뉴스를 그대로 믿는다고 할 때 He4는 암석 안에 존재하지 않고 He3만 암석 속에 보존된다는 어떤 메커니즘도 존재해야 합니다. -_-)
더군다나 이 두 질량의 헬륨은 사실상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우라늄을 원자폭탄용과 원자력발전용으로 나누는 기술이 매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달에 He3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연 달에서 암석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헬륨이 밖으로 나오게 한 뒤에 이를 모아서 He3를 분류해 내고, 이를 잘 보관해서 지구까지 운반해 올 수 있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것도 경제적인 조건까지 모두 만족시키면서 하기는 더 힘들죠????

다음 이야기는 핵융합 발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뉴스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핵융합 발전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 과학자들이 희망하는 것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D나 T를 두 개 핵융합해서 헬륨(He4나 He3)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사실 이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반응이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최저 온도가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He3과 D를 핵융합시키는 것은 더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이 기술이 상용화 하기 전에 D를 이용한 핵융합이 상용화 될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 있는 D를 모아서 핵융합에 성공하면 이 양만 해도 인류가 1000년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양은 (기사 내용을 인정할 때) 달에 있는 He3를 모두 사용해서 핵융합하여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양과 비슷한 양입니다. 물론 우리 인류는 1000년이 지나기 전에 우주기술을 개발해서 더 많은 양의 여러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테니…. 아마도 달의 He3를 사용한 핵융합발전은 지구상에서 상용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왜 현실성도 없는 He3문제가 기사화 됐을까요?
이전에도 한번 이런 분석적인 글을 다뤘었지만….
일부 외국 언론과 기업에 의해서 전 세계적인 낚시질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ps.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발의 이 뉴스가 있은 이후 세계 우주경쟁의 일반적인 촛점이 마치 He3를 자원으로 채굴하는 것처럼 맞춰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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