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뜨는 것들은 왜 달라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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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뜨는 것들은 왜 달라붙을까?
처음 쓴 날 : 2006.12.14

물건이 물에 떠서 가라앉지 않고, 표면에 일부분을 내밀고 있는 경우에는 표면장력이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표면장력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친수성(親水性)과 소수성(疏水性)

친수성은 물과 달라붙는 성질이고, 소수성은 밀쳐내는 성질이다. 물분자와 물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분자 또는 단체)이 접촉했을 때 접촉하기 전과 비교하여 에너지가 큰지 작은 지에 따라 생기는 성질이다. 물체와 물분자가 붙어있을 때의 에너지가 따로 있을 때보다 작다면 두 물체는 달라붙어 있으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크다면 떨어져 있으려고 할 것이다. 이때 달라붙어 있으려고 하는 성질을 친수성,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 성질을 소수성이라고 한다.

2. 물체가 물에 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

[그림1] 친수성과 소수성 물체가 받는 표면장력

물질은 대부분 친수성이나 소수성의 성질을 갖는다. 이런 물질을 물에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친수성 물질은 물과의 결합을 원하기 때문에 물과 조금이라도 접촉면적을 늘리려고 하고, 따라서 물은 물질 주변으로 몰려든다. 물이 수면보다 위로 올라가서 중력에 의해서 위치에너지가 커진 양과, 표면장력에 의해서 줄어든 에너지의 양이 평형을 이루는 순간까지 물이 몰려든다. ([그림1]의 왼쪽)

소수성 물질은 물과의 결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물과의 접촉면적을 줄이려고 하고, 따라서 물은 물질로부터 도망간다. 물이 수면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중력에 의해서 위치에너지가 줄어든 양과, 표면장력에 의해서 늘어난 에너지의 양이 평형을 이루는 순간까지 물이 물러난다. ([그림1]의 오른쪽)

중력에 의해서 물의 위치에너지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양은 물체의 주변을 따라서 물이 딸려올라가거나 밀려내려간 만큼에 해당하는 에너지 양을 말한다.

[그림2] 거리와 딸려올라온 수면 높이 관계 (이 그림엔 오류가 있다.)

친수성 물질이나 소수성 물질이나 매한가지로 물을 당기거나 밀어낼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물과의 접촉면 뿐이다. 따라서 물과의 접촉면을 벗어난 수면에서는 물 자체의 성질에 기인한(물의 표면장력의 영향을 받은) 물리적인 현상을 나타낼 것이다. 표면장력은 한 쪽의 힘을 다른 쪽으로 전달시켜 주는 형태를 띄므로 물질 쪽에 변형된 수면의 양은 주변을 향해 퍼져간다. 이때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하므로 물의 영향을 받는 양은 물질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할 것이다. 반면 그 영향을 받는 수면의 넓이는 거리에 비례하므로, 수면이 높아지는(낮아지는) 높이는 거리에 반비례할 것이다. (그래야 영향을 받은 거리(물의 양)는 일정할 것이다. 반비례 X 비례 = 일정)

3.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

① 친수성 물질과 친수성 물질이 한 수면 위에 떠 있다면 한 물체가 떠 있을 때 만들어진 수면이 다른 물질에 의해서 왜곡된다. 물질들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수면의 높이가 낮아져야 하는데 다른 친수성 물질 주변의 물은 더 높은 것이다. 이것은 친수성 물질에 미치는 표면장력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며, 다른 친수성 물질이 있는 방향으로 힘을 받게 만든다.
결국 물에 뜬 친수성 물질들은 서로 잡아다니고, 결국 하나로 뭉쳐진다. ([그림3]의 (1)번 그림)

cf) 이때, 두 물체가 가까워지며 도는 방향은 일정할까 아니면 그때그때 다를까?

