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편했던 영화 〈해운대〉

9 comments

<해운대>를 심야로 보고 왔다. 누나네 집 식구들이랑 갔는데, 심야로 영화관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고3인 조카가 뭐처럼 여유가 생겨서 화학II를 가르쳐준 뒤에 같이 보러 갔다. 그렇잖아도 토요일에 있었던 라디오키즈 님의 <UP> 영화번개 이후 밤샘작업을 하였고, 그 이후 하루만에 가는 거라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조금 되었다. (그래서 역시 조금 까칠한 감상이 되버렸을까?)
물론 이 감상평은 나 개인적인 시각과 느낌일 뿐이고, 또 당연히 스포일러가 포함된다는 것을 적어둔다.

160억 원의 이야기

2004년 12월 25일 인도양에서 쓰나미(해일)가 발생한다. 이 쓰나미는 인도네시아와 쓰리랑카-인도 해안, 아프리카 동부해안을 덮쳐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그 시간 그 자리에 한 원양어선이 있었는데 사고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구조 헬리콥터가 오고, 사고를 당해 구조할 수 없던 한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구조된다. 헬기가 사람들을 구조한 몇 초 뒤 해일이 원양어선을 삼킨다.

위의 글은 영화 처음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장면이다. (줄거리로 감상문을 시작하긴 뭣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순간의 이야기를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런 형식을 취한다.)
우선 쓰나미가 있던 인도양에서 원양어선이 있는 장면에서의 NG가 문제다. 파도의 파쇄는 깊은 바다에서는 안 일어나는 현상이다. 파쇄(Breaking wave)란 해수욕장에서 파도가 둥근 원을 그리면서 떨어져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얕은 바닥의 저항에 의해서 파동의 골 부근은 진행속도가 느려지고, 마루 부근은 깊은 물에서의 진행속도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마루가 골보다 먼저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어 수면이 수직에 가까워지면 파도는 부서지게 된다.
그러나 쓰나미가 아무리 크더라도 태평양이나 인도양처럼 큰 대양에서는 그 존재조차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쓰나미는 매우 긴 장파이기 때문에 큰 대양에서는 높이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footnote]2004년 슈마트라 쓰나미의 경우에도 인도양에서는 10cm 내외의 파고였다는 이야기가 있다.[/footnote] 쓰나미가 해안에 가까워지면 파동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파고가 높아진다. 따라서 원양어선이 있는 깊은 바다에서는 파도가 부서지지 않는다. 따라서 원양어선으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 위로 물이 몰아칠 가능성은 없다. (심지어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깊은 바다에서 절벽으로 갑자기 쏟아나온 지형에는 쓰나미가 몰아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얕은 바다에서의 파쇄 장면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

이러한 실수는 몇 년 전의 헐리웃 영화 <포세이돈>도 똑같이 일으킨다. 장소가 인도양이 아니라 대서양이라는 것이 다를 뿐…..

또한 작은 쪽배로 인도양까지 어업을 나간다거나 인도양에서 구조헬기가 한국헬기라거나 (물론 한국헬기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양에 안전을 위한 배들을 일부 출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률이 지나치게 낮을 뿐!)
더 놀라운 것은 날씨가 나빠서 출항을 반대했지만 출항했고,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래서 죽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인도양까지 갈 때 이미 인도양의 날씨가 나빠질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뒤 여자주인공(연희;하지원 분)이 아버지 묘소에 가는 것, 그리고 그 묘소 앞에서 남자주인공(만식;설경구 분)이 목놓아 울고 있는 장면 등은 또 다른 NG를 만든다. 왜냐하면 여자주인공 아버지의 시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배를 통째로 쓰나미가 집어삼켰다.) 또 배가 침몰한 것은 크리스마스 부근이었는데, 묘소에 간 것은 여름이었으므로 계절도 맞지 않는다.

쓰나미를 만난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앞머리가 물에 잠기자 꽁지가 들리는 장면[footnote]언듯 파도가 누르고 있으니 머리 부분이 잠기고 꽁지가 들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앞부분이 들리고, 꽁지가 물 속으로 처박히게 된다. 물에 잠긴 앞부분이 부력으로 인해 위로 힘을 받기 때문이다.[/footnote] 등의 특수효과 상의 NG들 뿐만 아니라 스토리상의 NG 등을 고려하면 너무나 많은 NG들이 눈에 거슬리더라… 첫 장면부터 NG나 과학적 오류들이 즐비하더니 끝까지 수많는 오류와 NG들을 내고 있는데 일일히 다 기억했다가 언급할 수가 없다. (생각나는 것들이 꽤 되지만 생략한다.)

