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운 말을 하고 싶을 때『좋은 문장 나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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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나쁜 문장』은 글쓰기 기초에 대한 설명이다. 예술적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기초를 닦는 수준 또는 일반적인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실력을 닦는데 필요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전에 블로그에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요소중 하나는 글쓰기가 아닐까?’라는 요지의 글을 적은 적이 있었다. 블로거 Inuit 님의 책 『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179쪽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간결한 글쓰기
                     글쓰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워한다. 하지만 글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매체고 그 만큼 자주 접한다. 보고서, 고객 편지, 이메일에서 업무 메뉴얼까지. 일하기 위해 당신은 써야 한다. 글쓰기 자체는 큰 주제지만 비즈니스 글쓰기는 미학적 요건이 높지 않으므로 조금만 훈련하면 효과적으로 실력을 늘릴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이 문단을 보니 손봐야 할 부분이 눈에 띄네요. ㅋㅋㅋ)

내가 자발적으로 글쓰기 시작한 것은 PC통신 컴퓨터 동호회 CHC에서 제품 리뷰를 올리면서였다. 즉 비즈니스 글쓰기는 지식만 있다면 아무런 훈련 없이 작성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이라야 겨우 글을 읽기 쉽고, 오해의 소지가 없느냐를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적 글쓰기는 이보다는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만, 일상생활에선 필요없다. 그런데, 글쓰기는 비즈니스 상황이 아니어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또 비즈니스 이외의 분야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주위의 많은 분들께 글쓰기를 연습하라고 말씀드리곤 했는데, 그 많은 분들 중에 글쓰기를 연습하는 분은 아마도 없는 것 같다. ㅜㅜ
뭐 성공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성공하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니 권해준 뒤에는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중에 한 10년쯤 지난 뒤에 늦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연습해야 한다. 각 단계는 생각하는 방법의 연습,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습,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는 글을 쓰는 연습이다.

  1. 생각하는 방법의 연습은 일상생활에서 키워지는 능력일 수도 있는데, 학습에 의해서 키워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최근 고등학교에서 논술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정책상 잘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지금까지의 선례를 봤을 때 교과과정에서 가르치는 것은 획일적인 모습이 되기 쉽다는 점이 염려된다.)
  2.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은 생각을 글로 옮길 때 나타나는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것인데,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대중화되면서 점차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터넷의 활성화 덕분에 이 단계까지는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다.
  3.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는 글을 쓰는 연습은 특별히 훈련을 해야 한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이 정확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정확한 것인지, 혹시나 잘못 전달될만한 표현는 없는지, 읽는이들이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은 정말 많이 적어보고 읽는이의 반응을 받아보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다.

이 책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은 띄어쓰기와 맞춤법에 대한 내용이다. 나도 지난 여름에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에 대해서 적은 적이 있는데, 국어사전에서도 자주 틀리는 내용에 대한 글이다.(일반적으로 간단한 국어사전 활용은 아래한글의 것을 이용했는데, 너무 많은 오류를 갖고 있어서 되도록 웹의 좋은 국어사전을 활용해서 써야겠다. 참고로 네이버의 국어사전도 만만찮게 오류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 내용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있었다.
이 한 권의 내용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든다면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옛날 블로그 글을 다시 편집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뒤에 편집해보니 글의 분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자.

좋은 문장 나쁜 문장

8점
송준호 지음/살림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잘못 쓰고 있는 표현이나 맞춤법,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의 잘못 등을 설명하는 책이다. 적은 지면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넣으려 하다보니 읽는데는 살짝 어려움이 동반된다.

포켓판의 작은 크기에 95쪽까지밖에 없는 얇은 책이다.
당연히 책 값도 싸서 양장인데도 불구하고 3300원이다.
2009년 8월 1일 초판을 발행했다.

ISBN 978-89-522-1222-1

이 책은 ‘들어가는 말’과 함께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에 혹하지는 말자. 앞의 절반 부분은 우리가 보통 글쓰기를 하면서 실수하는 내용들 중에 비교적 쉬운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쉬운데 왜 실수를 할까? 이는 우리가 회화를 할 때는 듣는이가 무의식이 실수를 바로잡아 알아듣는데, 이를 그대로 글로 옮기기 때문이다. 뒤의 절반은 정말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여섯 번째 장인 ‘읽기 좋고 맛깔스러운 문장’은 모르던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정확한 단어 정확한 문장
간단한 발음과 표기, 외래어 표기법 등과 같은 단편적 지식들과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한 방법, 대명사의 사용 방법, 주어와 서술어의 일치 등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몇 가지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말이란 것이 획일적으로 사용방법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나도 실수를 자주 하는 내용들이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쫓다’같은 단어나 ‘삐지다’같은 단어들도 이 장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맛], [못]으로 발음되는 단어들이나 ‘-쟁이’와 ‘-장이’의 구분은 현재 국어가 좀 모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군살없는 S라인 문장
우리가 모르고 중복하여 사용하는 말들, 이중부정 등과 같은 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자말과 고유어의 중복이나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표현을 최대한 짧은 표현으로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쪽 방향’, ‘타고난 선천적 재능’같은 표현들이다. 이 장에서 일부 예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우리부터 먼저 일어나자.
    • 우리부터 일어나자.
    • 우리 먼저 일어나자.
  2. 거짓말도 그럴듯하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해야 한다.
    •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다른 많은 예문과 함께 이 두 문장을 중복의 예로서 제시했는데, 일단 조사와 부사의 의미들이 중복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글이 쓰인 환경에 따라 축약하기 전과 후, 또는 축약한 방법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적절한 예문이 아니다.