② 소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이 한 수면 위에 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소수성 물질은 친수성 물질과 완전히 정반대의 물리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결국 같은 원리로 소수성 물질끼리 서로 잡아다녀 하나로 뭉쳐진다. ([그림3]의 (2)번 그림)

[그림3] 물 위에 뜬 물체끼리의 인력과 척력 (색칠 된 부분이 밀려올라가거나 밀려내려간 물)


③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이 한 수면 위에 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친수성 물질은 물을 잡아다니고, 소수성 물질은 물을 밀어낸다. 그래서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 사이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수면의 경사가 더 급해진다.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이 물에 떠 있을 때 반응은 물이 되도록 평평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끌려올라가는 물의 양이나 밀려내려가는 물의 양이 최소가 되도록 변한다. 친수성 물질끼리나 소수성 물질끼리 달라붙는 경우도 변하는 물의 양을 최소로 만들면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하지만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두 물체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변형된 물의 양이 최소가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은 같은 것끼리 잡아다니고 다른 것끼리 밀어낸다. 그리고 이때 형성되는 힘은 물질들 사이의 거리에 비례하게 된다. ([그림3]의 (3)번 그림)

④ 유리잔에 물을 따를 때 생긴 거품은 어떻게 움직일까?
거품은 자체가 물이므로 물과 뭉치려는 표면장력이 발생한다. 즉 친수성이다. 깨끗한 유리도 친수성 물질이므로 거품과 유리잔은 서로 잡아다닌다. 그래서 유리잔 가장자리에 있는 거품은 유리잔과 잡아다니므로 유리잔에 붙는다. 하지만 유리잔 한가운데에 있는 거품은 사방에서 잡아다니는 힘이 거의 비슷하므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에 다른 거품이 있다면 거품끼리 서로 잡아다니는 힘이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결국 거품이 한가운데에 모인다. (물론 거품이 가운데 모이는 더 강력한 이유가 있지만, 이는 다른 글에서 살펴보자.)

4. 물에 가라앉는 부피 계산

일단 물에 뜬 물체는 자기 무게만큼 물을 밀어낸다. 그러나 부피에 해당하는 물보다 더 무거운 물체는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물체는 자기 질량에서 자기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질량을 뺀 만큼 무게를 느끼게 된다. 이것을 부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물체가 물에 떠 있는 경우에는 수면이 만드는 표면장력에 의해 변한 양만큼 물체가 가라앉는 부피가 변한다. 물질의 성질이 친수성이냐 소수성이냐에 따라서 물을 당기거나 밀어내므로, 같은 무게의 물질이라면 친수성의 물질이 소수성의 물질보다 더 많이 가라앉을 것이다. 이는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전체 합력이 중력과 더해지느냐 빼지느냐로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클립을 띄우고 있는 표면장력

※ 소금쟁이

물 위에 떠 있는 소금쟁이의 발 끝은 소수성이다. 그래서 소수성에 의해 밀려난 물의 양이 소금쟁이의 몸무게보다 무겁다면 소금쟁이는 뜬다. (밀려난 물의 양과 소금쟁이의 몸무게가 같아질 때까지 발이 물의 표면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반면 한번 소수성의 성질을 잃어버려서 물과 달라붙는 발을 갖는 소금쟁이는 물이 발을 오히려 잡아다녀서 몸 전체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내 자동차 범퍼 위에 앉아있는 소금쟁이 – 소금쟁이가 날아가다 물로 착각을 했나보다!!
[그림4] 매스실린더로 액체의 부피를 잴 때

※ 표면장력과 부피계측

액체의 표면장력 때문에 생긴 변형은 계측 오차의 원인이 된다. 이 오차는 계측하는 액체의 양이 많다면 별 상관이 없지만, 적다면 큰 오차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매우 적은 양을 측정해야 한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오차가 너무 커질 것이다.

