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집회 1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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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좀 느즈막히 오후 6시경에 시청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꾸물거리다가 늦었네요. 미리 친구가 집안 식구들과 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있다는 Koreana Hotel 찾아가야 했습니다. Koreana Hotel은 조선일보와 한 건물을 사용하는 호텔입니다.

여러 이슈가 동시에 물려있어 집회 참석자들간의 의견이 분산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사안을 만든 것도 이명박의 노림이었을까?

길거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시청광장에서 바라봤을 때 보이는 곳까지 많은 시민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농수산부장관 또한 나타났는데 한날당답게 조선일보와 가까운 Koreana Hotel 정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알아봤는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었고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해명하려 한다면서 왔지만 주최측에 의해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 사실 언론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만 이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주최측이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언권을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5월 31일에 민주당 의원들이 방문했을 때도 똑같이 발생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촛불집회에서 발언권을 얻은 유일한 정치인은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 뿐이었습니다.

사물놀이 - 날이 어둡자 공간은 말 그대로 축제의 마당으로~!!!

이건 마음에 든다 안 든다의 수준을 떠나서 많은 분들이 같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상황도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날 만난 많은 분들의 의견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런 날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주기적인 축제를 열고,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정치권에서 청취해 가면 좋은 여론 수렴 방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제 개인 의견은 생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군이 점령군인 건 젊은 사람들은 다 아는 사안이죠.
소고기 수입 저지! 공기업 민영화 반대!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분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구호를 열심히 외쳐주셨습니다.
재미있는 발상이였습니다. 좀 더 진화하면 로보캅이 될 수 있지 않을런지?
유명 만화가께서 어린이에게 초상화를 그려 주시더군요. 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만한 분!
이 사진을 찍어온 이유가 있었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Orz
재미있는 커플이었습니다. 부럽~
새벽 전경이 올 때까지 이렇게 태극기를 들고 다니신 분이셨습니다.

시민들의 참여 모습은 각양각생의 모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들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는 명박이가 참… -_-

새벽에 발견한 태극기 촛불입니다. 멋지네요.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분이십니다. 타다 만 초를 보다가 생각이 나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타다 만 초가 많이 쌓이자 이 초를 이용해서 뭔가 할 것이 없을까 고민했다는 이 분은 결국 좋은 결과를 내놓으셨습니다. ^^ 비록 타다만 초로 만들어진 태극기였습니다만 이뻤습니다. 8괘까지 잘 갖춰져 있더군요. 이거 외우기 쉽지 않은 것은데…. (사진에서는 초의 길이가 들쭉날쭉 하다보니 잘 안 보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명박이가 대통령이면 파리도 새다!

날이 밝고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차선에는 누군가 써 놓은 차선 위의 글들이 눈에 띕니다. 누군가 센스넘치는 글들을 적어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이런 글을 적어놓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겠죠.

아무튼……
뭐….
이 메시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명박이가 대통령이면 파리도 새다!


이 메시지는 이미 파리가 새라는 결론이 나왔죠. -_-

주한미군 10년 먹여 과학적으로 검증하자.

이 이야기는 사실상 주한미군에게 먹인다는 의미보다는 10년의 시간을 연장하고 생각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누군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BC 드라마 <이산>에서 비슷한 대사가 나오는 것을 식당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것을 떠올린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로 수고가 많으셨네요.

다음은 서울에 새로 나타난 성인 명박산성입니다.


외신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는 명박산성… 누군지 정말 번뜩이는 재치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들을 공무원으로 뽑아야 하는데, 요즘 공무원 시험은 이런 것보다는 빠른 시간에 얼마나 경직된 사고를 많이 할 수 있느냐만을 가지고 뽑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엉망인 것 같습니다.
플랜카드가 젖어든 것은 명박산성에 발라진 구리스(윤활유) 때문입니다. 전 구리스가 묻은 것을 포고 나중에 트랜스포머처럼 벌떡 일어날 줄 알았는데 여러 노동자들이 일일히 떼어내고 있더군요. 왕 실망~ -_-;

다음은 전경들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전경은 이 날 코빼기도 볼 수 없다가 6시쯤 날이 밝자 양 옆에서 나타났습니다. 콘테이너가

예정대로(?) 양 옆에서 나타나서 촛불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몰아내려고 하더군요. 이 때 약 1000명 정도의 시위대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진을 중단했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시민들이 도로 한 복판에 계속 앉아 있었고, 전경들이 이들을 진압할 때 부상이 불보듯 뻔했으니까요.
이렇게 한 시간여를 대처하다가 갑자기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시민들 사이에 오고 갔습니다만, 보나마나 심리전이었습니다.
경찰이나 군대에는 심리전을 위한 조직이 따로 갖춰져 있습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에 미군 포로들을 세뇌시킨 중국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경들이 그대로 물러가자 시위하던 사람들도 덩다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심리전에 말려버린 것이죠.


