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길고 날씬한 개미 – 일본침개미(Pachycondyla ja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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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찾으러 뒷산에 올라갔는데, 은방울꽃이 무더기로 피어있었다. 그래서 사진찍는데, 그 부근에서 1 m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개미 몇 마리 발견했다. 그래서 사진 찍을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이 녀석이 등장했다. 혼자서 낙엽층 밑을 헤메고 있었다. 그래서 낙엽을 들추자 낙엽 밑에 몸을 반 쯤 숨기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장면을 찍기는 했지만, 조리개를 조이질 않고 찍어서 사진은 완전히 망했다. orz

몸은 사진으로 볼 때는 다리, 더듬이의 채찍마디, 집게만 약간 갈색이 돌지만, 그냥 볼 때는 거의 검정으로 보인다. 길이는 8 mm보다 조금 더 긴 정도로, 일본왕개미 일개미 만하다. 그러나 몸매가 호리호리해서 힘은 좀 약할 것 같았다. 머리는 납작한 편이고, 목 부위 뒤로 약간 튀어나왔다. 가슴은 매우 밋밋해서 거의 수평을 이루며, 뒷가슴가시가 없다. 배자루마디는 하나인데, 반원 형태로 생겼기 때문에 배와의 틈과 정확히 같은 방향에서 보지 않으면, 그 모양이 배의 첫째 마디처럼 보인다. 배는 길쭉한 타원형이고, 첫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가 잘록한 것이 맨눈에도 잘 보이고, 그리 길지 않은 노란 털이 조금 나 있다. 더듬이의 채찍마디는 12 개로 이뤄져 있다. 입의 큰 턱은 크지 않지만, 사냥하여 육식하기에 알맞도록 날카로운 톱니모양으로 생겼다.

이 사진을 찍기 전에 하루 동안 가둬놨었더니 먼지투성이가 된 것 같아서, 가둬뒀던 용기에 홍수를 일으켜서 목욕시켜줬다. 많은 물이 밀려오자 처음에는 높은 곳으로 대피했다가, 물이 빠지자 아주 오랫동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수시로 물을 마시러 갔다. 처음 발견했던 곳이 낙엽 썩어가는 축축한 곳이었던 걸 생각할 때 물을 매우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ps.
아마 작년에 태풍으로 비가 올 때도 한번 만났던 것 같다. (당시 만났던 개미는, 사진을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여왕개미였던 것 같다.)


김재현 님께서 댓글로 제공해주신 정보다.

일본침개미Pachycondyla javana 입니다. 왕침개미속의 개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큽니다. 일본침개미는 배에 노란털이 나있고 제2배마디가 유난히 짧으며 중간가슴등판과 옆판 사이에 한개의 마디가 더 존재합니다. 이런 특징들은 스미스침개미도 갖고있지만 두 종은 앞가슴등판의 홈으로 구분합니다. 홈이 없으니 일본침개미겠네요~
이녀석들은 원시성 개미로 한 콜로니 내의 개체수가 100여 마리를 넘지 않으며 단독으로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든버그님 추측대로 육식을 좋아합니다~ 한반도와 같은 온대 지역을 우점하는 개미들, 즉 왕개미류나 불개미류, 털개미류들은 복부 말단의 침이 퇴화하고 개미산을 쏘는 방식으로 진화하여 개미에게 ‘물린다’라는 표현이 낯설텐데요, 침개미들은 복부에 침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정말로 물리면(찔리면) 아프답니다. 손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쏘이게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죠ㅠㅠ장갑 끼고만 만지게 되는 개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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