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나오면 어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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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네 들렸다가 오래간만에 과학동아를 보게 됐다. 06년 7월호는 누나도 아직 다 못 봐서 빌려올 수 없었고, 06년 6월호에 동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빌려왔다.
이 글은 질문과 답변란에 올라와 있던 것인데 잠깐 옮겨본다.

[Q] 목욕탕 탕 속에 오래있다 나오면 잠깐 동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습니다.

(정다해, 충남 공주시 옥룡동)

[A] 탕 속에 오래 있으면 따뜻한 물에 잠긴 신체의 혈액 순환이 활발해집니다. 이어 몸 안의 피가 물에 잠긴 신체 부위 쪽으로 쏠리게 되지요. 반면 물 밖에 있는 머리 쪽은 혈액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져 피도 적게 흐릅니다. 이같은 혈액 순환의 차이로 탕 속에 오래있다 나오면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끼게 됩니다.

출처 : 과학동아 06년 06월호 p.167

[#M_답변이 뭔가 좀 우왕좌왕하는 기분이 들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답변이 뭔가 좀 우왕좌왕하는 기분이 들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우리가 찬 물 속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많은 열의 손실로 피부의 모세혈관의 수축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 몸은 희게 변한다. 그리고 우리 몸은 심장의 부하를 줄여주기 위해서 모세혈관 속에 존재하는 우회로 혈관을 열기 위해서 평소 조여져 있는 조임근을 풀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피부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은 줄어든다.
만약 뜨거운 물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 몸의 세포들이 생산하지도 않은 열을 받게 되므로, 혈액은 이 열들을 다른 곳(공기에 노출된 머리 등등)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양이 돌게 된다. (다시 말해서 내장 등으로 공급되어야 할 피가 피부 쪽으로 더 많이 공급된다. 식사 직후 목욕을 하면 배탈이 나기 쉬운 것은 이러한 경우에 소화기관에 피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물 속에 들어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물이 우리 몸을 누르는 압력이 증가한다. 우리 몸 속의 동맥 혈관이 받는 압력이 대략 80~120 mmHg인 것을 생각하면 수면에서 가장 밑까지 잠긴 수십 cm 깊이의 물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평소에 직립자세일 때는 몸은 심장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약 30~40 cm의 높이 차이가 나게 되고, 반대로 심장에서 다리까지의 높이 차이는 140~150 cm 정도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다리쪽으로는 가기 쉽지만, 머리쪽으로는 가기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다리로 가는 혈관에 부하를 더 크게 작용시켜서 머리로 가는 중력과 상쇄시키게 작용한다. 그런데 물 속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수압에 의해 눌리게 되고, 평소보다 다리쪽으로 혈액을 보내는 것이 더 힘들게 된다. 그래서 다리쪽으로 피를 보내기 위해서 다리로 가는 동맥의 저항을 감소시킨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다리쪽으로 피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맥의 마찰의 변화만으로 어지러움증을 느낄 수가 있다. 쪼그려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러운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인데, 쪼그려 앉아 있을 때에는 서 있을 때보다 심장에서 다리로 피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서 동맥의 저항을 줄였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다리쪽으로 피의 공급이 늘어나 뇌에 피의 공급이 줄어들어 산소가 부족해져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를 뇌빈혈이라고 부른다._M#]
우리가 목욕탕의 온탕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하체의 열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팽창한 모세혈관과 다리에 피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 마찰을 줄인 동맥의 혼합작용으로 인해서 머리쪽에는 순간적으로 혈액공급이 적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머리의 혈액공급이 부족해지면 뇌의 산소가 부족해져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냉탕 속에 있을 때는 열을 지키기 위해서 피부의 혈액양을 줄이는 작용과 다리에 피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 마찰을 줄인 동맥의 혼합작용이 거의 상쇄해서 거의 어지러움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키가 5m인 기린이 물을 마신다고 할 때 기린의 심장과 머리 사이에서 일어날 일들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가?

ps. 이 글은 Ohmynews에서 공개했었습니다.

2 comments on “목욕탕에서 나오면 어지러운 이유”

  1. 궁금한게 있는데요
    하체(온탕에 잠겨 있는 부분)의 열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하체의 모세혈관이 확장되는게 맞나요? 모세혈관이 확장되면 그부분의 표면적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그러면 하체의 모세혈관이 확장된다면 온탕에서의 몸의 표면적이 늘어나서 열을 더 많이 받게 되지 않을까요?

    1.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온 몸이 벌겋게 된 것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것이 모세혈관이 팽창했다는 증거가 되죠. (아주 간단하죠?) 반대로 추운 곳에서는 살이 완전히 하얗게 변하는데 이는 모세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모세혈관이 수축할 때는 혈관 우회로가 팽창하여 혈액이 모세혈관을 지나지 않더라도 같은 양의 혈액이 꾸준히 흐르도록 바뀝니다. 이는 심장이 고혈압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모세혈관만 막아버리면 심장이 엄청 힘들어 하겠죠.)

      모세혈관이 극단적으로 심하게 팽창하면 소위 붓는다고 표현하는 정도로 팽창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모세혈관의 팽창은 눈에 띌 정도로 큰 팽창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회로가 팽창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모세혈관은 매우 얇은 관이므로 두 배 팽창해도 그 부피는 얼마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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