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메인과 넷피아

한글도메인이 2010년 중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글도메인의 사용이 2007년부터 준비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나에게도 설문조사서가 두 번이나 왔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준비시작 시간을 알 수 있다. 한글도메인이 본격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예상되는 것은 넷피아의 몰락이다.
넷피아는 한글키워드를 20만[footnote]한때 약 20만원의 최소가격을 둔 뒤 접속자 수에 따라서 가격을 올리는 종량제 요금제를 사용했다. 기간은 대략 2004~2007 정도다. 이런 요금제라면 키워드를 등록한 뒤에 홍보하면 그만큼 등록비가 올라가므로, 홍보비에 넷피아 지원비(?) 항목도 둬야 할 지경이다.[/footnote] 원에 판매하는 회사다. 한글키워드는 도메인이 아니다. 만약 도메인이라면 ICANN같은 국제 공인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판매가격이 비싸지만 공식적으로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한글키워드란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가 도메인을 연결해줄 때 DNS에 등록되어 있는 정상적인 인터넷주소가 아닌 한글 문자열이 들어오면 이를 넷피아에게 보내서 넷피아의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사이트로 옮기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넷피아는 이를 위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에 돈을 지불한다. 2000년대 초반 한때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가 넷피아와 제휴를 맺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대형) 제공업체가 독자적인 검색엔진을 만들어 연결시키고 있다. 넷피아를 지원하는 업체는 (인지도가 높은 업체의 경우) 티브로드가 거의 유일했는데, 이번에 새로 계약을 맺은 KT가 추가됐다. (KT가 공돈을 벌고 싶었나보다. 이전에는 KT에서 운영하던 파란으로 연결했었다. 2010년 01월부터 넷피아로 연결한다.) 거기다가 문제가 있는 도메인은 언제든지 넷피아가 회수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존재했었다. 예를 들어 내가 “개구리”로 키워드 등록을 했는데, 사회이슈가 발생해서 “개구리” 키워드 가치가 급등하면 넷피아는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등록비 20만원, 그동안의 홍보비,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이 몽땅 날아가게 된다. (추가 :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회사가 회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다. 이건 기준 등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를 처음 들고나온 뒤 여론이 안 좋자 조용히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규정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떤 분이 실제 사례가 있었음을 알려주셨다. 직접 밝히는 것을 꺼려하셔서 어떤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년에는 넷피아의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

제1변수 : 한글도메인 서비스 시작
우선 진짜 한글도메인이 서비스되기 시작한다. 물론 2003년부터 한글.kr 형식의 부분 한글도메인이 준비되어 2007년 경부터 지원되고 있긴 했지만, 한글과 영문의 혼합은 차라리 영문도메인보다 못한 편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런데 본격적인 한글도메인이 지원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며, 그만큼 넷피아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footnote]넷피아에서는 어차피 퓨리코드로 변환되는 것도 동일하고, 한글.com이나 한글.kr 형태의 한글도메인도 미국의 사기업-베리사인-에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한글키워드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그보다 더 나가서 한글키워드와 한글도메인의 차이를 대라고도 한다.[/footnote]

제2변수 : 운영체제의 변화에 따른 웹브라우저 교체
또다른 변화는 운영체제의 변화다.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MS윈도우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만큼 큰 변화가 없을듯 싶지만, 윈도우7 등장이 한글키워드 입지를 좁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윈도우7에는 IE8이 기본탑재되고 있다. 그래서 윈도우7이 출시된 이후 IE6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 세계 웹브라우저를 살펴보면 최근 IE7과 IE8 점유율이 모두 IE6 점유율을 넘어섰다. 그런데 IE7과 IE8은 기본적으로 기본검색공급자라는 기능이 설치가 된다. 이 기능은 주소창에 특정 내용을 넣으면 그 내용을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엔진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본검색공급자는 처음 쓸 때 사용자가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한글판의 경우 네이버, 다음, 야후 등 국내 대부분의 검색엔진이 포함되어 있다.[footnote]물론 MS의 거의 유일한 경쟁업체인 구글(Google)은 빠져도 포함되어 있다. 설치하면서 기본검색공급자를 설정하는 브라우저 화면에는 빠져있고, 나중에 추가기능에 서 사용할 수 있다.[/footnote] 이렇게 기본검색공급자를 지원하면 넷피아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글키워드를 사용하던 업체는 넷피아가 아닌 검색엔진 회사에 자신의 회사를 등록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검색엔진 등록은 비용이 필요없다.