물체의 부피를 측정할 때 물에 살며시 띄운 경우와 물 속에 완전히 넣었다가 떠오르게 하여 측정한 경우에 측정한 부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5. 물 위의 기름막

[그림5] 물 위에 얇게 퍼지는 기름막에 의한 간섭무늬

기름처럼 물과 섞이지 않는 물보다 가벼운 액체가 물 위에 있다면 어떨까???

이 액체는 자신의 표면장력과 물의 표면장력의 차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의 표면장력이 액체의 표면장력보다 큰 경우다. 이 경우 물의 표면장력을 줄이기 위해서 액체가 물 위에 아주 넓게 퍼질 것이다. 그리고 액체는 아주 얇아지기 때문에 얇은막간섭을 하여 아름다운 무지개빛을 만들어낼 것이다.

얇은막간섭

매우 얇은 막은 막의 앞뒤 표면에서 동시에 빛을 반사한다. 이렇게 반사한 빛은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얼룩덜룩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연광은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이 섞여있으므로 파장이 다른 빛들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다른 곳에 생긴다. 그래서 자연광에 의해서 얇은막 간섭이 일어나면 알록달록한 빛을 띄게 된다.

[그림6] 물 위에 뭉치는 기름의 모습

반면 액체의 표면장력이 물의 표면장력보다 크다면 물 위에 뜬 액체는 넓게 퍼져 물의 표면을 줄이는 대신 한 곳에 둥글게 뭉치게 된다. 스스로 둥글게 뭉쳐 자신의 표면적을 줄이는 것이 물과 자신을 포함한 전체의 에너지를 좀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표적인 예가 간장 위에 부어진 참기름이다. 수면 위로 솟아오른 기름의 부피는 기름과 간장의 밀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림7] 물 혼합액 안에 뜬 글리세린

물에 다른 물질을 섞어 밀도를 낮춘다면 이런 액체를 물에 가라앉게 만들어 물 중간에 머물게 할 수가 있다. 이렇게 만들면 액체는 원래 액체의 모양, 즉 다른 물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에 의해 형성된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론상으로 그 모양은 완전한 구 모양이 된다. 물론 실험실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위아래로 눌린 모습을 띄게 된다.

중력의 환경에서 액체 속에 다른 액체가 떠 있으면 모양이 위아래로 눌린다고 이야기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쉽지 않은 문제이니 직접 생각해보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 이 실험을 하면 완전한 구의 모양을 만들 수가 있다. 현재는 실험단계이며 불가능하지만, 미래에 우주항공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베어링의 구슬같은 부속품을 우주에서 만들어 완전무결한 베어링볼(ball)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6. 녹은 철에 손가락 대기

※ 이 글을 읽고 뜨거운 물체에 손가락을 대보는 사람이 없길 빈다.

순수한 철(Fe)은 1532 ℃에서 녹는다. 매우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녹은 철에 손가락을 대면 어떻게 될까? 완전히 순수한 철은 우리 몸과 소수성을 띄므로 우리 손가락에 달라붙지 않는다. 따라서 잠깐잠깐 손가락에 닿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손가락에 약간의 이물질이라도 있거나, 녹은 철 속에 약간의 이물질이라도 있으면 녹은 철과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달라붙게 되고, 결국에는 손이 타들어가면서 소수성은 깨지게 될 것이다. 정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녹은 철은 온도가 높으므로 그 주변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철에서 나오는 복사선에 의해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또 접촉하는 시간이 약간만 길어도 살이 변형되고, 살의 소수성이 파괴되어 철물이 달라붙는다.

이러면 정말 큰 부상을 입을 아주 큰 대형사고가 되므로, 이런 실험은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7. 자기 조립(Self assembly)

[그림8] 자기조립성

친수성과 소수성을 동시에 갖는 물체도 있다. 천연 비누의 경우 물과 소수성을 띄는 사슬형 지방족 탄화수소로 되어있고, 한쪽 끝에만 친수성을 띄는 히드록시기(알콜기)가 붙어있다. 이런 물질의 경우에 물에 녹지 않는 물질 주변에 소수성 부분이 달라붙고, 밖의 물 주변으로 친수성 부분이 정렬해서 모인다. 전체적으로 이런 현상을 자기조립이라고 한다.

