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년에 광안리에서 불꽃놀이를 찍으면서 더 이상 불꽃놀이를 찍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참고로 2019 년에 두 번에 걸쳐 찍었던 불꽃놀이 사진은 전부 망했다. 여의도 건 설정과 컨셉 실패, 광안리 건 바람의 훼방 때문이었다.) 이 생각은 평소라면 지켜졌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2020 년부터 사진을 아예 찍지 못했다. 최근에 사진을 찍은 거라고는 뒷산에 올라가서 해넘이를 몇 번 찍은 것과 구름사진을 찍은 것, 봄에 벌레 몇 마리를 접사한 것이 다였다.

날개비틀기가 멋지다!
그렇다 보니 답답했고, 그래서 결국 참다 못해 사진을 찍으러 갔다 왔다.
이번에 찍으러 가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찍어야 후회하지 않을까? 불꽃놀이는 일본 팀, 이탈리아 팀, 한화가 차례로 공연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3 가지 컨셉으로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새 컨셉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2019 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대로 찍기로 했다. 다만 2 가지만…. 음…. 앞의 두 나라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촬영을, 한화는 초점링을 돌려보기로 했다. 초점링 돌리기는 예전에 해보지 않은 f/4.0으로 해보기로…..
네이버 사진동호회에서 사진을 찍으러 가시려는 한 분을 발견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일찍 나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11 시에 출발해서 12 시 40 분에 용산역에 도착. 거기에서 만나서 같이 한강변까지 걸어갔다. 사람들이 막 자리잡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예상되는 바람 방향을 확인해 왔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적당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전에 찍어본 적이 없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더니 너무 가까워서 24 mm로는 모든 것을 담기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조리개링을 돌리는 컨셉으로 찍을 때 f/4.0으로 촬영하려고 했더니 너무 밝았다. 지금까지 모든 촬영에서 ND8 필터를 써왔는데, 이번 위치에 맞게 계산해보니 ND16 필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와서 새 필터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또 불꽃놀이 촬영을 갈 것도 아니므로 그냥 촬영했다.
아래 사진은 앞의 9 장은 일본팀 공연, 나머지는 한화 공연 사진이다. 변환한 170 장 중 일부….






















결과적으로 촬영은 역대급으로 잘 됐다. 무엇보다 바람 방향이 기상청 예보와 완전히 같았고, 덕분에 연기가 없는 사진을 잔뜩 얻을 수 있었다. 아마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이 연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예상보다 찍힌 사진 장수가 적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지만…. 뽀샵도 잘 됐다. (부엉이 불꽃이 제일 맘에 든다. 말미잘 불꽃도 멋지다!) 하지만 화각 문제로 불꽃의 꼭대기는 잘렸다. ㅜㅜ
같은 곳에 있던 분들 중엔 어르신 두 명이 있었고, 젊은 여자 두 명이 한참 나중에 와서 자리잡았다. 젊은 여자 두 명은 가림막을 쓰려고 준비해왔다. 근데 준비한 것이 완전히 검은 것도 아니었고, 광도 약간 있어서 적당치 않아 보였다. 실제로 가림막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서 무얼 보고 준비한 것일까?) 같이 사진 찍기로 했던 분은 지난 7 월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설정에 대한 몇 가지를 가르쳐 드려야 했다. 그런데 나중에 네이버 카페에 올리신 사진 보니 엄청 잘 찍었더라….. 설정은 내가 조금 도와드렸지만………, 그분이 타이밍 잡는 감을 타고나신 것 같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불꽃놀이 촬영에 대한 인터넷 자료를 보고 왔다고 하시더니, 내 블로그의 글을 보고 그대로 설정하신 것 같다. 내 글에서 말하지 않은 부분만 버벅이셨네….ㅎㅎㅎㅎ)
올해는 아쉽게도 이수 강변에 황조롱이가 살고 있지 않았다. 대신 별늑대거미(?)를 사냥해 끌고 가는 감탕벌(?) 종류를 발견해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