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과학연구원 –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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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산업의 척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이다. 세계에서 과학이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조차 단위를 통일하지 못하여 화성탐사선을 날려먹었다는 이야기[footnote]Nasa에서 화성탐사선을 만들면서 하드웨어는 Nasa에서 만들고, Software는 외주업체에서 만들도록 했다. 화성탐사선은 화성궤도까지 잘 진입했으나 화성궤도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화성에 그대로 처박히고 말았다. 소프트웨어는 인치(inch) 단위로 숫자를 입력하게 되어 있었는데 탐사선은 cm 단위로 입력을 받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2.54배의 수치 차이가 발생했다. 이 사건이 있은 이후 미국은 정부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cm단위로 통일하도록 하였다. [/footnote]는 이제 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표준을 잘 설정하고 유지하느냐는 사회와 기업의 활동에 있어서의 간접비용과 유연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많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표준과학연구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을 측정하는 기관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있다. 1974년 개관한 이 연구기관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표준을 설정하고 유지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게 만드는 기관이다. 이 연구기관을 중학생 때 견학한 적이 있는데,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일부 새로운 기준이 설정되거나 기준이 바뀌었고, 또 우리나라의 측정산업, 표준산업이 선진국들과 대등한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방문하면 볼 수 있는 일부 내용을 소개하겠다. 방문한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연구소 사정과 방문자들의 성격에 따라 견학하는 경로가 바뀌게 됨을 우선 알아두기 바란다. 또 나는 초등학교 때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음도 알아주기 바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한 날짜는 11월 11일이었다. 인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곧바로 대전에 도착하여 바로 택시를 타고 방문할 수 있었다. 정시에 도착하였으나 함께 관람하기로 되어있던 학생들이 늦게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표준과학연구원은 대전의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은 본관이고, 뒤쪽으로 꽤 많은 연구동들이 있다. 연구동 수는 10개 이상은 되지 않을까?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 아마도 86년 가장 최근 헌법을 개정할 때 삽입된 내용일 것이다.


1. Introduction

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동영상을 보게 된다. 동영상은 4가지가 있는데 한국어와 영어, 전문가용과 아마추어용으로 나뉜다. 보여지는 동영상은 방문객들의 수준에 따라 바뀌게 된다. 내가 봤던 동영상이 전문가용인지 아마추어용인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나와 같이 본 단체는 서울의 어떤 공대의 2~4학년 학부생들이었다.

슬라이드를 모두 본 뒤에는 현관으로 이동하여 현관에 전시된 전시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표준과학연구원의 현관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각종 표준에 대한 전시물들이다. 내가
중학교 때 이 곳에서 본 것들도 물론 있었지만 새로 추가된 것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물성과학이 발전했고, 반도체,
방사선 등의 과학이 발전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표준이 새로 제정되거나 더 정밀하게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외에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우리나라 암행어사의 놋쇠 척[footnote]암행어사가 지방을 순찰할 때 지방 관료가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 되나 말을 더 크게 만들었을 때 이를 적발하기 위해 갖고 다녔다는 자 [/footnote]과 미국의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기증했다는 질량 원기도 전시되어 있다.

(현관에서의 많은 전시물들을 갤러리 하나로 모두 보여주는 것을 용서해주기 바란다. 이 것들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또 직접 전시물을 살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생길 것이다. 역시 방문하여 직접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

현관을 모두 본 뒤에는 두어군데의 실험실을 방문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방문했을 때는 무향실과 유체의 초음파 무저항 계측기 연구실이었다. 이번에 새로 방문한 곳은 무향실과 힘표준연구실였다. 우선 무향실을 살펴보자.


2. 무향실 (anechoicroom)

무향실은 소리가 없는 방이다. 소리가 왜 없을까? 모든 벽에서 소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스펀지를 붙여놓은 방이기 때문이다. 스펀지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스펀지가 아니라 구멍이 내부로 들어가면 모두 연결될 수 있는 특별히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소리를 흡수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소리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서 무향실에서 행해지는 연구가 어떤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개론 수준이었지만 꽤 다양하게 설명이 있었다.

하이힐을 신지 말 것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있어서 하이힐을 신고 가면 고생한다.

바닥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설명하여 주시던 분… 누군지는 생각나지 않고 81년부터 무향실에 근무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설치된 스펀지의 모습