그러다가 또다시 와서 도로 한 복판의 사람들을 몰아냈습니다.
앉아있던 분들은 몰아내지 않고 방패로 빙 둘러 막았습니다. 전 좀 더 버텨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배고파서 밥을 먹으로 가야 했습니다. 전 배고픈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식충같은 사람이거든요. ㅋㅋ




스티로폼 쌓기와 깃발 꽂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스티로폼을 쌓기 시작한 것은 제가 다른 곳에 갔다가 막 명박산성 앞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스티로폼을 쌓기까지도 꽤 긴 토론시간(?)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스티로폼은 전날인 9일 낮에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동아일보 부근에 비치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스티로폼을 쌓자는 이야기와 토론, 그리고 쌓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모두 ‘인권단체연석회의‘라는 단체에서였다고 합니다. 이 단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러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글을 작성하면서 검색해보니 jinbo.net에서 활동하는 단체군요.[footnote]jinbo.net은 예전에 페미니스트인 척 하던 ‘자폐’라는 사람이 활동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이 사람은 지금도 (대화명과 주소만 바꿔서) 활동하고 있죠.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자폐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아니고, jinbo.net 자체가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습니다.[/footnote] 아무튼 이 단체가 나타나서 토론을 좀 하더니 갑자기 스티로폼을 쌓아올렸습니다. 그 때 부근의 시민들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고 합니다. 전 조금 떨어져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스티로폼이 쌓이고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으로 보이는 최초의 1명이 태극기를 들고 올라가게 됐습니다.
그 뒤 많은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더이상 올라가면 안 되느냐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이 토론은 도중에 깃발들을 올리자는 의견으로 뜻이 모아졌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갑자기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올라가면 안 된다고 사람들을 막고 선 것입니다. 그래서 진행된 것이 서로 번가라 가면서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20분쯤 토론이 진행됐는데 그 도중에 주변 시위대들의 의견은 여러 가지 깃발을 올리자는 쪽으로 결정됐습니다.
생중계를 보시던 많은 분들이 이 상황에서 반대자측의 발언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잘못 판단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뒤집을 수 없는 찬성 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대해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었습니다.[footnote]제가 보기에는 인권단체연석회의의 회원이 올라간 뒤에 다른 사람들이 안 올라갔을 경우에 그들이 갖게 되는 상징성을 얻기 위해 반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footnote]

일단 올라가기 시작한 사람들은 대학 학생회 깃발들을 중심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안티명박’ 카페와 ‘아고라’ 깃발이 올라가고, 정체를 알 수 없던 ‘청소년’ 깃발 등이 올라가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태극기만을 스티로폼에 꽂아두고 모두 내려왔습니다. 태극기는 명박산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위에 있었습니다. 일하시는 분들도 태극기를 손대기가 부담스러웠었나봅니다.

깃발을 들고 명박산성에 올라간 것을 두고 많은 분들이 뭐라 하시는 것 같은데, 이런 정도는 상징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 컨테이너를 경찰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하여 위에 올라가는 것을 폭력이라고 경찰이 주장하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M_ps.|ps.|사람들이 물러가고나서……

플라스틱 소주병
플라스틱 소주병과 담배꽁초만 남았습니다. 초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술과 담배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중에 편의점에 들렸을 때 마침 그 곳에 들러 컵라면을 먹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 쓸 거리가 없어서 정말 힘들어요.”
“시위대가 술 먹는 이야기는 이미 기정사실이잖아. 이걸 적당히 쓰라고.”
이 기자들의 말대로 시위대가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제가 처음 참석할 때에는 없던 분위기였고,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촛불집회에서 술과 담배는 삼가해 주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_M#]

4 comments on “6월 10일 집회 12시간”

  1. 후… 국민을 섬기겠다는 사람이 벽을 쌓고 무슨 소리를 듣자고 하는건지..

    한숨만 나옵니다.

  2.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구조가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언론과 사정기관과 정부는 님과 같이 날렵한 사고와 재능을 개인이 수행하리라고 믿지 못하는 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계속 많이 많이 기발함을 보여주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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