자기조립은 구조물의 크기가 어느정도 이상 커질 수 없다. 보통 수~수십 nm 크기가 고작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나노입자를 만들어 쓰는데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나노캡슐이 들어있는 화장품 등을 제작하는데 이용하고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의약품 제조 같은 폭넓은 분야에 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8. 표면장력을 이용해 전진하는 배 만들기

[그림9] 구성물질에 따라서 자동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

각각의 물체들마다 표면장력이 다르므로 이를 이용한 도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친수성 물질과 소수성 물질 두 개를 붙여 하나의 물체로 만들고 물에 띄운다면 어떻게 될까?

친수성 물질은 당연히 물을 끌어올릴 것이고, 소수성 물질은 당연히 물을 밀어낼 것이다. ([그림9]의 윗쪽 그림) 이럴 때는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틀려지게 되어 물체는 회전하려고 하는 토크(toque;회전력)가 생긴다. 물론 이러한 작용은 물에 의해 친수성 물질 쪽은 부력이 더 강해지고, 소수성 물질 쪽은 부력이 약해져 표면장력과 반대방향으로 토크가 생겨서 서로 상쇄되는 순간까지 진행된다. 다시 말해서 물체는 친수성 물질 쪽으로 약간 기울 것이다.

[그림10] 치약으로 만든 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물 위를 이동하는 배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림10]은 재료는 종이 혹은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배와 치약이다. 원리는 간단한데 배의 한 쪽 면에 치약을 많이 발라두면 된다.
치약은 소수성을 띄는 물체이지만 물에 매우 잘 녹는다. (욕실에서 물이 묻어있는 바닥에 치약이 떨어지면 물이 밀려나는 것은 이런 성질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이야기한 표면장력의 성질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다. 물이 당겨져 올라가거나 밀려 내려갈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치약이 묻어있는 방향의 반대쪽에서만 표면장력이 작용한다. 친수성 재료로 만들어진 배라면 [그림10]의 아래처럼 배는 치약을 발라둔 방향의 반대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치약은 물에 매우 쉽게 녹으므로 이러한 추진력은 금세 사라진다. (그러면 배를 소수성 재료로 만든다면 치약 쪽으로 움직일까?)

참고1
수은(Hg)은 알려진 액체 중에서 표면장력이 가장 크다. 따라서 수은은 다른 액체와 만나면 무조건 둥글게 뭉친다.

참고2
표면장력과 관련된 용어에는 흡착력 또는 친화력이 있다. 이 용어들은 사실상 각각 전공에서 표면장력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그 근본원리가 동일하여 똑같은 개념으로 설명해도 틀려지는 것이 없다. 다만 고체와 상관있느냐 없느냐만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에서도 고체와 연관있으면 정확히 흡착력 또는 친화력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곳이 몇몇 있으나 이에 대한 것은 이미 기존의 책에서도 표면장력과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 또한 구분할 필요성을 못 느끼므로 이 글에서는 표면장력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였다.

4 comments on “물에 뜨는 것들은 왜 달라붙을까?”

  1. 내겐 어려운 설명이지만, 그림이 함께 있으니 확실히 이해하기 좋은 것 같네요. ^^ 시간내서 읽어봐야 할 모양입니다. 확실히 마스터해서 조카한테 알려줘야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 와우..이건 포스트의 경지를 넘어선 정도가 아닐까..하는데 ㅎ
    무척 잘 보고 갑니다^^

  3. 정말 멋진 정보입니다.
    블로그에 매우 쉽게 잘 쓰셨네요.(그림도 직접 그리신거죠? ㅡ0ㅡ;)
    나중에 참고해서 구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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