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책 – 『마시멜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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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지영 씨의 대리번역 문제로 한동안 세간이 떠들석했다. 나도 이에 대해 한 번인가 두 번인가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글들에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고 이 책을 말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나에게 부탁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원고지 150 장 정도는 될까말까한, 소설 『갈매기의 꿈』 정도로 분량이 매우 적어서 2.5 시간만에 다 읽었다. 여백도 많고, 글씨고 크고, 삽화도 꽤 많아 전체를 2도 인쇄한 것이 눈에 띈다. 사실 원고 자체가 소설 형식으로서 경제/처세/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소설로 분류해도 될 정도다. 내용은 운전기사 찰스에게 사장인 조나단이 해 주는 이야기로 매일 한 시간 동안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조언 식으로 해주는 이야기들을 모아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Don’t Eat the Marshmallow…Yet!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옮김/한국경제신문
173 p./ 9000 원
ISBN 89-475-2547-2
읽은시간 : 2.5시간

1.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소재인 마시멜로marshmallow, 이 책에서는 달콤함, 쾌락의 대명사로 통한다.와 마시멜로를 사용한 실험인 ‘만족유예’는 꽤 유명하다.(전에 다큐멘터리에서만 세 번이나 본적이 있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에서 두 번, 외국 다큐멘터리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2. 찰리의 고등학교 때 이야기인 자동차 이야기도 유명하다. ‘삐까뻔쩍한 자동차를 타고오는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하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사실 미국 처세술 책에서 처음 발견했던 내용이다.)
또한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기 위해서다’라는 것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3.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가라’라는 말은 매우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말로 절반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든다.『블루오션』에서 지적된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물론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거나 공연히 두려워한 길일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예로 든 농구선수인 래리버드 이야기나 야구선수인 호르헤 포사다 이야기는 이 두 경우가 아니라 성실함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 아니라 가기 힘든 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인용한 ‘아룬 간디’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의 일화는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었고, 물론 당연히(?) 내가 아직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래리버드 이야기나 호르헤 포사다 이야기는 자체로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일화였고, 단지 어떤 일을 하면서의 정신적 자세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부분 때문에 이야기가 억지로 전개된다는 느낌이 더욱더 강해졌다.

5.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찰스가 조나단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을 디돌아보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가정에서 나오는 공식(?)인

목적 + 열정 + 실천 = 마음의 평화

는 무엇을 우리에게 주는 듯 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 책이 끝나갈 때 마지막으로 옮긴이 정지영 씨의 말이 대략 원고지 7~8장 분량으로 붙어있다. 사족 같지만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을 상당히 정확하고, 자세히 요약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지영씨는 마지막에 ‘멘토’를 이야기하면서 끝맺는다. 멘토란 他人의 인생의 등대 역할을 해주는 안내자같은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의 조나단이 찰리의 멘토이고, 주인공 이름이 같은 소설『갈매기의 꿈』의 조나단이 지상의 갈매기, 또 좁은 의미에서 그의 제자 갈매기들의 멘토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이 책의 사장 이름을 일부러 ‘조나단’이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멘토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다.
내 삶을 뒤돌아보면서 과연 나는 누구를 멘토로 삼아왔고, 누구의 멘토가 되었었는가를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멘토로 하여 성공하거나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성공을 돕는 것을 생각하면 둘 다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나는 둘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정지영 씨는 이 책의 대리번역 문제로 명예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 책을 진정으로 아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나라 출판계가 체질을 개선하는데 하나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그녀의 번역 인쇄에 대한 기사를 봤었다. 별 가치없는 기사를 계속 생산하지 말고 그녀를 자유롭게 놔주자. 그녀의 명예는 너무 큰 치명타를 입지 않았나? 그녀가 진정 큰 잘못을 저질러 매장당해야 한다면 우리나라에 매장당할 유명인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정지영 씨를 매장하기보다는 출판사의 관행을 근절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면·······
나는 지난날 다른 사람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결정타를 빈번히 놓치고, 또한 적절한 때에 마시멜로를 먹지 않아서 큰 굴곡있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 뿐····.
다시금 계획을 세워야겠다.

이 책은 대학생 이상이 읽기엔 내용이 너무 쉽고 빈약하며 시시할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 정도가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 줄만하다고 해도 1억이 넘는 인세는 너무 비쌌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솔직하게 생각하면 번역가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책의 질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글 쓴 날 : 2006/11/22 11:03

ps. 읽는데 2.5시간이 걸렸는데 독후감 쓰는데 50분이나 들었다. ㅜㅜ
ps. 내 멘토가 내 배우자가 된다면······ 최근 새로 생긴 꿈(?)이다!!
ps. 번역자 논란이 일어서 결국 김경환이라는 전문번역가가 2006.10에 추가됐다.

8 comments on “전쟁의 한 가운데 있는 책 – 『마시멜로 이야기』”

  1. 어찌어찌 선물로 받았는데요.
    짧은 분량과 쉽게 읽을 수 있는 줄거리로,
    스테레스에 빠져있던 제게 좋은 마시멜로가 되었던 책이지요.
    번역가가 누구인지는 확인도 않았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그분이 그분이더라구요.;;

    1. 무엇이든 상대적인 것이지요.
      제가 ‘별로다’라고 느꼈지만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것일 수도 있구요…. 제가 좋았던 것을 다른 분들은 별로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사실은 제가 그런게 좀 많은 편입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 양 극단으로 나눠질 것 같네요. ^^

  2.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도 나왔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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