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왕패랭이 –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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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는 유전자는 한 세포에 두 개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를 하나씩 갖고 태어납니다.

갖고 있는 두 개의 유전자가 발현하는 데는 여러 규칙이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규칙이 우성과 열성에 의해 발현되는 순서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성 유전자와 열성유전자가 한 세포에 존재하면 무조건 우성유전자가 발현됩니다. 그 세포가 살아가는데에 사용되는 유전암호는 전적으로 우성 유전자의 것만 사용하는 것이죠.

물론 대등한 발현순서가 있는 유전자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람들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A와 B입니다.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모두 3가지 종류로 O형 유전자는 열성유전자이고, A형과 B형은 같은 순위의 우성유전자입니다. 그래서 A와 B를 동시에 갖는 사람의 경우 A와 B가 모두 발현되어 AB형의 혈액형을 갖게 됩니다.

반면에 같은 발현순서를 갖으면 이 중에서 하나만 발현하는 유전자도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들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될 때 발현될 유전자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은 유전자 중 한 가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어머니 또는 아버지에게서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발현되지 않고 잠재되는 것이지요. 이때 대개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유전자가 세포 내에서 풀려 활동을 하게 됩니다. (풀린다는 의미는 염색체가 유전자로 분해된다는 의미입니다. 평소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는 하나의 염색체 속에 뭉쳐서 꼬여있습니다. ^^)

사진제공 : 다육식물사랑방의 꽃님

그러나 문제는 같은 발현순서를 갖는 이런 경우 한 쪽이 완전히 잠기지 않아서 생물체의 구석구석이 다른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물에서 나타나는 오드아이의 경우인데, 양쪽 눈의 홍채색이 달라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홍채색을 결정하는 두 유전자가 같은 순수혈통(호모)에서는 당연히 나타나지 않고, 잡종(헤테로)의 형태에서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오드아이가 존재합니다.
식물의 경우에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꽃의 색이 틀려진 모습을 들 수 있습니다. 꽃잎 세포들은 최초의 한 세포에서 출발하여 형성되므로 한 색으로 피는 꽃이 생기는데, 한 생장점에 다른 색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갖는 여러 세포가 섞여있을 경우 여러 색의 꽃이 한 줄기에서 피기도 합니다.

분꽃은 좀 더 복잡한 체계를 따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중간유전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흰색 분꽃과 붉은색 분꽃을 교배시키면 자손은 모두 분홍색의 꽃을 피웁니다. 이는 흰색을 내는 유전자와 붉은 색을 내는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됐기 때문으로 위에서 이야기했던 사람의 AB형 혈액형이 나타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 분홍색 꽃끼리 교배시키면 그 자손들은 1:2:1의 비율로 붉은색, 분홍색, 흰색 꽃이 피는 씨앗이 얻어집니다. 이는 엄격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원래 없던 혼합형 형질을 발현한다는 것이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꽃의 경우 좀 더 재미있는 유전현상도 있는데, 체세포 유전이라는 것입니다. 분꽃을 보면 가끔 몸체 부분부분이 흰 것이 있습니다. 물론 흰색을 띄는 것은 세포에 엽록체가 없어서입니다.
분꽃이 이 흰색이 있을 경우에 그 개체에서 채취한 씨앗은 세가지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일부는 보통 분꽃이 되고, 일부는 어미와 같이  부분부분 흰색을 띄고, 일부는 몸 전체가 아예 흰색만 띕니다. 물론 전체가 흰색만 띄는 분꽃은 광합성을 할 수 없으므로 발아한 뒤 얼마 안 가서 죽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꽃의 생식세포가 어떤 상태의 세포로부터 분화되어 나왔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생식세포로부터 형성된 배아세포는 다수의 모세포로부터 형성되는데, 모세포에 엽록체가 없는 세포가 포함됐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선인장에서 나타나는 금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한 세포 내에 엽록체가 한 개도 없다면 그 세포가 분열하여 생기는 세포는 모두 엽록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세포가 생장점에 존재한다면 계속해서 엽록체가 없는 세포가 생기는 것이므로… 금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초록식물이 성장하다가 갑자기 금이 든다거나 금이 든 가지가 생기는 것도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생장점의 세포가 분열할 때 우연히 엽록체가 한 쪽 세포로만 몰려 포함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새끼를 만들 때는 반드시 금이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만 이의 확실한 정보를 모르겠네요.)

그 이외에 미토콘드리아나 리보솜같은 세포 내 소기관의 유전에 관여하는 RNA 유전이 따로 존재합니다. 이 유전은 이론상 100% 모계유전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습을 하는 능력 등은 이 RNA유전에 많이 의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부계유전이 동시에 되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 부계유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앞으로 더 연구가 이뤄져야 할 분야인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유형의 유전은 조부계 유전이 있어서 조부모에게서 있던 형질이 부모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가 손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머리 유전이 이에 해당한다지만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6 comments on “재미있는 왕패랭이 – 유전”

  1. 저도 패랭이 꽃을 좋아하는데, 숨은 유전자의 진실에 재미까지…
    고맙게 읽고 갑니다.

    잘 지내셨죠?

    ㅎㅎ ㅎㅎ 오늘 드뎌 각자의 블로그에서 ‘제6차 동시나눔’을 시작했습니다.
    이 링크된 글( http://chohamuseum.net/399 ) 보시고, 동참을 부탁드려요~~ ㅎ
    둘러보시고 응모하셔서 행운도 얻어가시고,
    더 많은 이웃들과도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 안녕하세요. ^^
      동시나눔.. 항상 즐겁게 보고 있는데, 전 아직 재주(?;이건 정말 큰 재주인 듯 싶어요.)가 부족해서요….
      언젠가 능력이 되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2. 둘러 보시고,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신청하셔서
      행운을 잡을 수 있는 나눔입니다.
      마감이 오늘 자정까지오니, 서둘러주시길 바랍니다~~

  2. 한 세포 내에 우성/열성 유전자가 동시에 존재하면 무조건 우성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발현되지만 그로 인해 겉보기에 나타나는 효과는 우성+우성인 경우와 똑같다… 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에 대한 출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도 궁금해서요^^;

    footnote 1 의 내용은 Barr body 를 말하는 것 같네요. 성염색체의 경우 남자는 XY, 여자는 XX 라서, 여자의 경우 남는 하나의 X 염색체는 뭉쳐져서 사용되지 않죠. 현미경으로 보면 남자 세포에서는 안 보이고 여자 세포에서만 보인다는…

    1. footnote 1의 문제는 성염색체에서도 나타나지만 일반 염색체에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어떤 출처를 물으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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