ps. IE7의 기본검색공급자에 대해서는 “넷피아 최후의 삽질“이라는 2006년 차니님 글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제3변수 : 웹브라우저의 다양화
IE8 이외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FireFox나 Chrome 등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Google에 연결된다. 이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MS의 IE보다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합하면 세계에서는 약 30% 정도, 국내에서는 10% 정도 된다.(출처1, 출처2)

넷피아로 연결되려면 IE6 이하버전을 사용해야 하는데, IE6 이하버전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현재 IE6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40%이고, 결국 KT와 티브로드 사용자 2500만 명 중 넷피아로 연결되는 사용자는 1000만 명 정도일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1000만 명은 전체 사용자의 25% 정도다.

↑↓ 그래프 출처 : “Firefox 3.5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브라우저 되다“

제4변수 :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모
우리나라 웹브라우저가 외국에 비해 IE, 그것도 IE6에 크게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는 IE6 중심으로 구현된 Active-X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결제, 홈쇼핑 등의 기능은 현재 Active-X 없이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비교적 모바일에 의한 기능이 초기부터 중요했던 영화관 예매 정도가 Active-X 없이 Java로만 구동하게 개선된 정도다.[footnote]2010년부터 인터넷 서점 알라딘, Yes24에서도 Active-X가 없어진다. 국세청에서 관리하는 연말정산 웹사이트에서도 ActiveX가 빠졌다는 소식이다.[/footnote] 그런데 Active-X는 64비트 IE8에서 거의 동작하지 않는다.[footnote]내년 정도가 되면 IE8에서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footnote] 그래서 국내 사용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IE6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넷피아의 서비스는 IE6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footnote]IE7에서 넷피아로 연결된다는 사용자가 일부 계셨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IE7으로는 넷피아로 연결되지 않는다.[/footnote] 그렇기 때문에 넷피아 사용량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현재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는 또다른 환경변수가 등장했다. 웹환경이 컴퓨터 뿐만 아니라 모바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단말기에 Acitve-X를 깔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따라서 많은 사이트들이 모바일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Active-X를 제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 발등의 불이다.
그런데 Active-X가 사라지면 IE계열 웹브라우저 입지가 약해진다. IE계열 사용자에겐 FireFox나 Chrome은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바꿀 수 없는 유혹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나라의 웹브라우저 점유율도 외국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이외에도 따져보면 몇 가지 변화요인이 있지만, 아무튼 이 모든 환경변화들이 넷피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넷피아가 KT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으로 보면 될듯 싶다. 어쩌면 내년 후반에 도메인 등록업체 정도로 변신한 넷피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ps.
이 글은 넷피아 법무법인 팀으로부터의 메일을 받고 일부 불분명한 표현이 수정/추가되었습니다. 그러나 내용 변화는 없습니다.

ps. 2009.12.28 추가
넷피아로부터 리퍼러가 찍혀서 찾아가봤더니 다음과 같은 문답이 이뤄지고 있었다.
http://www.netpia.com/board/read.asp?code=discussion&article_no=999941&partition=1&category=0&page=1&order_type=thread,%20order_no&order_asc=&s_subject=1&s_content=&s_name=&s_keyword=

1. IE7 이후 웹브라우저에 대해서 넷피아가 서비스할 수 있도록 취득한 특허권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넷피아보다 먼저 KT 등의 업체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 ‘한글주소 지키미’라는 사람은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이 겨우 숨어서 멍멍 하는 것 정도로밖에 안 보이나보지? 그래서 법무팀한테 시켜서 메일 보낸거냐?
3. 후원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는 오페라 이외의 IE8, FF에 대해서도 넷피아가 된다는 것을 보일 때가 됐다. 증명해라. 단 사용자 컴퓨터에 코드 삽입 등의 방법으로 손대지 말고….
4. 웹상에 내 글같은 것이 갑자기 많이 뜨는 것은 당신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다시 많이 하니까 그런 거잖아….
5. 한글도메인(‘한글.한글’의 계층 형식)이 지원되기 시작한 뒤에 넷피아의 한글키워드가 지원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나? 실효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 (어떻게 설명해야 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나?)

ps. 2010.04.05 추가
결국 ActiveX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법규가 4월 03일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