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누리 촬영회 2020.10.18 홍대입구역 부근 공원

홍대입구역 동교어린이공원에서 요즘 인기있는 모델 누리 양의 촬영회가 있어서 가보았다. 사실은 아는 분이 포토샵이 필요 없는 모델이라고 하셔서 호기심이 동해서 다녀왔다는 게 더 정확한 이유다. 아는 분이 그런 말씀을 안 하셨다면, 다른 모델을 택하거나 찍으러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사진실력은 꾸준히 찍지 않으면 사라진다.

바둑에는 ‘대국감각’이라는 게 있다.
바둑이란 수읽기의 싸움이다. 그런데 수읽기를 통해 둬야 할 수들이 몇 가지 결정된 뒤에는 어떤 것을 우선 둬야 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바둑은 한 수씩 두도록 돼 있기 때문에, 똑같이 좋은 수이더라도 더 빨리 둬야 할 것이 있고, 나중에 둬야 하는 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둬야 할 순서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바둑을 안 두다보면 어떤 수를 먼저 둬야 하는지 결정하는 감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이 감각을 바둑을 두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감각을 대국감각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수읽기는 대국감각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라고 하더라도 바둑을 오랫동안 안 두면 대국감각이 무뎌진다. 그래서 오랜만에 바둑을 둘 경우, 수읽기 수준이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대가 아니라면, 대부분 대국감각에 따라 승부가 결정난다.

사진에도 대국감각 같은 게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구도, 배경과 주피사체의 관계, 스토리텔링 같은 수많은 요소들이 적용된다. 그런데 사진은 단순미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다 때려넣기는 힘들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 한두 가지를 뺀 나머지는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하게 된다. 과연 어떤 것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어떤 것을 부차적인 요소로 활용할 것이냐? 이게 무진장 어렵다. 사진을 한동안 안 찍다보면 이 감각이 없어진다.

코로나19 여파로 거의 6 달을 사진을 안 찍었다. 봄에 벚꽃이 필 때 딱 한 번 나갔던 촬영을 뺀다면 10 달 동안 사진을 안 찍었다. 그래서 울릉도로 여행하기 전에 덜컥 겁이 났다. 촬영감각이 없어져서 사진이 엉망이 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두 번의 촬영계획을 세웠다. 이 게시물에 올리는 사진들은 그 중 한 번 찍은 것이다. 역시나… 촬영감각이 없어져 있었다. (사실은 울릉도 가서도 촬영감각이 안 돌아와서 문제였다. ㅜ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모델촬영은 촬영감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고…. (울릉도 사진은 아마 거의 못 올릴 듯하다.)


Story 1 : 빨간 자전거

사실 자전거를 소품으로 한 촬영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행사 주최측이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이쁜 자전거가 있으니까 소품으로 촬영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기 이전에 사진을 찍을 때 꽤 괜찮은 소품이라 생각해서 미리 배경으로 깔아둔 사진들 덕분에 스토리텔링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 이후 더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쉬운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Story 2 : 억세밭

도심 한가운데에 조성된 작은 공원, 그 안에 심어진 작은 억세밭.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 촬영장소였다. 머리를 짜내고 짜낸 것이 첫 두 장이었는데, 다른 모든 사람들이 외면했다. 심지어 모델도 겨우 세 장 찍었을 때 다른 사진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서 평범한 사진을 찍었다. ㅜㅜ

사실 이런 사진은 촬영이 힘들어서 계속 찍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Story 3 : 문

사실 사진사들은 이런 구조의 구도를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특히 이 구도를 좋아했던 건 지난 여름에 봤던 대만의 [반교:디텐션]이라는 공포영화(?) 때문이었다. [반교:디텐션]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유일하게 내 평점 4 점을 넘었던….) 그리고 이 장면에서 그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영화와 이 장면이 공통점을 갖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음.. 그리고 거리가 좀 지저분… 기하학적인 요소가 강하다보니 쓰레기를 지우기가 힘들어 그냥 놔두기로 했다. 뭐 쓰레기가 있으면 좀 어떻겠나?)

아무튼, [반교:디텐션] 꼭 봐라.


Story 4 : 그냥 와닿는 사진들

고를 때 이유 없이 이거 괜찮다 싶은 사진들이 있다. 나도 이유를 모르지만, 그런 사진은 대부분 마지막에 고른 사진으로 살아남는다. (안 그런 경우도 있는데, 실수로 지우거나 할 경우… 특히 흔들린 사진은 실수로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

보통은 찍을 때는 잘 안 느껴지지만, 아주 가끔은 찍을 때조차… 셔터를 누르는 순간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진은 나중에 봐도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버려진다면 분명히 기술적인 요건 때문이다. 예전에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할 때 타슈켄트의 어떤 시장에서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엄청 흔들려 있었다. 이런…. (나중에 디지털 보정기술이 더 발달하면 꼭 살려보리라!)


Story 5 : 이해 부족

촬영이 다 끝나고, 시간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했는데, 위에서 밑으로 찍기에 적당한 곳이 있어 포즈를 요구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경험만 놓고 보면, 위에서 밑으로 찍는 사진은 괜찮을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누리 양이 모델 경험이 아직 별로 없어서 제대로 포즈를 취해주지 못했다. 정확히 밑에 서 줘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아서 많이 부족한 사진이 돼버렸다. 이 사진은 볼 때마다 아쉬움이 떠오를 것 같다.


뭐…. 아무튼…. 나머지 사진도 보자. 별 의미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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