단어들이 조화된 문장
우리가 흔히 잘못 쓰고 있는 단어쌍에 대해서 설명해놓은 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리키다’와 ‘가르치다’, ‘지긋이’와 ‘지그시’ 같은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문장 내에서 서로 호응하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책에 없는 것들 중에 추가하라고 하면 ‘개발’과 ‘계발’이 있을 것 같다. 유명한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의 경우 번역자와 편집자 모두 ‘개발’과 ‘계발’을 혼동했다. 그러나 이 장에서도 내 맘에 안 들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다르다와 틀리다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궁금한 분은 링크를 타고 가서 읽어보기 바란다.

참신한 단어 세련된 문장
이 장에서는 되도록 멋진 단어를 사용하자는 이야기다. 비문을 사용하지 말고, 우리말을 되도록 사용하자거나 중후한 단어를 사용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비유나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단어의 배열을 잘 결정하여 읽는이가 뜻을 깨닫기 편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연결한 문장
여러 문장을 연결하고 축약하여 읽기 쉬운 글로 만들자. 원인과 결과를 잘 연결해야 하며, 적당한 접속사를 사용해야 한다. 또 확신에 찬 문장을 사용할 때는 특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주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확한 말의 뜻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장의 내용이 이 책에서 가장 쉬웠지만, 역시 실천하기엔 쉽지 않은 것 같다.

읽기 좋고 맛깔스러운 문장
조사를 문법에 맞게 잘 맞춰 사용하자. 복수형 접미사 ‘~들’이나 소유형 조사 ‘~의’의 남발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이런 요소들은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 번역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니 고추장에 버무린 파스타 같은 말들이다. 그러니 우리말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 오늘도 날씨의 화창함이 계속되겠다.
       → 오늘도 날씨가 화창하겠다.

예시로 주어진 문장은 아무리 읽어봐도 어딘지 어색하다. 그래서 아래처럼 짧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고친다. 문장을 고치는 것까지는 동의하겠지만, 고치면서 ‘계속’을 생략하면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했던 미묘한 뜻을 상실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한동안 책장을 못 넘기고 생각만 했다. 이 장의 뒤로 가면서 점차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자주 나왔다. 그래서 이 장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문장부호와 띄어쓰기의 활용
문장부호의 쓰임새도 잘 알아둬야 한다. 띄어쓰기도 그렇다. 이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잘못 사용하면 글의 의미가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글을 쓸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되다’, ‘하다’, ‘없다’같이 체언에 조사가 생략될 경우 붙여쓸 수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똑같은 표기에서 어미와 의존명사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 중 일부인 ‘~하는지’와 ‘~하든지’, 그리고 의존명사로서의 ‘~지’에 대한 설명, 비교를 뜻하는 조사 ‘~만’과 시간흐름을 뜻하는 의존명사 ‘만’같은 쉽게 구분할 수 없는 내용들도 다루고 있어서 인상깊었다. 이것들은 내가 최근에 무척 궁금했던 내용이었는데, 제 때 내게 좋은 정보가 제공된 것 같다.

독후감을 끝내면서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은 약간 아쉬운 부분이 좀 있었다.
첫째로 편집이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책의 내용이 무미건조한 나열식이다보니 하나하나 읽기가 너무 어려워 책 부피에 비해 읽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읽기 좋게 표로 만들고, 정렬하는 등의 방법으로 친절한 편집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둘째로 예시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 책에도 충분히 많은 예시가 있는 것 같지만, 일부분에서는 예시가 너무 부족했다. 예를 들자면 마지막 장의 괄호에 대해 설명할 때 괄호 이외의 다양한 기호들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이나 영화 제목 등을 적는데 작은따옴표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셋째로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없다. 그래서 왜 안 좋은 것인지, 왜 책에 제시한 표현대로 써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으면 더이상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73쪽에 ‘소심한 성격과 부정적인 사고와는 관련이 매우 깊다’에서 ‘~와는’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왜 적절하지 않은지 설명이 전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외’가 영어 ‘oversea(s)’의 번역체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국’이라는 의미라면 대륙국가나 반도국가에서는 oversea라고 하지 않을텐데, 영국에선 무조건 바다를 건너야 하므로 oversea라고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표현을 일본식 번역을 통해 우리말에 ‘해외’라는 표현으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이 유용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래도 이 책이 내 것이 될 때까지 계속 들고 다니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할 듯 싶다. 서양에서는 책에 부가설명 등을 많이 적어놓을수록 중고책의 값이 비싸진다는 이야기를 은사님께 들었었는데(미국 대학가에선 중고책 값이 새 책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중고책에는 중요한 부가설명 등이 추가로 적히기 때문이란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권한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사람, 사무직에 근무하시는 사람, 고등학생·대학생

p.67 중간 정도에 오타 : 넓기거나 -> 넓히거나

ps. 감사합니다 vs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에 관련된 이야기다. 한때는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계진 씨가 썼던 책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에서 뉴스의 마지막 멘트를 ‘감사합니다’라 할지 ‘고맙습니다’라고 할지 고민하다가 막상 내던진 말은 ‘곱사합니다’가 되었다던 (실제로 있었다던) 우스개소리가 있다. 그런데 사업을 할 때 문서를 보내기 위해 써야 하는 표현은 조금 더 높임말인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 표현이 한자어라서 양반 위주였던 조선시대 한자문화의 영향 때문인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감사합니다’는 일본식 조어라는 것을 알았다. 즉 ‘감사합니다’를 써야 했던 이유가 일본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 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매국노들에게…. 이를 알고 있을 경우 ‘감사합니다’를 써야 할까 ‘고맙습니다’를 써야 할까?

ps. 이 책은 이글루스 웅이 님의 추천글로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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