부착된 스펀의 모양은 단파장에서 장파장에 이르기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모양이 특별히 설계되어 있다. 이런 것을 알아두면 스피커를 손수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씀으로는 화이트노이즈에 대한 것이 있었다. 각종 음향기기, MP3P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때문에 리콜사태까지 벌어졌고, 처음 MP3P를 개발한 레인콤에서 노이즈가 있다없다 논란까지 발생시켰던 바로 그 노이즈가 화이트노이즈다. 화이트노이즈는 우리말로는 그냥 백색잡음이라고 하는데 백색잡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화이트노이즈에 대한 개념은 모든 파장의 소리가 섞여있는 소리다. 빛의 경우 모든 파장이 섞이면 하양이 되는데 그래서 빛을 본따 만든 이름이 화이트노이즈라는 말일 것이다. 화이트노이즈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으로는 TV나 라디오에서의 잡음이다. 특히 TV 방송이 끝난 뒤에 계속 이어지는 화이트노이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귀를 더욱더 심하게 안 들리게 만든다고 한다. 펜지아스와 웰슨이 발견하여 1978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던 우주배경복사 또한 방송기기에 영향을 줘서 화이트노이즈를 만든다. 또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화이트노이즈는 자동차의 문을 열고 닫을 때 나는 압력의 변화라고 한다.[footnote]이 압력의 변화가 화이트노이즈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footnote] 이 잡음은 우리의 청신경을 심하게 망가트리므로 최대한 접촉을 줄여야 하는 대상에 속한다.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질문을 안 하기에 내가 하나 질문을 했다.
우리 신경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신호로부터 기인하는 양자잡음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양자잡음이 좀 어려웠던지 답변해 주시지 않았다. ㅜㅜ (참고로 정확한 질문 내용은 이제 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전에 읽었던 어떤 글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음향실 이야기는 끝내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무향실에 들어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향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소리를 듣게 되는데 한 가지는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였다. 공학자에게 물으니 낮은 소리는 혈액이 순환하는 소리였고, 높은 소리는 자신의 신경계가 돌아가는 소리[footnote]위에서 이야기한 ‘불규칙한 신호로부터 기인하는 양자잡음’이 바로 이 소리다. [/footnote]라고 답변했다. 그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것으로 기대했던 공간에서 예기치 못했던 소리를 발견하고, 절대적 무음은 없다는 발견을 이용하여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고 청자 자신과 그 주변에서 나는 소음을 들려주는 곡을 작곡했다.
그래서 그가 작곡한 곡은 <4분 33초>로 유명한 곡이 되었다. 그는 바로 존 케이지다.[footnote]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애가 연주하여 모르는 분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footnote]


3. 힘표준연구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현관에서 5분여를 걸어서 도착한 곳은 힘표준기를 연구하는 곳이었다. 쉽게 생각해서 저울같은 것을 연구하는 장소로 보면 될듯하다.

설명을 한참 듣긴 했는데 과학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 글에선 별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단순하게 설명하여 힘을 측정하는 방법을 어떻게 개량할 것이냐를 연구하는 곳이다.

반도체 박막으로 만들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감지센서도 표준이 적용된다고 한다. 로봇의 접촉 감지 센서에 사용되는 박막인데 일상생활 속의 터치스크린과도 어느정도 연관될 것 같다. 아무래도 역학적으로 힘을 측정하는 로드셀과 비교해 박막은 작은 힘에 반응하는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큰 힘을 측정하는 장치는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려나?)

최근에는 나노힘 측정에 대해서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나노힘은 이전에는 연구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 나노과학이 발전하다보니 필요해졌다나 뭐라나….ㅋㅋㅋㅋ

나노과학은 새로운 분야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4. 맺음말

방문한 날은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날씨가 좋았다. 표준과학연구원을 들린 다음날 대전시민천문대에 들렸을 때가 1년중 몇 번 안 될만큼 날씨가 청명하고 안정된 대기를 보여줬던만큼 이 날도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힘표준연구실에서 현관으로 오는 길은 마치 <MYST>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분같아서는 옆 풀밭에 누워서 광합성을 좀 하고 싶더라…..

현관의 한쪽에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소개해주시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이 모두 나간 다음에 따로 소개받을 수 있었다. 밑의 사진을 보고서 용도를 맞춰보면 어떨까? *^^*

그리고 당기면 당기는 힘을 보여주는 장치도 있었다. 안내하시던 분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셔서 “움짤로 만들어볼께요.” 했다.수고 많이 하셨는데, 움짤은 약간의 오버액션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오버액션이 없어서 재미는 좀 적다.

나올 때 몇 가지 책자와 기념품을 나눠주셨다. 기념품 중에 가장 요긴한 것은 검정 볼펜과 30cm 크기의 자였다. 그 이외에 것들도 나름대로 요긴한 것들이었다.

야외에 전시된 것들을 살펴보자.

까치 조형물!?
정문

이 글을 쓰면서 충분히 내용을 다 전달해 드리지 못한 것 같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견학을 위해 대전을 방문하고자 할 경우라면 한 번씩은 들려야 하는 곳이 아닐까? 특히 무향실을 들어갔을 때의 귀가 먹먹해지는 그 느낌은 초등학생들에게는 한 번씩 경험해볼 필수적인 코스가 아닐까 싶다.[footnote]사실 개인적으로 과학관 등에서 무향실을 안 만드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footnote] 표준을 알면 학생들의 학습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도 분명하다.

※ 이 글은  한국블로그산업협회가 주관한 ‘블로거! 네 꿈을 펼쳐라‘ 이벤트에서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글 쓴 날 : 2008.12.25

1 comments on “표준과학연구원 – 과학 시설 방문 프로젝트 6편”

  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자동차 문 닫을때 생기는 압력의 변화가 화이트노이즈라는건 좀 생소하네요-_-a 혹시 참고문헌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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