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사진이란 무엇인가?

쓸모 없는 말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선명함에 대해 뜻을 조금만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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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대화하다가 선명한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본다. 내가 처음에 사진을 배울 때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왜냐하면 선배 찍새들이 ‘선명한 사진’이라는 말을 불분명한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0. 선명한 사진을 찍기 위한 기본적인 카메라 설정

선명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조리개를 조절한다. 조리개에 의한 효과가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 꼭지는 그 이외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다.

잡음[노이즈; Noise]이 적어야 좋다. 잡음을 줄이려면 ISO를 낮춰야 한다. 센서 온도를 되도록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센서에서 발열이 많이 일어나는 4k 동영상을 촬영 할 때 촬영시간을 제한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온다.

노출시간을 너무 짧지 않게 하면 좋다. 노출시간이 너무 짧으면 조리개에 의해 회절이 일어날 때처럼 사진 전체가 골고루 뿌옇게 변한다. 렌즈 색수차에 의한 변화와는 뿌옇게 변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다르다!

이제 조리개 상태에 따른 점들을 살펴보자.

1. 절대적 기준의 선명함

사진 자체가 선명하게 찍히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찍히기 위해서는 렌즈가 선명한 상을 맺어야 가능하다. 피사체 각 부분에서 온 빛이 센서 각각의 화소에 상을 정확히 맺었을 때 찍힌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거의 모든 부분이 선명하다.

카메라 설정은 조금 어렵다. 보통은 조리개값을 f/5.6에 가깝게 하여 렌즈의 해상력이 최대가 되게 한다. (렌즈에 따라 해상력이 최대가 되는 조리개값이 다른 경우도 있다.)

보통은 이렇게 찍힌 사진을 다큐사진이라고 부른다.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하기 때문에 이렇게 인식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여행사진도 되도록 이렇게 찍는 게 좋다. 사람 뿐만 아니라 배경도 선명해야 어디에서 찍은 건지 알 수 있으니까.

2. 상대적 기준의 선명함

사진 전체가 아닌, 오직 초점이 맞은 부위만 선명하게 찍힌 것을 선명한 사진이라고 말한다. 즉, 내가 필요한 부위만 선명하도록 심도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가 부각되어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정보가 소실되어 뿌옇게 보인다.

카메라는 조리개를 최대개방이 되게 조리개값을 최대로 설정하고,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를 가깝게 하면 된다.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큰 렌즈를 쓰는 게 좋다.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f/1.0까지 개방할 수 있는 렌즈를 쓰면 정말 좋을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사진에서 피사체가 선명하게 보이더라도 앞에서 말한 절대적인 기준의 선명함에 맞춰 찍은 사진 속의 피사체보다는 훨씬 흐리다. 이건 각각의 조건으로 사진을 찍은 뒤에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보통 인물사진이나 제품사진을 이렇게 찍는다.

3. 선명함을 위한 후보정

사진을 찍은 뒤에 단순히 크기를 변환하면 어떨까? 이때는 샤픈필터를 적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선명하게 바뀐다. 따라서

“샤픈필터 안 쓰고, 크기만 줄인 건데 선명하게 찍혔지?”

같은 말은 애초에 의미가 없는 말이다. (물론 화자는 줄이기 전에도 선명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겠지만…)

그냥 맨눈으로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눈에 잘 띄는 게 좋으니까 색상과 명도를 크게 만드는 게 좋다. 보통 후보정 프로그램은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최근에는 이런 작업을 강제로 해주는 앱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점에 맞지 않은 부분을 인식해서 강제로 뿌옇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아이폰의 인물촬영모드는 사람 얼굴을 인식해서 사람 이외의 부분을 약간 뿌옇게 블러처리해서 어떻게 찍혔든 상관없이 상대적 기준의 선명함을 추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게 좋은 건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 티가 나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상대적 기준의 선명함은 언듯 봤을 때는 굉장히 좋아보이는데, 시간을 갖고 자세히 보면 그저 그런 사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다단계 리사이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진을 한꺼번에 확 줄이는 것보다 여러번에 걸쳐서 조금씩 작게 만든 사진이 더 선명했고,이 방법이 상당히 유효했는지, 굉장히 많이 쓰였다. 그러나 이건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이고, 지금은 프로그램의 저장 알고리즘이 이 부분을 감안해서 고쳐졌다. 따라서 이제는 쓸데 없이 이런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 (이 포스트에 적을 필요는 없겠지만, 아직도 가끔 다단계 리사이즈를 하는 분들이 계셔서 적어놓는다.)

ps.
상대적이건 절대적이건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이므로, 꼭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면 안 된다.

고친 날 : 202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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