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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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다시 운영하려고 고민중이다. 이전에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지금 블로그를 운영해도 컨텐트 유통채널이 없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민보다 이전의 블로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쓴다.


블로그를 비교적 초창기부터 운영했던 사람들은 찬란했던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의 전성기를 기억할 것이다. 블로그들이 쏟아내는 정보와 의견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걸 믿는 사람은 없었지만…) 근데 어느새인가 블로그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지금도 블로그는 많은데요?”

라고 외치고 싶으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벤트 응모하고, 기업한테서 돈 받고 입맛에 맞춰 포스팅해주는 게 어디 블로그던가? 최근 정말 열의를 갖고 운영하는 블로그를 모아 메타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운영해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블로그를 20여 개 찾아 등록한 뒤에 포기했다. 예전에 제대로 운영되던 블로그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새로 생긴 블로그는 찾기 힘들었다. 어딘가에 제대로 운영되는 블로그가 아직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블로그를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사람들이 알아서 모여든다면 찾기가 조금은 쉽겠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블로그들이 사라진 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다.

첫째는 올블로그(allblog.net)이 문제였다. 지금은 위드블로그(withblog.net)을 운영하는 하늘이 님과 골빈해커 님께 아직도 많이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렇게 쉽게 올블로그 서비스를 접을 것이면 다른 사업 잘 할 사람에게 넘겨줄 것이지….. 더군다나 블로그카페(cafe.allblog.net) 서비스는 왜 그렇게 방치했는지? 시작한지 1 년도 안 돼서 관리를 안해서 가입도 안 되고, 도메인 변경도 안 되고, 등록된 포스트를 지우거나 카테고리 변경도 할 수 없는 등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폐쇄할 때 하는 말 보니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활성화도 안 돼서 폐쇄한다고????

올블로그가 이명박-오세훈의 서울시로부터 광고 받을 때부터 이렇게 끝날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그 소식을 보니 참 섭섭하고 안타깝더라.

둘째는 네이버(Naver)가 문제였다. 설명은 이미지 한 장으로…

naver die.jpg

2008 년경에 블로고스피어의 광고시장은 네이버 중심으로 넘어가리라는 걸 블로거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었다. 이때 두 가지 경향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네이버를 거부하는 쪽이었고, 다른 하나는 네이버로 뛰어드는 쪽이었다. 물론 후자가 훨씬 많아서 블로고스피어는 무너지고 만다. 이때 내게도 네이버로 들어가라는 분이 계셨었다. (아마 그분도 이 글을 읽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블로고스피어가 피폐해지던 과도기에 블로거들도 피폐해지지 않도록 만들려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블로고스피어는 광고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네이버가 중심이 되기 이전의 블로고스피어를 블로그 1 세대라고 부르고, 이후를 1.5 세대라고 부른다. 1.5 세대가 등장한지 2 년이 채 안 되어 이들의 전성기는 지나가고 2 세대가 등장한다. 2 세대는 말 그대로 막장세대로 보통 파워블로거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얼마 전에 전주의 한 뷔페음식점에 가서 5 점밖에 안 먹었는데 돈을 다 내냐며 포스팅하고(CCTV 확인 결과 많이 먹었다고 함), 몇 일 전에는 <명량> 상영관에 들어가 촬영하여 포스팅까지 한 그 ‘겨울나그네'(cjsgml6158) 같은 사람은 1.5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없었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이 사람에 대한 추문이 참 많다.) 펌질 중심으로 블로그 운영하던 X이나 뒤늦게 유입된 비슷한 X이 파워블로거 행세하면서 저지르는 일이다.

거기다가 명예훼손 신고하는 방식이 변한 것도 문제가 됐다. 사용기에 악평을 쓰면 그대로 블럭 먹이려 드니 제대로 된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국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웹이 너무 빨리 변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1 세대가 5 년만에 거의 대부분 사라질 정도로 빨리 변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네이버가 악성블로그를 문제시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버려서 더 심해진 것 같다.


 

블로그란 건 장기적으로 명성을 차곡차곡 쌓는 시스템이다. 이걸 착실히 잘 만들어 활성화시켜보자. 어쩌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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