쓰나미가 오지도 않았는데 거리에 찬 흙탕물들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부산시내의 수도관이라도??
조카는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올 때 보니 남방 자락에 몇 방울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그냥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는 정도의 모습을 보고싶다면 볼만한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완성도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완성도 면에서 <괴물>과 비교하자면 절반 정도도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솔직히 이 정도의 영화에 400만 최단기간 동원 등의 수식어가 붙는 현실이 쪽팔리다고 생각한다. 혹시 400만 명이 자기들만 돈내고 본 것이 아까워서 다른 국민들을 낚시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점 : 별 5개 만점에 ★

ps.
설경구의 명대사 : “내가 니 아버지다.” (Starwars의 다스베이더 명대사 “I’m your Father.”가 생각나더라.

ps.
해운대의 광고판을 까맣게 지웠더라….. 덕분에 물에 비친 모습과 멋진 조화의 NG를 양산해냈다. 차라리 그 자리에 공익광고나 재미있는 작은 영상을 덧씌웠다면 멋진 선물이 되었을텐데 아쉽더라.

ps.
과학적인 내용을 빼더라도 너무나 작가가 편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ps.
나의 한마디 평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재림이다. 80억 성냥팔이 소녀나 160억 쓰나미나….
                       돈 쓴 것은 보이지만 돈 좀 덜 써도 되는 각본에 좀 더 써야하지 않았을까???

이 글의 이미지들 출처 : Naver 해운대 영화페이지

9 comments on “작가가 편했던 영화 〈해운대〉”

  1. 지역적인 오류를 말씀드리면 영화상에서 이미 쓰나미가 덮친 지역이 다음 장면에 다시 덮치는 모습이 나왔으며, 가장 크게 오류를 범한 것은 해운대 해수욕장 쪽에는 다리가 없다는 점이죠. 영화에 나오는 다리는 광안대교 같던데… 광안대교에서 날라간 컨테이너가 해운대에 있는 호텔로 날라간다는게, 코메디죠.. ㅋㅋ

    그리고 소방구조대가 구조를 하는 장면에서도 육지도 쓰나미로 인해 대 혼란인데, 아무리 고위층의 자식이라고 해도 여러명이 그 한명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헬기를 타고 구조를 한다는 점이고, 이민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장면에서도 분명 헬기에는 화면상에서도 밧줄이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구조를 하지 않는 등 이상한 장면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PS:영화는 롯데시네마 부평에서 보셨네요.. 제가 있던 사무실에서 롯데시네마 설계를 전국의 50%이상 했는데, 부평이면 제가 있던 팀에서 했던 거네요.. ^^
    여담이지만, 부평에 있는 롯데시네마는 부평민자역사점과 부평점 이렇게 두개가 있는거 아시죠? 둘다 저도 설계에 참여를 했다는 …. ^^

    1.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오류가 한 무더기라는…^^;;
      민자역사점에서 봤는데, 시설은 그럭저럭 하지만, 직원들 관리가 잘 안 되는 그런 곳이라는 느낌을 개장 초기부터 느끼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좀 나아졌어요. ^^;;

  2. 해운대 NG 찾기 시작하면 -_-;;

    그래도 ‘블록버스터’에 걸맞는(겨우 160억 제작비) 영상을 보여주고,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했으니 NG 때문에 별 한 개는 좀 짜다;ㅂ;고 생각.

    하지만, 각본이 ‘인물’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인지 과학적인 부분에서의 자문은 ‘신문’보도 몇 줄 보고 만든 듯 싶더군요.

    1. 뭐 전 전혀 블록버스터로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시나리오는 C급 정도??
      배우들 연기는 그런대로 보아줄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실망이 컸습니다. -_-
      별 하나가 좀 짠 점수일지는 몰라도… 또 더 주려고 생각해보면 결코 두 개를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게 그거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지진나서 쓰나미 생기는데 천둥번개치며 비바람 몰아치는것도 웃기던데..ㅎㅎ

    1. 음…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직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규모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 지각에서 전기장이 높아져 번개가 친다고 합니다. 물론 비바람이 몰아치지는 않을텐데, 원래 일기가 안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구요.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