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세 가지 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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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에 나와 같이 대화를 나눴던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 친구가 했었던 한 가지 말과 습관처럼 하는 두 가지 말에 대해서 꼭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다. 그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1. 우선 내가 안정되면 해 보지.
경제적/시간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할까?
“여유가 생기면 ○○○도 하고 ○○도 하고…. 많은 것을 하고 살텐데….”
내 친구가 한 이야기와 완전히 정 반대의 이야기다. 나도 한 때 이런 생활을 했었다. 내가 그런 속에서 회사를 때려치우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는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 경제적/시간적으로 힘들다거나… 직장생활 또는 생업활동으로 여유가 없다손 치더라도 먼 미래를 위한 어떤 활동을 하지 않으면 영영 그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솔로인 사람들에게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백수인 사람들이 어찌보면 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과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조율해야 하지만, 백수들은 사실 아무리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더라도 남아도는 것이 시간일 수밖에 없다. (내 이야기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일단 습관을 드리는 것이 쉬워진다. 옛 말에 “위기는 기회다.” 라고 했는데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결국 조건을 달면서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기 싫다는 말과 다름없고, 만약 스스로 진짜 필요한 활동인데 조건을 단다면 그 것은 소극적 쾌락주의[footnote]『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참고[/footnote]라는 것이다.

2. 일단 시작하면 하는 건 쉬워.
뭐든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 쉬워보여도 직접 해 보면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그것이 특화되어 있거나 전문화 되어 있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아주 미묘한 차이로 고수와 하수가 구분되는 것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바둑을 두는 것은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세상에 이렇게 하수와 고수가 극명히 나타나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만약 CF에 사용될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게 쉬울까?
재미있게도 CF같은 것에 관여되는 사항들은 무척 쉬워보이는 경우가 많다. 워낙에 짧은 영상이나 간단한 이미지들이어서 해당 분야를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잘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수와 고수는 극명히 나타난다. 그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그 또한 마찬가지다. 쉬워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블로그다. 특히 블로깅 중에서 글쓰기는 더더욱 어렵다. 글쓰기는 자신이 잘 하는지 못 하는지를 알아챌 방법이 없어서 더 어렵다. 카운터가 많이 나온다고 글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고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극히 최근에 깨달은 것은 글쓰기를 잘 하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고, 그만큼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숙련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고 그 위에 올라서서 보지 않으면 그것이 쉬운 것이었는지 어려운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3. 책은 머리 속에 내용이 연상되기만 하면 읽을 필요가 없어.
책은 수많은 글씨나 그림으로 이뤄져 있다. 그 수많은 정보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히 핵심을 짚으면 대부분의 내용이 연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차 정도를 보고 연상작용을 하는 것에서 책의 모든 내용을 얻고 느낄 수 있을까?

연상이란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논리적 전개방식으로 무엇인가를 유기적으로 엮어가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나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는 내용은 연상작용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게 된다.
책을 읽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이다. 만약 책을 연상작용만으로 모두 알 수 있다면 책을 애초에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나? (그게 아니라면 수준에 맞지 않는 내용이거나… – 물론 유치원생을 위해 저술된 책을 봐도 배울 점이 있으니 ‘수준에 맞지 않는’ 이라는 표현을 적당하지 않은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자가 자기가 연상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다른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다른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배우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자기가 보기에 연상이 모두 된다고 책을 읽지 않는다면 저자의 생각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아무리 독서관이 서로 달라 나타나는 생각의 차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읽은 책을 또 읽어도 배울 것은 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어본 적이 있나? 위의 이야기를 고려하면 한 번 읽은 책은 연상작용을 시켜줄테니까 다시는 읽어본 적이 없을테고, 사실상 한 권을 진득히 읽어본 적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최근 메모를 해 가면서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내가 메모를 하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은 일이다.) 내가 읽을 때마다 느낌, 연상, 논리적 전개 등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 생각의 변화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발전은 자신의 변화를 느껴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무한반복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반복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머리 속에서 맴도는 연상만 갖고 발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건 구만리를 걸어가듯이 느리기만 할 것이다. 그나마 갈 수 있기만 하다면 다행이겠지만…..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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